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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9_Anna
다섯번째 결혼기념일이 되면 제 2의 신혼여행 처럼 나름의 긴 휴가계를 내고 여행을 떠날 줄만 알았다.
5라는 숫자보다는 10이 더 완성도 있고 멋진 숫자처럼 느껴지지만, 결혼 당시에는 10년 뒤가 너무나 먼 얘기인 것만 같아서 5년 쯤 뒤로 막연한 계획은 세웠었는데ㅡ 막상 살아보니 시간이라는 건 정말이지 너무 빨라서 5년이 후딱 지났다.
그래서 계획한 대로 여행을 갔느냐? NO.
생각보다 바빠진 일상, 결혼생활 유지 말고도 회사 안팎으로 할일이 많아질 나이가 되어 간다는 걸 간과했다.
날씨 좋은 10월 중반에 휴가를 내기에도 막상 쉽지 않고 오빠도 나도 맡은 일 안 끝내놓고 "일단 좀 쉬겠습니다."라는 말은 못하는 캐릭터라는 것도 한 이유였다.
여느날 처럼 출근을 하고, 약간의 잔업도 하고 집에 오기 전 백화점에 잠깐 들러 예쁘장한 케이크는 하나 샀다. 5년 전 케이크 커팅식에 썼던 생크림만 잔뜩올라간 뽀샤시한 모양과 제법 비슷한 것으로 말이다.
우리의 계획은 아니었으나 예식장에선 서비스라며 생색내 듯 마련해준 케이크 커팅식.
주목 받는 걸 여간 싫어하는 우리라 '굳이..' 싶었으나 안 받자니 그것도 손해 같아 진행했던 순서였는데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나름 또 재밌었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친구들 생각해봐도 결혼하면서 케이크 잘랐던 커플은 우리 말곤 딱히 생각이 안날만큼 그래도 조금은 특별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결혼식 끝내고 돌아온 우리는 오자마자 피곤을 씻어버리고 생크림 케이크에 햄버거를 먹었었지.

체력 소모가 나름 심해서 집에 오니 긴장도 풀리고 어찌나 배가 고프던지ㅡ 오늘도 5년 전 그때의 일을 기억하며 저녁메뉴는 생크림 케이크에 햄버거 세트가 되었다.
결혼기념일? 별거 없는 것 같다. 기념삼아 오래 준비하고 여행가고 하는 것도 좋지만, 상황마다 다 다른 것을 우린 이정도여도 뭐 괜찮지 싶다. 딱히 밖에 나가 비싼 돈 내고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정말 소소하게 결혼식을 추억할만한 저녁 메뉴가 있고 이야깃거리가 있으면 된거 아닌가.
일기 쓰다보니까 또 갑자기 햄버거 먹고싶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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