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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31_Anna

2020년의 마지막날. 아침에 써보는 포스팅은 처음.

연말에 접어들면서 올 한해를 되돌아 봤는데 딱히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없는 듯 했다. 그냥 시간은 되게 빨리 갔고 정신 차려보니 새해가 다가오고 있었다. 먼가 이렇게는 많이 아쉽기도 하고 그래도 이제라도 손에 잡히는, 눈에 보이는 선명한 무언가를 하나쯤은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시도한 건 '미라클모닝'

일찍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나는 아침잠이 특히나 많은 올빼미형이라서 해볼 엄두도 안나고 '사람마다 다 성향이 다른거야. 나는 저거 안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20년 12월에 접어들 무렵 '한번 해보지 그래? 하는 사람들 많아. 해봐봐' 하고 먼가 보이지 않는 푸시를 받은 것 같다.

지난 11월 30일.

'아.. 마지막 달이네. 진짜 2020년 끝이네.. 한 것 도 없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유튜브 알고리즘이 영상을 하나 추천해줬다. 내가 자주 보는 신사임당님 채널에 부자해커님이 출연하셨던 영상이다. 하루를 쪼개서 공부를 했다고 말씀하셨는데ㅡ 아침 5시에 일어나서 3시간 정도, 점심시간, 그리고 집에 와서도 열심히 공부를 하셨다고. 갑자기 이 영상이 왜 추천이 되었으며, '저거다' 싶어 꽂혔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이 영상은 예전에 업로드 되자마자 봤던 영상인데..! 

그 영상을 봤더니 또 그 비슷한 새벽형인간. 미라클모닝. 아침형인간 이런 종류의 영상들이 막 추천됐고, 그 중에는 매일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낸다는 김유진변호사님 영상도 있었다. 보다보니까 아침에 일어나는 사람 엄청 많은 듯?!

나는 살면서 먼가를 매일매일 꾸준히 해본 기억이 없어서 올해를 한달 남긴 이 시점에 '그래 진짜 딱 한달만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도전해봤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내 영어의 고질병인 '단어부족'을 해결하고자 공부를 안해서 너무 깨끗한 단어장을 펴고 그날그날 단어를 외워보기로 했다ㅡ 마침 단어장도 30일 기준으로 되어 있으니 12월 한달만 참고 하면 되겠지 싶었다.

안하던걸 하려니까 너무 졸리고 피곤하고 뭐 다른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갑자기 혓바늘에 입술 포진도 나서 '아 이거 할게 못되네..' 싶기도 했고, 진짜 작심삼일이라고 3일차 되는 날은 알람도 못듣고 자다가 눈 떠보니 6시 반이었다. '그래 새벽형인간은 무슨 새벽형 인간.. 피곤해 죽겠는데 그냥 자'라는 생각과 '아.. 진짜 고작 3일만에 포기는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면서 진짜 진짜 괴롭게 일어나기도 했다. 그래도 늦었지만 일어나긴 해서 봐야 될 단어장 DAY3를 펴긴 폈다.

예전 고3 올라갈 무렵 선생님이 2주 정도만 참으면 무슨 습관이든 몸이 기억한다고 하셔서 '14일차 되면 괜찮겠지 5시 알람 듣고 눈이 번뜩번뜩 떠지겠지' 싶었는데ㅡ 웬걸. 아니다. 한달 됐는데 아직도 일어나는 건 너무 힘들고 일어나서 정신을 차린다고 차려도 맹~하게 시간을 까먹거나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또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나' 싶고, 나를 사랑하고 나한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낸다고 들었는데 그런거랑은 아주 거리가 멀게 오히려 나를 고생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한번은 금요일 저녁에 너무너무 졸려서 그 좋아하는 신서유기를 보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들어가 잤다. 나름 푹 자고 개운하다 싶어 눈을 떴는데 새벽 3시였다. '엇 뭐지?' 싶었으나 아직도 2시간을 더 잘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다시 또 잠을 청했다. 그때 그냥 일어났어야 됐는데.. 그날은 아마 5시 반쯤에  겨우 일어났던 것 같다. 

그렇게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어제 DAY30 단어장의 마지막 부분을 펴게됐다. 그래도 하긴 했네ㅡ 중간 중간 까먹은 시간도 있었지만 약속한 기간에 끝까지 오긴 했다는게 뿌듯했다. '나도 먼가 마음먹은걸 하긴 하는구나 싶은 안도감도 들고 내년에도 잘 해보자, 참고 하니까 되긴 되네' 하는 생각.

아침에 일어났다고 해서 되게 삶이 바뀌거나 그런건 딱히 모르겠다. 아직 한달밖에 안됐지만, 그래도 이제는 어느정도 루틴이 생겼다.

세수를 하고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물이 끓을 동안 정신을 좀 차리면서 비타민이랑 유산균을 먹고. 물이 다 끓으면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차를 마시기도 하고 그날그날 기분 내키는 대로 따뜻한걸 한잔 마시고 단어장을 본다. 그러다가 졸리거나 자꾸 멍해지거나 하면 따뜻한걸 한잔 더 마시고. 원래 물을 되게 안마시는 편인데 아침마다 따뜻한걸 2잔씩은 마시다 보니 속이 좀 편해진 것 같다. 배가 꾸르륵 거리는게 조금은 줄어든 것 같고.. 아! 그 대신 아침마다 배가 고프다.. 원래 아침에 뭘 안먹고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안드는 사람인데 왜이런지 모르게 너무너무 배가 고프다.

이제는 단어장도 다 봤고 새해도 될테니 새로운 걸 해보려고 한다. 해보고 싶은건 아이패드로 그림그리기.

이건 내가 좋아하는 거라서 아침에 해도 꾸벅꾸벅 조는 일이 한결 줄어들 것 같다. 2021년에는 그림그리는 용도로 인스타계정이랑 블로그를 하나 갖고 꾸준하게 끄적끄적거리면서 짧은글도 적어보면 좋겠네.

내년 내 새해다짐 중 하나는 '취미생활을 직장생활처럼'이다.

언제부터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이 뜸해진 것 같은데ㅡ '노래도 듣고, 그림그리는거 좋아하고, 영화나 전시회보는 것도 좋아하고, 여행다니고 산책 다니는 것도 좋아해요' 라고 대답하면서도 막상 하루에 몇분이나 내 취미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나 궁금해졌다. 회사는 매일 정해진 시간마다 나가서 계획을 세우고 일정에 맞춰 딱딱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에는 하루중에 시간 남으면 그냥 그때 그때 조금 하고 쓱 넘어가는 게 먼가 조금 아쉬운 기분?

블로그 피드를 읽고 매일은 아니어도 포스팅을 재밌게 하고 있지만 진짜 내가 좋아하는 건 조금 뒤로 빼놓고, 해야 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지는 않나 싶어서 취미생활도 매일매일 해야하는 직장생활처럼 조금은 더 열심히 의지를 갖고 해봐야겠다.

요즘은 재테크에도 관심이 많은데 안전하게 상황이 나아져서 기회가 된다면 이런저런 오프라인 강의나 스터디 모임 같은데도 나가보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싶다. 주변에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비슷한 노력을 하는 사람을 두다 보면 성장도 빠르다고 하던데, 온라인으로도 물론 가능하지만 사람을 직접 만나고 목소리를 듣고 얘기를 하는게 나는 아직까지는 더 좋은 것 같다. 이건 내 의지만 있다고 되는건 아니고 하루빨리 상황이 좋아졌으면 하고 바랄 뿐.

아무튼 2021년도 무탈하게 잘 지내보자 :)

** 모두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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