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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2_Anna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 인가..?!
슈퍼면역을 자부하던 우리 부부에게도 피해갈 수 없는 그것이 오고야 말았다. 그냥 집밖에 안나가고 알아서 쉬는 거랑 아파서 못나가고 꼼짝없이 집을 지켜야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를 터ㅡ 일주일간의 격리 생활동안 우리가 겪은 증상과 하루하루의 기록을 남겨보고자 한다. 요즘들어 다시 기승을 부린다는 이 바이러스로부터 어서 모두가 안전해 지길.!
22.11.11.금 - 오빠에게 감기증상 발현. 키트검사는 음성.
오빠가 컨디션이 영 안좋았다. 요즘 통 일도 많았고 잠도 잘 못자서 면역력은 떨어졌다 싶었고 바쁜 일이 좀 마무리 되면 몸보신하기 좋은 건강식을 먹으러 부모님과 함께 어디 근교로 드라이브라도 나갈 요량이었다.
컴퓨터 집중해서 보는 게 일인 사람이라 늘상 잔 두통은 달고 살았고 머리가 띵하고 오늘 따라 좀 몸이 으슬으슬 하다는 오빠에게 상비용 두통약에 테라플루를 타 주었다. 코로나 키트는 늘 집에 두고 있었는데 검사 해보니 다행히 늘 보던 한줄 모양이 뜨길래 코로나는 아닌가보다 하고 넘어갔었다.
22.11.12. 토 - 오빠의 몸살 증상 더 심해짐 + 기침.
테라플루 먹고 자면 줄곧 그 다음날 멀쩡해지곤 했는데 증상이 안 낫고 오히려 기침이 시작됐다. 이상하다 이번 감기는 좀 세게 왔네 싶어서 걱정이 됐는데 다행히 주말이니까 잘 먹고 잘 쉬면 출근전엔 괜찮아 지겠지 싶었다. 따뜻한 물도 계속 챙겨주고 했는데 기침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하고, 병원은 다 문닫은 시간에 집에 찾아보니 기침약은 따로 가지고 있는게 없어서 집 앞 약국에 가서 오빠 증상을 말하고 기침약에 갈근탕을 처방받아 왔다.
22.11.13. 일 - 나도 감기증상 발현. 둘다 키트 양성.
오빠는 오늘도 컨디션이 안좋았다. 그런데 나도 오늘따라 컨디션이 별로였다. 나는 아일랜드에 지내면서 평생 걸릴 감기는 다 걸려봤다고 자부할 만큼 아일랜드 이후로는 생전 감기 증상을 앓아본 적이 없다. 이때 먼가 오빠도 나도 큰 신체적 문제가 생겼구나 싶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점점 느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목이 많이 아프다는 증상과 우리 상태는 맞지 않았기 때문에 이때만 해도 코로나 일 거라는 생각은 없었다. 키트에서 음성이 뜨기도 했고ㅡ 그래도 혹시 싶어 다시 키트 검사를 해봤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어라?! 이게 왜 진해져? 싶게 키트 색상이 변하는 것.. 조금 무서웠다. 당장 일요일 저녁이라 회사에도 알려야 했고 먼가 그냥 막막했달까.
심한 건 아니지만 둘다 몸살 증상이 있었고 오한은 없지만 둘다 식은땀이 많이 났다. 아.. 이제 시작되는 건가.

22.11.14. 월 - 본격 코로나 증상 발현. 둘다 증상 다름.
오전 9시 눈 뜨자 마자 보건소로가 PCR 검사를 받았다. 만사 귀찮게 몸이 아프고 나른 했지만 그래도 가야했으므로 억지로 채비를 하고 나섰다. 오늘 부터 둘다 본격적인 코로나 증상이 발현된 듯 한데 둘의 증상은 같으면서도 달랐다.
나는 우선 열이 났고, 침을 삼키기 어려울 만큼의 인후통이 시작됐다. 식은땀이 났고, 온 몸 마디마디가 쑤시고 아팠고, 이건 코로나 증상이랑 연관이 없어보이긴 한데 화장실을 진짜 자주 갔다. 너무 이상해서 검색해보니까 '코로나 소변자주'라는 검색어가 꽤 있다는 걸 알았다. 나만 그런게 아닌가 본데.. 그래도 격리 끝나면 바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볼 생각. 잠을 통 못잤는데 이게 목이 아파서 자다 깨고, 깬김에 화장실을 가는 건지ㅡ 화장실이 가고싶어서 깼다가 목아픈 통증을 느끼는 건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오빠는 목은 그렇게 안아프다고 했다. 대신 잔기침을 자주 했고, 기침이 있다보니 인후통이 없는 건 아니었다. 코도 막히고 목도 아프니까 당연스레 두통도 있다고 했고 몸살 때문에 온 관절이 시리고 쑤신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고ㅡ 안압이 평소보다 세게 느껴져서 눈이 뻐근하다고도 했다. 설사 증상도 있었다. 어제 부터 오늘까지 화장실을 자주 찾는 오빠. 뭐 딱히 먹인 것도 없는데 속병까지 얻었으니 여간 불편하기도 하고 나도 오빠 걱정이 많이 됐었다.
22.11.15. 화 - 격리대상자가 되다.
오전 6시 반부터 도착한 코로나 확진 격리 대상자 문자. 우리는 그렇게 코로나 부부가 되었다.
오히려 문자를 받고 나니 올게 왔구나 싶기도 하고 주말 내 집에만 있었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그랬다. 우선 약부터 처방을 받아야 하니까 인터넷으로 방법을 찾아본 우리.
각자 비대면진료 앱을 다운받아 선생님 연결을 기다렸는데 오빠가 먼저 연결되어 증상을 자세히 말씀드렸다. 나도 이제 막 연결이 되려는 찰나 오빠가 와이프도 같이 확진인데 혹시 진료 같이 받을 수 있냐고 여쭤봤더니 그래도 된다고 하셔서 내 개인정보와 증상을 말씀드리고 도움을 받았다.
비대면진료 처음 받아봤는데 생각보다 연결상태도 괜찮고 선생님도 너무 친절하셔서 좋았다. 빨리 나으라고 격려도 해주셔서 감사했고ㅡ 처방전은 앱에서 근처 약국으로 전송되고 약도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오빠랑 나랑 증상이 다르다 보니 약도 달랐는데 나는 아침 저녁 목 가글을 하라고 하셨고, 오빠는 기침 가래에 도움이 되는 시럽을 더 처방해 주셨다. 약 먹고 집에만 꼼짝 없이 있음 곧 괜찮아 지겠지 모.a
오늘 나는 열이 많이 내렸다. 확실히 몸살 증상도 살짝 줄어들었다. 대신 다른 증상 두가지를 얻게 되었으니... 목소리를 잃고, 콧물을 얻었다. 목소리가 정말 하나도 안나올 지경. 이젠 가만히 있어도 침을 안삼켜도 목이 너무 따갑다. 누가 내 목구멍을 100방짜리 사포로 문대서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놓은 것만 같다. 콧물도 자꾸 흘러서 생활이 더 불편해졌다. 풀어야 개운한데 확 풀리지도 않고 코는 코대로 건조하고 따가워만 진다.
다행히 오빠의 설사증상이 없어졌다. 몸살도 줄어들었고 대신 기침은 안없어지고 목이 자꾸 가렵고 불편하다고 한다. 대신 나만큼 목이 아파보이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목소리도 살아있고ㅡ 하지만 본격 코로나 증상과 함께 시작된 안압과 기운없음이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뜨거운 물이 좋을 것 같긴 한데 얼음물이 더 목넘김에 편해서 찬 걸 더 찾아 마시는 중이다. 평소 잘 마시는 게토레이를 마셔보는데 먼가 모르게 맛이 약간 이상하다. 좀 밍밍하다 그래야 되나..? 상큼 새콤 달다구리 맛이 오묘하게 나는데 그게 잘 안느껴지고 약간.. 아주 약간 물탄 맛..? 처럼 느껴진다.
코로나 걸리면 미각 후각 상실된다는 얘기는 들어봤는데 냄새도 잘 맡아지고 해서 처음엔 코로나 걸린 줄도 몰랐다가 게토레이에서 약간의 이상함을 느낀 우리였다. 증상의 일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빠는 어제 오늘 혀가 좀 얼얼한것 같다고도 했다.
22.11.16. 수 - 몸살기운을 내어주고 목소리를 잃었다.
어제부터 약을 받아 먹기 시작했는데 나아진 건 없다. 선생님 말씀대로 내가 먹은 약은 정말 너무 졸려서 어제부터 줄곧 일과는 인나서 뭘 좀 먹고 약 먹고 자고ㅡ 약 먹을 시간 쯤 다시 깨서 뭘 또 찾아 먹거나 아님 그냥 약먹고 또 드러누워 자고 이게 다였다. 가만 있어도 아픈 목이라 뭘 먹고 싶은 생각도 안나고 약은 먹긴 먹어야 겠으니 그 전에 뭐라도 좀 찾아 먹는게 그냥 의무처럼 느껴지는 하루.
미각과 후각을 잃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입맛이 썩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만사 다 귀찮고 약기운에 자꾸 졸리고 잠깐 잠이 들었다가도 목이 아프고 몸이 쑤시고 해서 깨기 일쑤였다. 한 시간에 한번씩은 통증 때문에 깼고, 꿈에서도 '아파요'라고 중얼거릴 만큼 괴로운 수면시간이었다.
오빠의 기운 없음과 머리 띵함도 여전히 계속이다. 오빠도 나랑 같은 환자고 증상이 있는데 겉으로 보기에 일단 내가 목소리 부터 안나오다 보니 본인보다 나를 더 챙기고 있는 실정ㅡ 오빠는 잔기침과 가래에 호흡이 답답해서 어렸을 때 부터 목감기때 먹었다는 용각산도 함께 먹고 평소 잘 안마시던 뜨거운 차를 의식적으로 더 찾아 마시는 중.
22.11.17. 목 - 선생님 진짜 목이 너무 아파요 ㅠ
오늘도 한 두시간에 한번씩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극심한 목아픔에 6시부터는 도저히 드러누워 잠자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사탕도 먹어보고 꿀도 먹어보고 소금물 가글도 해보고 뜨신물도 마셔보고 뜨신물에서 나는 김에 목구멍을 갖다 대고 뜨거운 김을 쏘이면서 나아져라 나아져라를 반복했지만 달라질 기미가 안보였다. 샤워를 하면 습환 환경에 목 통증을 어느정도 줄일 수 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보고는 6시부터 인나 씻기 시작했다. 그래도 안되는건 안되더군ㅡ '내가 진짜 아프긴 아프구나'를 느낀 건 화장실에 있는 대리석 무늬 타일이 어른어른 움직이며 불꽃처럼 보일때였는데 약에 취해 잠을 너무 많이 자서 그런건지 무튼 그 경험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아침 9시 병원문이 열리자 마자 비대면 진료를 시도. 안나오는 목소리로 네네만 해가면서 증상을 설명했다. 선생님은 더 쎈 약을 처방해 주셨는데 이 약으로도 안된다면 내일은 병원에 나와서 주사를 맞아보자고 하셨다. 그래도 난 격리대상잔데.. 치료 받는 거긴 해도 내가 불안해서 제발 처방해주신 약 먹고 나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목을 어떻게든 보호하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통증이 사그라들까 싶어 계속 마스크 쓰고 잘 때도 쓰고 잤고, 목에 손수건도 두르고 잤다.
22.11.18. 금 - 극심한 인후통은 사라지기 시작.
정말 다행이다. 어제 새로 처방받은 약이 쎄긴 쎈가보다. 오늘 아침에는 목을 부여잡고 일어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침 삼킬 때의 불편함은 어느정도 감수해야 했다. 사포로 문댄 것 같은 극도의 인후통은 그래도 끝났는가보다ㅡ 누군가는 면도칼을 삼킨듯한 고통이라고 표현했던데 공감 한표 주고 싶다. 내가 살면서 겪어본 인후통 중에 제일 심했으니까.
이제 조금씩 고통도 줄고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가는 중인 것 같아 다행이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약먹고 자고 약먹고 자고.
22.11.19. 토 - 이제 다 나았어요.
양쪽 부모님들의 걱정이 많으신데 오늘 통화에선 '이제 다 나았어요'라고 말했다. 이 정도 말할 수 있을 만큼 정말 많이 괜찮아졌다. 오늘은 모처럼 아픔 잊고 자느라 늦게 일어났고 처방해 주신 약도 다 먹었으니 괜찮아야지.
목소리도 어느정도 돌아왔고 이젠 삼킬 때 많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이다. 화장실 자주 가는 증상도 화요일 수요일까지는 그렇더니 이젠 괜찮다. 이건 코로나 증상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어쨋든 괜찮아져서 더이상 불편하지 않으니까 너무 좋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우리 둘다 좀 아프고 나아서 그런지 기운은 좀 없다. 뭘 좀 먹고 기운 차려서 원래의 텐션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빠른 시일내에 해결 될 것 같지는 않다. 말로 설명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기운 없음과 머리 띵함이 아직도 남아있는 상태.
22.11.20. 일 - 이제 격리 끝ㅡ
오늘 자정이 지나면 격리 끝이다. 아픈 것도 거의 다 나았고 목소리도 나오고 삼키는 것도 가능하니까. 약은 어제부로 다 먹었지만 약을 안먹어도 왜케 계속 졸리고 기운이 없는지는 모르겠다. 주말이라 그럴 수도 있고ㅡ 애니웨이. 내일 당장 원래의 컨디션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으나 글쎄. 지금의 상태로 봐서는 70% 정도의 기운만 나지 않을까 싶다. 잔기침과 가래, 약간의 가슴 답답함과 머리 띵함으로 상비해 둔 감기약과 두통약을 먹었다.
후유증이 어떤 증상으로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으나 이제 막 앓고 났으니 한 동안은 조금 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원래 집순이 집돌이라 TV랑 친한 우리는 이번 격리기간 동안 티빙덕을 많이 봤다. 약먹고 드러누워도 잠이 안올 때는 보일러 켜고 뜨뜻한 바닥에 누워 신서유기를 그렇게 봤다. 생각 없이 깔깔 대고 웃다가 콜록콜록 켁켁 거리고 또 웃고ㅡ 아픔 잊고 시간 때우기에는 예능프로가 최고다.
공교롭게 둘이 같이 아파서 같이 격리되다 보니 서로가 서로의 보호자 이면서 환자 이면서 이상 요상하게 보낸 일주일이었다. 아파 죽겠으면서도 같이 먹고 나아야 된다며 뜨신물 끓여 서로 차를 타주고 목이 아프고 기운 없어 서로 손가락만 까딱거리는 것도 그렇고.
같이 아파보니까 서로가 더 소중하고 잘해줘야 겠다 싶은 생각이 들지만 안 아파도 서로 잘 할테니 이런건 다시는 안 겪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다. 아무리 조심을 해도 눈에도 안보이게 작디 작은 바이러스를 무슨수로 피해다니겠나 싶고ㅡ 어서 빨리 코로나든 다른거든 사람들이 아파할만한 위험한 것들은 사라지길 바랄 뿐.
다들 건강이 최고입니다. 건강하세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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