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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_Anna

영화를 보고 나와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

오늘 가볼 식당은 지난 번 친구 민지를 만나서 수다를 떨었던 파스타집이다.

분위기도 좋고 맛도 있었어서 오빠랑 한번 더 와봐야지 싶었는데ㅡ 명절 당일인 오늘도 마침 영업중이어서 잘됐지 싶었다.

영화 끝나는 시간에 맞춰 예약을 하고 가려다가 네이버 예약에 시간이 너무 애매하게 남았길래 '에이 설마 우리 두명 자리 없겠나' 하고 그냥 부딪혀 보기로 했다. 그래도 문을 연다는 건 알았으니 말이다.

연남동이 이렇게 까지 조용하고 사람 없는 건 처음인 듯. 꽤나 날이 더웠지만 길따라 조금 걸어가보니 반갑게도 불 켠 식당 발견. 블루쇼 파스타다.

외국 골목길에 있는 음식점 같이 생겨서 밖에서만 봐도 예뻤던 이 곳.

다행히 예약을 안했으나 우리가 앉을 테이블이 하나쯤은 남아있었고 웨이팅 없이 바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는데 정말이지 운이 좋았던게 조금만 늦었으면 자리 없을뻔 했다. 계속해서 예약자가 들어왔고 우리처럼 그냥 온 손님들은 몇분 돌아가기도 했다. 우린 행운자.

지난번 왔을 때도 느낀거지만 인테리어가 참 예쁘다.

실내인 듯 실외인 듯한 분위기ㅡ

바닥은 마룻바닥인데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붉은색 벽과 조명은 또 실외 같고 묘했다. 빈티지한 나무 선반에는 손때가 묻은 듯한 책과 소품이 놓여져 있어서 외국 옛날 집 구경하는 기분도 들고 신기방기.

창틀에 올라간 소품들은 귀욤귀욤하고 아늑했고 마당에 있어야 맞을 것 같은 작은 미니 분수는 가게 안에 있어도 이질적이지 않고 잘 어우러져서 분위기 있었다.

인공적으로 밝은 조명을 쓰지 않아서 먼가 더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에 맛있는 냄새까지 나니까 더 좋았던 것 같다.

두꺼운 유리병에 로즈마리가 동동 떠 있는 생수병을 받았는데 레몬 띄운 물은 몇번 먹어봤어도 병 속에 허브가 들어간건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듯 하다. 미각이 엄청나게 뛰어난게 아니다 보니 물맛에서는 큰 감동이 없었을지 모르나 우선은 시각적으로 아주 만족 스럽더군ㅡ

저번에는 스테이크랑 한정 메뉴라는 연어 파스타를 먹었었는데, 오빠가 오일 보다는 소스파여서 오늘은 베이컨 올라간 토마토 파스타를 골라봤다.

에피타이저까지 나오는 세트메뉴를 먹을까도 했는데 양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나름 절제한다고 한게 스테이크에 파스타다. 애니웨이. 음식 나올 때까지 잠시 테이블이랑 커트러리 구경 시간. 먼가 베이직하면서도 멋낸 커트러리도 예쁘다.

식전빵이 따뜻하니 마늘 향이 솔솔나는게 먹음직 스러웠고 토마토 소스 올려서 한입 먹으니 더 맛있었다.

빵 먹으면서 맛있다 맛있다 하는 사이 나온 스테이크. 일단 비주얼이 좋다ㅡ

파스타도 스테이크도 우리집에는 없는 큰 사이즈에 도톰하고 예쁜 접시에 나오는데 접시 구경하는 재미도 있더라. 갖고 싶게 생긴 아이들.

파스타도 빨간색 소스에 분홍색 도톰한 베이컨, 초록초록한 야채(먼지 모르겠다. 서양 야채에 몹시 취약한 나)를 얹으니까 모양도 맛도 풍성한 것. 맛있다 :)

가운데는 계란노른자 소스에 당근, 아스파라거스, 토마토까지 알록달록해서 먹기 아까운 비주얼의 스테이크. 야들야들한 것이 먹는 맛도 좋더구만.

베이컨이랑 같이 나온 감자랑 양파볶음이 적당히 아삭아삭한게 짭쪼롬하고 내 스타일이더군. 고기만 딱 먹는게 아니라 이거랑 저거랑 섞어 먹으니까 더 맛있고 재밌는 음식이었다. 잘 골랐으.

든든하게 밥 먹고 이제 나가려는데 손님들한테 서비스로 슬러시를 한 잔씩 주신단다. 바로 카페에 갈 거라 저번에도 이번에도 아쉽지만 괜찮다고 받아들지 않았다. 다음번에는 꼭 한번 먹어보리라ㅡ 슬러시도 맛있을 것만 같다.

오늘도 기분 좋은 예쁜데서 예쁜 것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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