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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_Anna

안동 왔으니까 탈춤을 보러 가야지.

오후 2시에 하회탈춤 공연이 있으니까 그때 하회마을에 있으려면 오전에 병산서원을 갔다가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면 될 것 같았다. 먹거리는 옛 안동역 근처에만 밀집되어 있는 줄 알고 하회마을 가면 뭘 먹어야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이곳에 하회장터라고 여러 맛집이 모여있다.

오늘 점심으로 정한 메뉴는 헛제사밥. 가짜 제사밥이라는 뜻으로 양반 동네였던 안동에서 예전부터 내려오는 음식이라고 들었다. 안동은 세번째 이지만 이제서야 먹어본다.

하회마을 헛제사밥 맛집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청기와민속식당. 장터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보여서 찾기 쉬웠다.

점심시간임에도 마침 사람이 없어서 한가하다 싶었는데 역시나ㅡ 주문하는 찰나에 자리 꽉 찬다. 조금만 늦게 들어왔으면 자리 없을 뻔했다.

안동에서 먹을 수 있는 여러 음식을 다 팔고 있었지만 우리의 선택은 원픽대로 헛제사밥 2인분.

주문을 하고 따뜻하게 몸 녹이며 가게 분위기를 살폈다. 정감가고 아늑한 느낌.

곧 음식이 나왔는데 헛제사밥은 제사 때 먹는 나물에 간장을 넣고 비벼먹는 비빔밥이었다. 깨소금이 솔솔 뿌려져 있는게 보기만 해도 고소하다.

사장님이 '간장 넣고 싹싹 비비면 맛있어요' 하시면서 제사상에 올라가는 전도 한접시 가져다 주셨다. 제기에 담겨서 나오니까 같은 전을 먹어도 진짜 느낌이 달라보이네ㅡ 동그랑땡, 꼬지, 애호박 등 하나씩 맛볼 수 있게 2개씩 담겨 있다.

쓱쓱 비비고 김가루까지 뿌렸더니 더 먹음직 스럽다. 어디한번 먼저 국으로 목을 축이고 본격적으로 먹어보려는데 국 한숟갈 떠먹고 맛집인걸 바로 알았다. 간도 딱 맞고 감칠맛에 입맛이 확돋더라.

달래무침을 보니까 봄이구나 싶다. 올해들어 처음으로 챙겨먹는 봄맞이 음식이라니ㅡ 새콤 달콤하면서 향이 진한게 참 맛있었다.

밥도 맛났지만 전도 다 맛있었다. 흔하게 자주 먹는 두부 괜히 더 단단하고 고소한 것 같고 가장 기억에 남고 특이했던 건 다시마전? 인가 처음 먹어보는 건데 꼭 샌드 과자처럼 생겨가지고 쫄깃한 식감도 좋았다.

고기를 먹더니 오빠가 "우와 이거 진짜 너무 부드럽다 녹아 녹아"하고 놀란다. 얼른 따라 입에 넣어보니 진짜 부드러웠다.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되게 고기가 부드러울 수가 있지 싶어 둘이 얘기를 하다가 '아.. 이건 고기가 아니라 생선인가보다'했다가 생긴 건 꼭 고기라서 '에이 아니야.. 고기를 생선처럼 이렇게 부드럽게 요리하신 걸거야'라고 얘기가 전개됐다.

그래 둘이 이러고 얘기 해봐야 둘다 모르는 애들이라 결론 못내리겠다 싶어 마침 옆으로 지나가시는 사장님을 불러 여쭤봤다.

"이모, 이건 고기 맞죠? 엄청 부드러워요"

"아, 이거는 돔베기라꼬 여기 경상도에서 제사 때 올리는 건데 상어 고기라ㅡ"

와우 내가 상어를 먹어본 적이 있던가..? 아마도 처음인데 되게 부드럽고 맛있다. 생긴 건 영락없는 보쌈인데 식감은 되게 부드러운 장조림같고 맛도 짭쪼롬하다.

바쁜 손놀림에 빈접시가 하나 둘. 한 가득 담겨있던 비빔밥도 바닥을 보였다.

든든하게 먹었는데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고 편안한 메뉴라서 하회마을 걷는 내내 오빠가 점심식사를 어찌나 만족스러워 하던지.

맛집 찾아 데려간 보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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