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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3_Anna
오늘의 메인 일정은 봉정사에 가는 것이다.
돌아가는 기차 시간은 14:50이니까ㅡ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맛난 점심식사까지 마쳐야 했다.
봉정사 근처에 맛집이 있을까 싶었는데 드라이브하면서 올라가는 길에 보니 예쁜 카페들이 많다. 그렇다면 맛집도 곳곳에 있겠지 싶었다.
안동에서 유명하다는 음식은 거의 다 먹어본 것 같아 꼭 사수하겠다는 메뉴는 딱히 없었고 주차를 하면서 저쪽 끝에 음식점을 발견한 오빠가 "저기 진짜 찐 맛집 같이 생기지 않았어? 우리 점심 저기서 먹을까?"라고 했다. 

손두부를 파는 식당. 황토집 손두부. 오빠말을 듣고 보니 진짜 좀 궁금하다.

문을 열고 들어섰더니 진짜 오래된 정감가는 분위기다. 조용조용하게 한 테이블이 식사중이셨고 사장님 혼자 바삐 움직이고 계셨다. 뜨끈뜨끈한 장판 바닥에 곳곳에는 서예 액자가 걸려있고 옛날 시골집 온것 같은 기분.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으려는데 원산지 표시가 눈에 띈다. 원산지는 우리밭.

국산보다 더욱 강력한 저 단어를 보자마자 찐 맛집을 잘도 찾아 왔구나 싶었고 셀프 코너에 마련된 반찬을 보자마자 식욕이 뿜뿜이었다.
각종 나물과 김치를 접시에 조금씩 담아 테이블로 가져왔다. 어제 달래무침에 이어 돈나물로 봄 느낌 살려주고ㅡ

내가 좋아하는 배추 샐러드도 한 웅큼.

보글보글 뭐가 끓고 있길래 얘는 뭔가 하고 뚜껑을 열어보니 세상에나 밑반찬이 제육볶음이다. 제육볶음은 원래 메인메뉴 아닌가.. ? 딱 봐도 너무 먹음직스러운데 왜 밑반찬 자리에 메인이 끼어 있나 싶은 의아함을 가지고 한 접시 담아봤다.

밥에 밑반찬만 먹어도 괜찮을 것 같은 비주얼.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기전 반찬부터 하나씩 맛 봤는데 하나같이 다 맛있다.

곧이어 등장한 진짜 메인메뉴 두부찌개. 보글보글 끓는 찌개 냄새가 너무 좋았다. 끓기 시작하면 먹으라고 하셔서 불을 줄이고 한 그릇씩 덜어 국물부터 맛을 봤다. 그.런.데ㅡ

세상에나 진짜 진짜 너무 맛있다. 왜 제육볶음이 이 집에선 메인메뉴가 아니라 밑반찬인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
얼마만큼 맛이 있냐면ㅡ 어제 저녁에 먹은 10만원 어치 안동한우 생갈비를 뛰어 넘을 정도의 감동이랄까. 생갈비를 먹었을 때도 입에서 살살 녹는다며 감동 받았었는데 그걸 가볍게 뛰어 넘는 수준이다.

거무스름한 손두부를 같이 떠 먹으면 맛은 더 좋다. 두부가 정말 단단하고 고소했다. 거기에다 고기에 버섯에 건더기도 잔뜩 들어서 맛도 식감도 푸짐한 것.

오빠의 소울 푸드 제육볶음. 비록 이곳에선 메인이 아닌 밑반찬 석에 앉아있지만 얘도 찌개 없이 내놨다면 바로 메인감이다. 너무 맵지 않으면서도 달달하면서도 버섯가득한 제육볶음이 향도 맛도 너무 좋았다.

배추 샐러드도 향긋하고 신선한게 입맛을 계속계속 돋우고ㅡ 겉절이라 부르기엔 먼가 더 깨끗한 맛이랄까.

평소에는 잘 안먹는 시금치와 고사리도 적당히 아삭아삭하면서 고소한 것이 여기서는 꿀맛이다.

피리부는 사나이 스타일이라 또 밥먹는 사이에 테이블이 꽉 찼다. 단골처럼 보이는 한 가족은 "이모, 오늘도 사람많네예~ 내가 안에 상 필게예~" 하시고는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셨다. 늘 사람 많은 풍경이 익숙하신 듯 했다.
우리 옆에 앉은 또 다른 가족손님은 아들 딸이 찾은 인스타 맛집을 가려다가 엄마 아빠 말에 우연히 이곳을 오게되었나본데 "역시 엄마아빠의 연륜은 이길 수 없다"면서 정말 너무너무 맛있다고 계속 "와~"하고 감탄을 하시곤 했다.
우리 또한 음식맛에 감탄하는 손님이라 금방 또 빈접시가 달그락 거리기 시작했다.

들어올 땐 분명 신발이 이렇게 많지 않았는데 밥 먹고 돌아가는 사이 신발장은 물론이요, 입구까지 신발이 넘친다.

안동에서 먹은 것 중에 가심비 최고인 찐 맛집. 오빠 덕에 이런 데도 다 알게되고 너무너무 만족스럽게 기분좋게 한끼를 먹고 배 두드리는게 기분 좋은 곳.
제육볶음 보다 맛있는 두부찌개 또 먹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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