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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5_Anna
양평에 와서 맛난 밥 먹고 신나게 수영도 하고 늦은 저녁이 되자 여유가 생겼다.
해가 어둑어둑 저물어갈 무렵 엄마는 근처에 예쁜 카페가 하나 있던데 아직도 못가봤다며 오빠랑 밤산책으로 다녀오고 어떤지 얘기해 달라 하셨다.
그렇게 평소 데이트 코스와는 다르게 우린 늦은 저녁에 카페를 찾게되었다.
꽤나 큰 규모이지만 주변이 조용한 것이 참 맘에 들었고 입구에 붙어 있는 현수막 멘트에 기대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으니
"답답해 죽겠네, 여기를 몰라서"
먼가 귀엽기도한 멘트에 웃음 짓고는 가게로 들어섰다.

근래에 새로 지어진 갤러리 같기도 하고 건물 외관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한 느낌이었다. 
먼가 고급지면서 새것같은 분위기.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색감의 거친 벽돌 느낌이 들어갈 때부터 먼가 맘에 들었다.

가게 내부도 벽면 곳곳에 그림들이 걸려있고 특이한 소파들이 개성있게 배치되어 있는게 독특했다.
이런 걸 두고 힙하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확실히 젊은 느낌에 모던하면서도 알록달록한 특징이 있었다.
건물 2채가 연결되어 있는 구조 였는데 오늘 우리의 선택은 안채였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 봤더니 지나왔던 건물의 분위기와는 사뭇다른 조용하고 약간은 중후한 느낌의 공간이 나타났다.

음악을 들으면서 술 한잔, 차 한잔을 마실수 있는 곳인듯 했는데ㅡ
특이하게 과학실에서나 봐야 할 것 같이 생긴 비커와 유리병으로 차를 내려 먹을 수 있었다. 
또 이런걸 봤는데 그냥 지나쳐볼 수가 있나..! 시간도 늦어 커피를 마시기에는 부담스러웠던 차에 너무 잘됐다.

오빠는 캐모마일, 나는 시그니처가 붙어 있는 루이보스 빌베리를 골랐다.
무슨 원리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냥 보고 있는 자체로도 힐링 기분. 물멍이면서도 불멍이면서도 거기에 플러스 향긋함까지 더해지니까 한없이 릴렉스 되는게 최고였다.

예쁜 의자에 앉아 예쁜 찻잔에 차를 내려 마시는데 밖에 풍경은 좋고 음악도 좋고 너무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차보다는 늘 커피나 달달한 음료를 선택하곤 했으나, 정말 정통으로 차를 내려 마시면 이렇게 맛있는 거구나 싶을 만큼 내가 마셔본 차 중에서 향으로는 정말이지 남달랐다. 색도 예쁘고ㅡ

벽면가득 진열된 LP. 
"좋아하는 노래 있으세요? 틀어드릴게요" 
노래를 신청해서 들을 수 있을 거란 계획이 없었던 통에 순간 당황했던 우리라
"지금 노래들도 너무 좋아요" 하고 한동안 음악에 빠져 시간 가는 것도 모르고 앉아만 있었다.

이미 이전에 신청된 곡들도 다 내가 좋아하는 곡이었고, 모르는 곡은 모르는 대로ㅡ 아는 곡은 아는 대로 즐기고 감상하는 것 자체. 그 시간 그대로가 그냥 좋더라.

이곳은 단순히 차만 마시고 음악만 듣고 나가는 곳은 아니었다.
차를 다 마시고는 인테리어 구경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하다보니 여러 액티비티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날 맑은 쨍한 날 사진 찍으면 겁나 이쁘게 나올 것 같은 보라색 테니스장
(오늘은 테니스 사람이 없었지만 두번째 방문 때는 흰색 운동복을 커플로 맞춰입고 열정적으로 테니스를 치는 손님을 봤는데 너무 멋있어 보이더군)

LP가 모여있는 안쪽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 곳곳에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과 먼가 더 젊고 밝은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당구도 치고 보드게임도 하고 PC게임도 하고ㅡ 당구장이자 보드게임방이면서 PC방이고, 카페이면서 갤러리인 독특한 공간.

인테리어에 신경을 정말 많이 썼다고 느껴지는게 알록달록한 타일이며 모양도 색도 다양했던 소파까지ㅡ 감각적이고 세련된 분위기가 차를 다 마셔도 한 동안은 떠나기 싫은 정말이지 구경할 맛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공간이었다.

한 동안의 카페놀이를 음악과 함께 맘껏 즐긴 우리는 집에 돌아가 엄마에게도 이모랑 꼭 같이 한번 가보라며 왕 추천을 했다.
그리고는 6월이 되어 친구들을 데려간 친정 방문에서도 이곳을 한 번 더 찾았다.
차를 좋아하는 내 친구 성심이가 무조건 좋아할 곳이라는 확신이 있었으므로 자신감에 차 애들을 데려왔더니 역시나.
두번째 방문. 우리의 선택은 이문세와 이승환이었고ㅡ
차에 취해 음악에 취했더니 다들 또 가족이 보고 싶었는지 각자 집에 있는 남편들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이 노래와 이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전하고자 노력한 우리였다.
현수막 멘트처럼 이곳을 모른다는건 참으로 답답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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