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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3_Anna
안동 마지막 날. 
봉정사에 갔다가 점심밥을 먹고 서울로 올라가는 일정이다.
봉정사까지는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서 오늘의 출발은 더 느긋했다. 새벽에 살짝 눈이 왔던 모양인데 이런 날씨 요정을 봤나, 우리가 출발하니 해가 뜬다.

곧 도착. 오늘 무슨 행사가 있는 건지 관광버스와 사람들이 복작복작하니 많았다.
유네스코 표시는 안동 곳곳에서 너무 자주 볼 수 있음에도 볼 때 마다 멋있는 것 같다.

눈이 왔던 터라 촉촉하게 젖은 산길을 올라가는데 나무 향이 더 짙게 나는 것 같고 신선했다. 코가 뻥 뚫리는 기분을 느끼면서 '숲속을 걸어요' 동요를 부르고 투스텝을 뛰는 신나는 산책길.

다 왔는 줄 알았는데 아직 아니다. 조금 더 조금 더 일주문을 지나 올라간다.

드디어 내부가 보이기 시작. 돌계단 위에 만세루가 보이는데 계단으로는 오를 수 없고 옆길로 돌아가야 한다. 어제 하회마을에 이어 오늘 본 보호수도 정말 멋드러지게 생겼다.

돌아 올라가는 길은 봄이다. 꽃봉오리 사이사이로 꽃이 조금 피기 시작했고ㅡ 꽃을 보면 왜 설레는지 언제부턴가 꽃다발 보다는 길가의 꽃나무를 더 좋아하는 나이가 된 나는 포커스 맞춰서 사진을 찍어대기 바빴다. 그리고 곧 내 주위에 카메라를 든 아주머니들이 몰려들었다.

봉정사 대웅전. ㅁ자로 둘러싸인 마당이 소박한 듯 웅장했다. 봉정사는 '봉황이 머물렀던 자리'라고 해서 봉정사라고 한다. 신라 문무왕 시대에 만들어져서 1300년이나 된 안동에서 제일 큰 사찰.
안동에 처음 왔을 때는 봉정사를 잘 몰라서 여행계획에서 빼려다가 숙소 주인 언니가 봉정사는 꼭 가야 된다고 해서 안가면 후회할 까봐 혼자 배낭을 메고 첫차를 타고 왔던 기억이 있다. 아직 문을 열 시간도 안된 터라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스님이 맞아주셔서 들어갔었는데 정말 안왔으면 큰일 날뻔 했다고 느꼈던 조용하고 아늑한 곳이었다.

새벽에 내린 눈 때문에 처마끝에 눈이 녹아 물이 떨어지는데 그 모습이 예뻤다. 어디선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기와지붕에서 물 떨어지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들은 적 있는데 그렇게까지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얼마나 멋질지 조금은 상상할 수 있었다.

화엄강당을 지나면 삼층석탑 뒤로 극락전이 보인다. 보통 사찰이라고 하면 대웅전 앞이 사람들이 제일 많을 텐데 이곳은 극락전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나도 그렇고ㅡ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 봉정사 극락전.
노란 벽면에 밝게 해가 비치면서 다른 건물보다 유독 더 눈에 들어온다.

극락전에는 계속해서 기도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데ㅡ 종교를 떠나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나한텐 너무 힐링이라 한동안 서서 지켜봤다. 극락전의 모습과 기도하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잘 어울리는 풍경같다.

 

역시나 오길 잘 했다는 생각으로 안동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돌아가려는 차. 안동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천동 석불상을 지나가길래 잠시 들러봤다.
제비원 연미사에서 대웅전을 지나 모퉁이를 조금만 돌아가면 석불상을 볼 수 있다.

주변이 바위로 둘러싸여서 더 조용하고 경건한 느낌이었던 기도 공간.

기도하는 자리에서 올려다보는 마애여래입상의 표정이 온화하다. 

높이가 고개를 뒤로 팍 젖혀서 올라다 봐도 얼굴이 잘 안보이는 구도였는데 내려가서 조금은 거리를 두고 석불상을 보면 표정이 더욱 잘 보인다.

안동 여행의 마무리를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해서 그런지 마음이 더 평안하고 따뜻한 것 같다.
나 혼자만 아는 척 하고 좋아라 하던 안동을 이제 오빠도 너무 좋아하게 되어서 더 좋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도 더 많이 생기고ㅡ 추억거리. 웃었던 순간도 많이많이 생기고.
역시 여기 오길 잘했다. 안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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