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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2_Anna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는 god메들리.
콘서트장 온 것 마냥 목청 터치게 노래를 따라부르며 신나게 달리는 중에도 가끔씩 '낙동강' 표지판을 만날 때면 어김없이 "낙도옹강~ 강바아라아아암이~ 치마폭을 스치이이이이며언~"하고 제목도 모르는 트롯 한구절을 불러댔다.
오전에는 병산서원에 있다가 하회마을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탈춤도 보고 부용대 올라가 해지는 것도 보고 하루종일 머물 예정.
병산서원은 친구들과 함께 가본 적 있는데 안동 여행 중 친구가 가장 맘에 들어한 장소였다. 도산서원이랑은 또 다른 분위기로 서원 앞에는 절벽아래 강이 흐르고 경치가 끝내준다.
도착해서 스탬프부터 찍어주고 사람들 따라서 서원으로 향했다. 어제보다는 날이 따뜻하고 바람도 덜 부는 것 같아서 걷는게 좋더군.

금방 도착한 병산서원. 세계유산 표시가 멋지다 멋져ㅡ

서원에 들어와서 뒤를 돌아보면 내가 기억하던 그 멋진 풍경 그대로다. 대문이 꼭 액자처럼 산과 강의 풍경이 보이고 강물이 반짝반짝. 날이 더 따뜻해져서 잔디가 푸릇푸릇해지면 더 더 멋있겠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서울보다 빠른 봄을 느꼈다. 정말이지 말그대로 양지바른 곳ㅡ 가지 끝마다 꽃봉오리들이 귀엽게 자리잡았다.

서원을 한바퀴 둘러보고 물가로 나와 물멍의 시간을 가져봤다. 어제 도산서원보다 강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어서 좋다. 어렸을 때 생각 돋게 물수제비도 띄우고 나잡아 봐라도 하고 재미진 시간을 보내봤다.

예전에는 길 따라서 하회마을을 걸어갔는데 플랫슈즈 신고 온 친구 발 밑창이 떨어져서 아직도 안동 갔을 때 얘기하면 이 얘기를 하면서 웃는다.
분명 안내상으로 1시간 30분 소요라는데 우린 그때 꽃구경하고 신발보고 놀려대고 웃느라 3시간은 걸렸던 것 같다. 나름 산길이라 꽤나 고생했던 기억.

주차장으로 돌아가는데 봄맞이 나들이객들의 관광버스가 우르르 들어온다. 버스에서 내리는 상춘객들 표정이 다들 보기 좋네ㅡ

차를 타고 하회마을까지는 아주 금방.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셔틀버스를 타러 갔다. 버스가 계속계속 와서 한대 놓쳐도 금방 또 다음차를 타고 갈 수 있다.

한국인의 미소 옆에서 인자한 표정으로 기념샷을 찍어 주고 우리도 마을로 고우ㅡ

마을에 들어섰더니 어제 일직식당 앞에서 봤던 트램모양 버스가 있다. 안동 시내까지 나가는 버스라고 한다. 

탈춤 공연까지는 약 30분 정도가 남았지만 오늘 주말이라 사람도 많고 자리를 맡으려면 서둘러야 할 듯 했다. 만송정 따라 쭉 직진했더니 맞은편에 부용대가 보인다.
'저기가 부용대야, 이따가 탈춤 보고 올라가자'라고 맛보기로 봤는데 잘 보면 사람들 왔다갔다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마을 끝까지 쭉 들어왔더니 너른 마당에서 기념품을 판다. 안동을 기억하기에 좋은 골동품 느낌의 물건들ㅡ 각시탈과 양반탈 마그넷을 하나씩 골라봤다.

한쪽에 2024년 운세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있길래 천원씩 복채를 내고 뽑아봤다. 후훗 재밌네.

탈춤 공연장이 마을 안에 있는 줄 들어온 건데 공연장은 여기가 아니네?! 셔틀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이렇게 표지판도 잘 되어 있고 우리 손엔 하회마을 지도도 있었는데 마냥 신나서 사람들 따라 가느라고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나쳐 버렸나 보다.

표지판 따라 보이는 공연장에서 쿵쿵쿵 하고 벌써 북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급한 마음에 마구 달려 공연장으로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꽉 들어찼지만 다행히 한쪽에 서서 사람들 어깨 사이사이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해학과 풍자로 학창 시절에 배우던 내용을 교과서가 아닌 직접 눈으로 보고 즐기니까 신기방기하고 재밌었다. 특히나 탈춤 공연 처음 본 울 오빠가 참 재밌어 했고ㅡ 한동안 (아니 사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둘다 신나는 순간이 있을 때 마다 어깨춤을 췄다. 
공연은 약 50분 정도 진행된 것 같은데 중간 중간 애드립이랑 관객과의 대화도 꿀잼이라 시간 가는줄 모르고 계속 박수를 쳤다. 무형문화재 배우님이 나오실 때는 박수소리가 더욱 거셌다.
백정, 부네, 스님, 양반, 선비 등 등장 인물도 참 많고 얘기도 다양하지만 난 그 중에 '이매'가 좋더라. 움직임도 동작도 먼가 느린듯 하면서 더 매력적인 듯 했고 부네의 춤사위가 먼가 모르게 약간 약오르는 기분이었는데 오빠가 아직도 따라할 때마다 표정이랑 아주 꼴뵈기 시르미다. 훗ㅡ
공연이 끝나고 이제 부용대로 가는 길.
예전에는 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 옥연정사 쪽으로 올라갔었는데, 앞으로 쭉 그럴 건지 오늘만 이런 건지 모르겠으나 배가 없었다.

부용대 위에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게 보이는데 도대체 저 사람들은 강을 어떻게 건너간건가 싶어 지도를 펼쳐봤더니 아무래도 차를 타고 화천서원으로 가 거기서 걸어 올라갈 듯 싶어서 부용대 가기 전에 마을 안으로 들어가 구석구석 구경 먼저 하기로.
커다란 보호수는 생긴 모양새도 특이했다. 굵기도 엄청나고 크고 진짜 마을을 보호해줄 것 처럼 생겼다.

복을 비는 삼신당 신목 앞에는 원하는 바람들을 적어 기도하는 사람들로 복작복작이었다.

날씨도 맑고 조용하고 고즈넉한 기와 건축 풍경이 예뻤다.

엘리자베스 여왕 방문 기념 나무랑 로열웨이 표시도 보고ㅡ 봉정사 가는길에도 곳곳에 가끔 로열웨이 표지판이 나타난다.

마을 내부도 좋지만 만송정 경치가 맘에 쏙 들었던 터라 다시 찾았다. 만송정은 휴식중이라 소나무 사이사이를 밟고 지나갈 수는 없고 대신에 강 가까이로 나갈 수 있게 한 쪽으로 길이 나있다.

부용대에 올가가서 이쪽 경치를 보면 또 어떤 모습일까. 차를 타고 나가 반대편으로 가본다ㅡ

부용대 오르기 전에 옥연정사 먼저 구경하고ㅡ 다시 표지판 앞으로 돌아와 부용대로 간다.

언덕은 언덕이라 오르는데 숨이 차긴 하지만 그리 높은 등산길은 아니다. 그리고 오르면 마침내 멋진 풍경이 쫘악.

낙동강이 마을을 돌아나가서 하회마을이요, 그 모습이 마치 연꽃같다 하여 부용대 라는데ㅡ 오늘은 아쉽게도 물이 그리 많지 않다. 비가 좀 적당히 촉촉하게 와서 '하회'에 더 걸맞는 풍경이 되길 바랐다.

그래도 올라와서 마을을 내려다 보면 초가지붕 기와지붕 예쁘게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미니어쳐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예쁘다. 꽤나 바람이 불어서 사진 찍을 때 조심조심을 연발하는 우리였다.
마침 해 질 녘이라 마을이 주황빛으로 변하면서 낙동강 윤슬이 더 반짝이는 듯했다. 힘은 들었으나 정말 올라오지 않으면 안될 풍경.
오늘도 역시 멋진 풍경, 재밌는 볼거리에 즐거운 안동 2일차ㅡ 탈춤 공연에서 가장 가슴에 와닿았던 대사를 연발하며 점점 더 무르익어 가는 여행.
춤이나 추고 놀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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