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24.01.03_Anna
계획대로라면 오늘은 출근을 했어야 맞다.
어제 공항에 도착해 체크인까지 마치고 게이트까지 찾아갔는데ㅡ 며칠전 지진으로 인해 피해복구에 나섰던 공군들이 사고를 당했단다. 그 여파로 공항은 마비. 그렇다.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우린 도쿄에서의 하루가 더 생겼다.
어젯밤 공항은 말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일행들끼리 싸우는 사람도 많이 봤고, 항공사에 따지는 사람들도 있고 했으나 우린 그 가운데서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ㅡ 회사에 이 사실을 바로 알리고, 묵었던 숙소에 전화를 걸어 하룻밤 더 있다 갈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신주쿠로 돌아갔다.
정신없는 하룻밤을 보내고 오늘이 정말 도쿄에서 맞는 마지막 아침.
어제도 계획이 없었지만 오늘은 더 하다. 그래도 마지막 하루를 더 선물처럼 보내고자 도쿄 가볼만한 곳을 계속해서 검색하던 오빠가 유독 내 마음을 확 꽂히게 한 아주 매력적인 곳을 찾아내고 말았다.
지하철을 타고 이다바시역에 내려보니 사진으로 봤던 것 보다 더 맘에 드는 분위기였다.

복작복작하긴 했지만 번잡스럽지는 않고 차가 다니지 않아서 걷기가 좋으며 양쪽으로는 구경거리 먹거리가 즐비한 골목길이었는데 바로 가구라자카 거리다.
이곳에서 여유있게 티타임을 즐기고 산책을 하다가 비행기 타기전에 스시를 한 접시 하고 돌아가면 딱이겠지 싶었다.
거리 입구에서부터 궁금한 가게들이 참 많았다. 우리 오빠가 좋아하는 다육이를 잔뜩 모아놔서 안 들어갈 수가 없었던 곳.
다육이 뿐 아니라 작고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직접만든 카드와 편지지를 파는 가게였는데 알록달록한 종이와 손글씨가 귀여워 보이더라.
자투리 종이만 따로 모아 묶음으로 팔았는데 하나 살까 말까 되게 망설이게 하는 기념품이었다.

일본스럽지 않게 이색적인 물건들만 모아놓은 가게도 이었다. 이곳에서 아일랜드를 발견하니 그것 또한 반갑더라. 어딜 가든 언제든 아일랜드를 발견할 때마다 오빠는 그렇게 아는척을 하고 나를 불러 세운다. 
나중에 꼭 오빠를 데려가줘야지 안되겠다ㅡ

길을 따라 걷다보니까 사람들이 기도하러 모이는 곳을 발견하게 됐다. 바로 젠코쿠지.
신년이다 보니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복을 빌러 오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 같은데 난 종교를 떠나서 그런 사람들을 보고만 있어도 조금 힐링이 되는 편이라 한동안 그 앞에 서서 사람들을 지켜보다 나왔다.

젠코쿠지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 신기한 가게를 발견했다.
여러 복을 비는 물건들을 모아서 파는 곳 같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못봤던 풍경 같아서 나한테는 되게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12지신 띠에 맞춰서 자신에게 맞는 복을 고르기도 하고 다른 이의 복을 빌 수 있는 물건을 살 수 있는 곳 인가 보다.

가게를 지나치며 골목골목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엊그제 봤던 가마쿠라 지역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다른 가게 중 유독 인상이 깊었던 한 가게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야채가게.
노란 앞치마를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작은 묶음으로 하나하나 포장해서 담아 놓으신 모양새도 그렇고ㅡ

관광객과 현지인이 섞여있는데도 조용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곳. 게다가 생각지 못한 하루 연장에 선물처럼 찾아온 곳이라 오랫동안 이곳이 기억에 남을 듯 싶다.
걷기 좋고 편안한 거리가 참 좋아.
https://maps.app.goo.gl/siR69ZyeYUBVXEFPA

가구라자카 · 일본 〒162-0825 도쿄도 신주쿠구

일본 〒162-0825 도쿄도 신주쿠구

www.google.com

 
https://maps.app.goo.gl/HUzXZRNbma7LBDaB7

젠코쿠지 · 일본 〒162-0825 Tokyo, Shinjuku City, Kagurazaka, 5 Chome−36

★★★★☆ · 불교사찰

www.google.com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