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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1_Anna
도산서원과 이육사문학관을 거쳐 숙소에 체크인하러 가는 길.
이번 숙소는 호스텔로 정해봤다. 북카페도 같이 있다고 해서 한번 가보고 싶었다. 예약할 때 옵션 중에 '비밀책'이라는 게 있는데 뭔지 궁금한 마음에 체크.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여느 호스텔 같지 않고 그저 카페다. 책이 엄청 많은 북카페.
층별 안내를 살펴보니 호스텔은 2층 부터ㅡ 그래서 2층에 올라가 체크인을 하는 건줄 알고 카페를 지나쳐 무작정 올라갔는데 체크인 부스는 보이지 않았다.
알고보니 호스텔 건물 1층에 북카페가 있는 게 아니라 호스텔 1층 로비가 북카페인 셈. 즉 호스텔 + 북카페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테이블 다리 사이사이를 요리조리 왔다갔다 하는 귀여운 고양이들도 보였다.
책 + 고양이 + 커피 + 숙소가 함께하는 멋진 공간. 안동풍경호스텔 n LIBRARY (북카페통659).

음료를 주문하는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하고 방을 안내 받아 올라갔다. 방 앞에도 공용 공간에도 여기저기 책.

한켠에는 야외 장소도 마련되어 있는데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곳은 감성돋는 루프탑카페 스타일로 전구가 주렁주렁 매달려있어서 파티 느낌이 물씬이었다.

우리는 이틀 동안 더블룸을 이용하기로 했는데 방에 들어서니 이곳에도 귀여운 고양이 포스터와 매트. 그리고 역시나 책이 가득이었다.
따뜻하고 깨끗하게 정리된 방. 잘 정리된 수건과 침구류도 맘에 들었고 호스텔을 오랜만에 이용하는 편이라 수건 제공은 안되는 줄 알고 챙겨왔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이 곳에서 가장 맘에 드는 소품은 예약하면서 추가한 '비밀책'
체크인을 하거나 체크아웃 시에 직접 전달 받는 건줄 알았는데 이름에 걸맞게 방문을 연 첫 순간에 비밀스럽게 볼 수 있는게 진짜 선물 같은 느낌이라 너무 좋았고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 종이봉투와 끈으로 묶인 패키지도 감성적이었다. 

안을 열어 보니까 책 한권과 펜 한자루 내가 좋아라하는 각종 문구류가 알차게 들어있다. 부끄럽게도 올해의 첫 책이다. 문제집 외에 제대로된 진짜 찐 독서를 3월에 접어들어서야 시작하게 되는 게으름. 선물받은 책이 참 맘에드니 잘 읽어보고 독후감도 남겨봐야겠다.

하나같이 굿즈가 다 귀엽고 맘에 든다. 특히 고양이 스티커ㅡ

첫날 저녁 일정은 안동찜닭을 먹고 월영교에 가 야경을 맘껏 즐기는 거였는데ㅡ 추위도 그렇고 체크인 때 살짝 본 카페 분위기도 참 맘에 들어서 야경 대신 차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쉬기로 했고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맘에 드는 공간이라 우리는 여행하는 이틀 내내 야경을 과감히 포기하고 이곳에서의 저녁시간을 하루의 마무리로 택하게 되었다.
구석구석 구경하는 맛이 있는 공간이라 자리 잡고 앉기 전 두리번 두리번은 필수. 훤히 드러난 천장 구조물과 초록색, 주황색 벽면. 우드우드한 책장과 엔틱한 느낌에 소파 위로는 밝고 심플한 조명이 조화를 이루는데 인테리어가 참 멋있더라.

2층으로 올라갈 수도 있고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고, 아래로 내려가면 홀보다는 더 아늑한 기분이 들어서 조용조용하게 얘기를 나누거나 집중해서 공부를 하기에 좋아보였다.

위로 올라가면 탁 트인 개방감에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로 책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올라가는 벽면은 감성돋는 여행사진과 메모들로 가득하고 최후의 만찬 구도에 고양이들이 있는 재미진 그림 아래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고양이들의 프로필도 적혀있다.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는데 난 이런 소소한 챙김이 참 좋더라.

첫날 저녁은 생강라떼와 페퍼민트 티.
둘다 살짝 감기기운이 도는 것 같아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쉬기로 했다. 음료가 준비되면 직접 자리로 가져다 주신단다. 요즘은 어딜가든 진동벨을 받거나 숫자로 불리우곤 하는데 직접 전해 주시는 차가 괜히 더 따뜻한 것 같고 기분 좋았다. 하긴 모두들 조용히 책을 읽는 이 분위기엔 진동벨의 드르륵 소리도 '00번 손님 주문하신 음료 2잔 나왔습니다'하고 정적을 깨는 안내 멘트도 안어울리긴 하다.
너무나 예쁘게 생긴 찻잔에 준비해주신 음료를 전해받고 만족.

개운한 페퍼민트 티도 맛있었지만 생강라떼는 따뜻한 온도에 시원한 끝맛이 어우러져서 감기가 똑!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차를 마시며 가끔씩 우리 주변으로 지나다니는 귀여운 고양이들의 터치를 받으며 한동안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저렇게 많은 책 중에 어떤 걸 가져다 읽을까 한번 둘러봤는데 오빠가 추억속의 꿀잼이를 몇권 뽑아들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생강라떼 한모금에 옹고집전을 한장씩 넘기면서 웃긴 장면, 그 시절이 아니고서야 이해할 수 없는 옛날의 단어들을 발견할 때마다 오빠와 공유하며 도란도란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좋았다.
아침은 또 저녁과는 다른 분위기.
8시 30분쯤 내려가 사장님의 따뜻한 인사를 건네받고 우리도 다른 손님들 뒤에 접시를 들고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이미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앉아 식사중이셨는데 가족단위도 계셨고 친구사이 또는 자매사이였을 우리 또래 손님도 계셨고 오시는 분들이 연령도 관계도 다양해 보였다.
식사는 카운터 맞은편 CD 가득한 선반에 마련되어 있는데 샐러드, 계란, 고구마, 오렌지, 빵과 시리얼 그리고 따뜻한 차와 커피가 있었다.

아침햇살이 가득하니까 더 따뜻하고 아늑한 기운이 물씬. 햇살이 너무 예뻐서 창가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봤다. 여행가면 조식은 과감히 패스하거나 후루룩뚝딱 먹고 얼른 밖으로 나가는 우리였는데 여기서는 아침에 왜 이렇게 여유로웠는지 모르겠다. 천천히 천천히 그냥 가만히 앉아서 멍하게 노래를 듣고 가끔씩 주변을 둘러보는게 행복했다.

식사를 마치고 9시가 되면 고양이들의 출근 시작. 살금발로 우르르 나오는 고양이들을 보는건 모두가 신나는 일이었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고양이도 고양이지만 고양이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눈을 마주치려고 노력하는 아이가 더 귀여웠던 보기좋은 장면.

오늘도 날씨가 참 좋은 모양인데 곳곳에 햇살 가득한 모습이 따뜻하고 편안해서 일어나기 싫었다.

오늘의 기분 좋은 시작을 낙서로 남기고 뜨끈하게 내려주신 아메리카노 한잔을 홀짝.

둘째날도 어김없이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야경 대신 이곳에서 하루를 마무리. 책과 음주는 어울리지 않는 소재일 줄 알았는데 '책맥'을 추천하는 이곳 분위기에 오늘 저녁에는 맥주를 한병에 따뜻한 참마우유를 주문해봤다.
맥주를 시켰더니 안주로 팝콘을 주신다. 봉지째 담겨있는 팝콘 어릴 때 먹어보곤 참 오랜만. 짭짤하고 달콤한 팝콘냄새가 좋다.

치맥만 먹을 줄 알았지 책맥도 좋구나. 오늘의 책 또한 옛 추억 가득담긴 다빈치코드. 오빠가 주황벽 책장에 굳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가져온 책인데 오빠의 고교시절을 생각나게 했단다.

아직 퇴근전인 고양이와 합석. 또 다른 아이들은 가끔씩 종아리에 몸을 비비면서 생각지 못한 터치를 선물해 주더군.

나는 책보다는 사람들이 남긴 글에 더 관심이 가서 방명록을 들춰봤다.
사람들이 남긴 방명록에는 '좋다. 잘 머물다 간다'는 글이 빼곡해서 역시 좋은 곳을 잘 선택해서 왔구나 느꼈다.
하마터면 이곳을 못 올뻔 해서 더 소중한 기억이 된건지 모르겠다. 원래는 작년 11월 초에 예약했던 곳인데 나는 갑자기 고객사에서 서비스 오픈을 10일이상 앞당기고 싶다고 하셔서 예약날짜가 오픈일이 되어버렸고, 오빠는 다 끝나가던 프로젝트가 연장되는 바람에 둘다 금요일에 연차쓰고 여행가기에 눈치가 보였던 상황. 연차야 자유롭게 마음껏 써도 된다지만 서비스 오픈일에 PM이 자리를 비우는게 스스로가 맘이 불편해서 급히 달력을 뒤적이며 여행을 미룬 것이 3월이 다 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원하던 숙소에 머물 수 있어서 어찌나 다행스럽던지ㅡ
마지막 날 아침. 마지막 이라는 것이 아쉬워 체크인 전 꽤나 오래 카페에 머물렀다. 어제 저녁 먹고 싶었는데 품절이라 못먹어본 고양이 푸딩도 하나 시켜서 카페놀이를 실컷 즐겨보기로.
오늘도 역시나 예쁘게 생긴 찻잔에 향긋한 차를 받았다. 도토리묵처럼 포동포동 움직이는 고양이. 먹기 아깝게 너무 귀엽다.

고양이를 보면서 고양이 푸딩을 먹다니 좀 잔인한가 싶기도 한 괜한 생각.

먹기 아깝다더니 모양 흐트러뜨리자 마자 숟가락질이 멈춰지질 않는다. 바닐라맛이었는데 달달한 시럽에 폭폭 적셔서 먹으니까 커피랑 차랑 아주 딱 어울리는 달콤함이다.

햇살 가득 맞고 고양이 실컷 보고 향 좋은 커피와 차도 느긋하게 다 마시고 카페놀이는 충분히 했음에도 일어나기가 싫은 것. 다음에도 또와야지.
이곳에 머물길 참 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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