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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9_Anna

몹시 따뜻하다는 주말 맞이.

오빠는 치과 정기검진을 갔고ㅡ 나는 오빠가 나간 사이에 후딱 준비해서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어디 멀리 나가볼까 생각도 했다만 벌써 점심시간이 가까워질 무렵이라 카페놀이만 짧게 하고 오기로.

너무 멀리 가지 않으면서도 먼가 서울 근교로 드라이브 나온 것 같은 착각이 드는 분위기라면 좋겠다 싶어서 이색적인 대형카페 위주로 검색 했고 여러 정보 속에서 오늘의 픽!은 구로구 항동에 있는 9로평상.

대형카페 특유의 뻥 뚫림과 환한 분위기를 기대하며 출발.

천왕역에서 내려 56-1번 버스를 타고 가면 금방 도착이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건너편을 보면 '아! 저기로군!' 하면서 아파트 단지 사이에 우뚝 선 특별한 건물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밝고 모던한 분위기. 1층은 입구와 계단만 있고 2층부터 카페 인듯.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이름에 걸맞게 웨이팅 공간이 나무 평상으로 되어 있다. 신기방기.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커다란 트리와 초콜릿과 맛난 빵들.. 시선을 끄는 것이 한가득이다.

그 중에서도 다른 카페에서는 쉽게 보지 못했던 초콜릿에 제일 관심이 갔는데 과일 톡톡 박힌 바크초콜릿도 맛있어 보이고 초콜릿 코팅한 초코바나나랑 초코딸기는 너무 귀여웠다.

단거 별로 안 좋아하는 오빠가 웬일로 '이거 하나씩 사주면 안돼?'라고 장화신은 고양이 눈빛을 발사했다. 한쪽 벽면은 수제 맥주 탭이 깔린 것처럼 버튼을 누르거나 레버를 당기면 먼가 초콜릿이든 맥주든 주르륵 흘러 나올 것 같이 생겼고 그 앞에는 알록달록 코코넛 모형에 화이트 초콜릿, 일반 초콜릿이 걸쭉하게 돌아가는데 신기하고 달달해 보였다.

빵도 종류도 진짜 많고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타르트, 소시지빵, 샌드위치랑 샐러드, 크로아상, 그리고 루스틱처럼 딱딱한 것도 있고 참 다양하다.

내가 참 좋아하는 몽블랑. 빵집마다 몽블랑 모양이 조금씩 달라서 겉면에 설탕 시럽이 하얗게 흘러 내리는 것도 있고 시럽은 없어도 반짝반짝하니 윤기가 좌르르 나는 것도 있고 크로아상처럼 빵 사이의 결이 보이는 것도 있고한데 이곳 몽블랑은 동그란 양송이 버섯같이 생겨서 위에 하얀 눈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보이는게 귀여웠다.

다른 곳 보다 빵이 큼직큼직해서 우리처럼 둘이 오기보다는 친구들이랑 가족이랑 여럿이서 와서 이것 저것 다 시켜놓고 빵으로 배채우고 수다 떨기 좋은 곳 같았다.

3층 4층은 또 어떤 분위기 일지 궁금해서 한번 올라가봤다. 계단도 대형카페 답게 널찍 널찍하고 높다. 계단 이름이 불로문. 여길 올라가면 안 늙고 젊어지나ㅡ?

3층으로 올라가면 이곳의 이름과 딱 맞는 평상 자리가 나타난다. 평상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우린 그걸 모르고 와서 그저 다른 사람들 앉아 쉬는 모습을 기분좋게 바라만 보다 왔다. 평상에 앉아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담요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깔끔하고 따뜻한 배려가 느껴져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듯 했다. 다음 번에는 미리 예약 하고 평상 자리에서 시간을 보내봐야지.

평상 말고 테이블도 많고 바 형태의 자리도 있어서 골라 앉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는 2층에 푸른 수목원 쪽을 보고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창가 자리를 택했다. 카페 길 건너편에 수목원이 있는데 계절 마다 창밖을 보면서 달라지는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참 좋을 듯 싶다.

한 바퀴 둘러보고 자리도 잡았으니 이젠 먹을 걸 골라볼 시간.

빵이 다 커서 작게 간단하게 먹고 갈만한 사이즈를 고르다 보니 레몬 타르트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레몬 타르트를 트레이에 하나씩 올려가던데 인기제품 인듯.

달달한 타르트를 하나 시켰으니까 담백한 것도 하나 골라야 될 것 같아서 까망베르블루베리도 하나 담아봤다. 그런데ㅡ 배불러서 못 먹고 갈게 뻔한데도 오빠가 산딸기 바게트에 꽂혀버려서 포장용으로 하나 더 추가.

그리고 맛나보이는 빵들 사이로 바구니에 소담히 담긴 밀크티가 귀여워 보여서 밀크티도 같이 담았다.

음료를 시키려고 메뉴판을 보는데 평소라면 아메리카노를 골랐을 오빠가 카카오닙스 에이드가 궁금하다며 먹어보자고 했고 나도 오빠따라 커피 말고 에이드로 급 턴해 한라봉 에이드를 주문. 하마터면 까먹을 뻔한 오빠의 찜콩메뉴 초코바나나와 초코딸기까지 간단하게 카페놀이 하겠다더니 한상 가득 푸짐이다.

밀크티는 차갑게 먹어야해서 냉장보관 했다가 가기 전에 꺼내주신다고 했고 겸사겸사 산딸기바게트도 같이 보관했다가 주신다고ㅡ 친절. 진동벨 없이 카카오톡 메시지로 알림을 받아 픽업할 수 있었는데 처음이라 신기방기했다.

커피 말고 에이드를 2개 시켰더니 다른 날 보다 더 알록달록한 테이블이 된 오늘의 카페놀이.

싱그럽고 기분이 좋다.

초코바나나랑 초코딸기 중에 딸기가 더 새코롬하니 맛이 찐할 것 같아서 바나나부터 먹어보기로ㅡ

귀여운 꼬치를 하나씩 잡아들고 한입 왕 깨물었는데 음. 너무 맛나다. 바나나도 달달하니 맛나는데 거기에 초코코팅이라니. 말해 뭐해.

분명 있었는데 없어졌다 샷을 한컷 남기고 바로 초코딸기 맛보기.

딸기는 바나나보다 즙이 팡 터지는 게 탕후루와는 차원이 다른 매력이다. 겉은 달달 살짝 아삭한데 한입에 깨물으면 상큼한 딸기즙이 쭉 나오면서 웬열 너무 맛나.

입을 개운하게 하고 이제 빵을 먹어볼 순서.

카카오닙스 에이드는 어디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처음 보는 메뉴였는데 아이스티 같기도 하고 보리차? 매실차 같기도 한 브라운 컬러의 투명한 음료다.

오빠꺼 뺏어서 한입 먹어봤는데 먹기 전에 코끝에 싱그러운 풀(?)향이 나고 바로 이어서 고소하고 달달한 카카오향이 코에 닿고 탄산이 있다보니 목이 따끔하면서 개운한데 넘기고 나면 혀끝에 쌉싸름한 다크초콜릿 맛이 느껴지는 것이 다른 의미의 오미자차 같았다. 싱그럽고 고소하고 달고 개운하면서 쌉싸름한 맛. 한 입에 여러 맛이 느껴지다 보니 벌컥벌컥하면 안될 것 같고 한 입 머금고 한 껏 느끼고 홀짝 홀짝 거려야 할 것 같은 음료였다.

내가 고른 한라봉 에이드는 처음에 받자마자도 모양이 예뻤지만 한입 두입 먹으면서 휘휘 저었더니 붉은 색이 샤르르 섞이면서 노랗게 물들었고 더 달달하고 상큼해졌다.

겉이 살짝 그을린 하얀 크림으로 뒤덮인 레몬 타르트.

둘이 나눠 먹으려고 반을 잘랐는데 걸리적 거리는 거 하나도 없이 매끈하고 부드러웠다.

위는 햐양, 아래는 노란 빵. 빵이라기 보다는 먼가 계란찜 같기도 하고 부들부들했다. 너무 시큼하지도 않고 달달하면서 레몬향이 감도는게 맛도리.

까망베르블루베리는 바게트 보다 딱딱할 것 처럼 생겼는데 칼집 사이 치즈 부분을 겨냥해 자르면 생각보다 부드럽게 잘 잘려서 놀란다. 먹기 좋게 한 입 크기로 잘랐더니 빵 사이에 치즈가 쏙 박혀 있고 군데군데 블루베리가 있어 씹는 재미도 있다.

담백하고 약간 짭쪼롬한 맛으로 오빠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맛.

많이 시켜놓고는 다 못먹을 것 같아 걱정했는데 우리가 앉은 테이블 옆에 셀프 포장대가 있었다. 아무래도 빵이 크기가 큰 편이라 우리처럼 다 못먹는 손님들이 많은가보다. 그럴 땐 준비된 포장지에 빵을 포장해 갈 수 있다.

남은 음료 호로록하고 카페놀이 마무리.

앉아있는 내내 우리가 왔던 방향 반대쪽 큰 계단으로 사람들이 오르락 내리락 하길래 '아, 이쪽이 메인입구인가 보네'하는 생각이 들어 나갈 때는 들어올 때랑 다르게 계단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그래, 이 넓은 계단이 확실히 메인 같으다. 계단 옆으로 아까 3층에서 볼 수 있던 평상 자리가 여럿 있었다.

선선한 날씨에는 야외에 앉아 피크닉 하는 기분도 낼 수 있을 듯.

이쪽에 서서 보니 통유리와 밝은 회색이 더 잘 어우러진 모던한 건물이다. 유리 너머 보이는 주황빛 조명과 나무 평상 때문에 전체적으로 차갑지 않고 따뜻해 보이기도 하고ㅡ

가깝게 멀리온 느낌이 좋았던 까페놀이.

 

 

+ 산딸기바게트와 밀크티는...

집에 돌아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평범한 토요일 시간을 조금 보낸 뒤.

냉장고에 넣어뒀던 빵과 밀크티를 가져와 TV앞에 앉아 넷플릭스와 켰다. 빵이 아주 통통하니 귀엽게 생겨서 골라왔는데 반으로 갈라봤더니 크림으로 속이 아주 꽉 찼다.

밀크티는 색도 되게 진하고 흔들었을 때 느낌도 먼가 모르게 걸쭉한 것 같았다. 아주 약간이지만.

산딸기 크림은 처음 먹어 보는데 빈티지 케이크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연한 핑크 색이지만 빨간 알갱이 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았다. 딸기 크림맛이긴 한데 산딸기는 또 다른 거라 약간 새콤 하기도 하고 신선한 색다름.

난 원래 밀크티를 좋아하는데 여기 밀크티는 내가 먹어본 것들 중에서도 단연 진하다.

약간 초코우유처럼 베이지색보다는 코코아색 같고 향도 더 오래갔다. 마냥 달달하지 않아서 더 좋았던ㅡ

집에서까지 쭉 이어진 오늘의 카페놀이 진짜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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