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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8_Anna

긴 연휴의 첫 날. 오늘은 좀 멀리 떠나보련다.

연휴가 6일이나 되어서 어디 좀 나가 보려 했으나 교통편도 숙소도 이미 다 찼거나 남아 있다면 아주 아주 비싼 금액 뿐이었으므로 아쉽기 그지없던 우리.

그래도 어찌어찌 연휴 동안 집에서 달팽이마냥 꼼지락 대지말고 밖으로 여행 나간 듯이 돌아다니면서 지내보기로 계획했고 그 첫 날이 오늘 시작되었다.

오늘의 일정은 연휴 때마다 회사에서 준 상품권을 좀 써보려 프리미엄 아울렛에 나가본 뒤 간 김에 근처 대형카페를 하나 찾아 그곳에서만 파는 시그니처 메뉴를 먹고 돌아오는 드라이브다.

비행기 타고 여행간 사람들이 많아서 차가 안막힐까 싶었는데 그래도 명절은 명절인지 꽤나 차가 막혀 여주까지 4시간이 걸렸다.

긴 시간 달려 쇼핑몰까지 갔는데 평소 쇼핑과 친하지 않은 우리는 많은 인파에 또 기가 죽어 도착 하자 마자 지친 기색. 그래도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다며 운동화에 모자 하나 사들고 또 상품권을 남긴 채로 몰을 빠져나왔다. 이제 우리에게 안정을 가져다 줄 것은 카페에 편안히 앉아 티타임을 즐기는 것 뿐이다.

카페는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차로 10분 정도면 도착하는 가까운 거리. 바하리야.

여주 대형카페를 검색했다가 우연히 보게 된 곳인데 건물이 너무 멋있다 생각했더니 역시.! 건축가상을 수상한 작품이었다.

1층은 주차장이고 2층이 카페인데 올라가는 계단과 오르막길도 특이하고 예뻤다.

먼가 천창을 뚫어 놓은 것 처럼 모서리와 기둥 사이로 하늘이 보이는데 오늘 하늘이 새파래서 그런지 시멘트벽과 하얀 철골과도 잘 어우러져서 세련되고 현대적인 느낌 느낌.

2층에 올라서면 눈에 띄는 건 물과 물에 비친 하늘과 하얀 모래.

먼가 짧은 런웨이처럼 물길이 나있었는데 고요하고 신비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통 유리로 되어 있는 벽면을 따라 걸으면 중간에 문이 있는데 하얀 프레임으로 짜인 유리문이라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조용하게 눈에 띄는 디자인이 예뻐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사람들이 다들 창가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게 보였는데 실내도 예쁘지만 안에서 밖을 보며 가만히 앉아 있는게 커피와 뷰까지 즐길 수 있어서 그랬겠지ㅡ 우리도 한쪽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주문부터 시작.

우선 이곳은 여주이다 보니 쌀로 만든 시그니처 메뉴가 있었는데 당연히 먹어봐야겠지.!

쌀로 반죽했다는 흑미 와플 하나랑 여주 쌀라떼, 여름 시그니처라는 샤인머스켓 요거트를 시켜봤다.

주문한 음료가 나오기까지 자리에 앉아서는 두리번 두리번 실내 구경.

실내는 은은한 상아색 조명으로 야외 보다는 조금 더 따뜻한 분위기었는데ㅡ 연한 회색의 벽돌로 만들어진 벽 위로 조명이 비춰지니 햇살이 따뜻하게 가득 찬 것 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게 좋았다.

한쪽에는 유리벽 너머로 커다란 로스팅 기계가 있어서 괜히 신기해보이고 구경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쇼케이스 안에는 먹어보고 싶은 여러 케이크가 가득했다.

진동벨이 울리고 와플 등장.

생각보다 와플이 크다. 원래 와플이랑 팥빙수도 먹으려고 했는데 혹시나 남을까 싶어 하나 먹고 또 시켜야지 했다가 안되겠는 양이구나 싶었다.

초콜릿 색 통통이 와플인데 고소한 냄새가 영락없는 흑미.! 향부터 맛있는 빵이었고 키위, 토마토, 샤인머스켓, 바나나까지 과일도 잔뜩 올라가 있어서 맛있었다. 와플에 토마토 같이 먹어본 적은 없는데 달달한 빵에 토마토 같이 먹는 것도 참 맛있더군?!

여주 쌀 라떼는 이곳 컨셉이랑 아주 딱인 모양. 일반 라떼보다도 더 밝은 색 음료에 위에는 휘핑 크림보다도 더 곱디 곱고 뽀글뽀글한 느낌의 거품이 올라가 있고 진짜 고운 모래를 살짝 뿌려놓은 듯한 모양이 신기했다. 

맛은 시원한 미숫가루 같이 고소하면서도 걸쭉하지는 않아서 맑고 개운한 목넘김이 좋았다.

오빠의 샤인머스켓 요거트에는 꼭 위에 장미꽃 장식을 한 것처럼 샤인머스켓이 잔뜩 올라가 있었다. 요거트에도 와플에도 샤인머스켓이 많았지만 요거트 위에 올라가 있는게 조금 더 차갑고 약간 언 것 같기도 해서 식감이 다르다 보니 그게 또 먹는 맛.

홀짝홀짝 와구와구 먹다 보니 금방 배가 불렀고 이제서야 좀 멍하게 앉아 카페 분위기를 진짜로 즐길 수 있지 않을까ㅡ

하얀 모래 사막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진짜 여기서 느껴지는 것 처럼 고요하고 신비로우면서도 따뜻할 것 같다.

대형 카페가 주는 웅장함이나 북적북적함 보다도 오히려 조용함과 깨끗함이 더 어울리는 분위기. 

커피를 다 마시고 나서기 전에 그냥 가기는 먼가 아쉬워 실내 한바퀴 쓱. 밖에도 한바퀴 쓱 하고 돌아가기로 했는데 우리가 앉아 있던 곳과는 또 분위기가 다른 공간이 있었다.

하얀 벽을 사이에 두고 두 명씩 앉기 좋은 테이블이 나란히 마련되어 있었는데 테이블 배치가 참 독특하다. 

문이 하나인 줄 알았는데 반대 쪽에 하나 더 있었다. 나갈 때는 다른 문으로 나가서 밖으로 한바퀴 쓱 돌아봤는데 하얀 천이 드리워진 야외 테이블 쪽을 돌아나가면 반대편으로 갈 수 있다.

오늘은 날이 좋아서 야외에 앉았어도 참 좋았겠지 싶었다. 

물을 건너가 반대 편에서 카페를 바라보니 그것도 느낌이 색다르다. 벽 사이사이에 숨어 훔쳐보는 것 같기도 하고ㅡ 햇살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예뻐 보였다.

큰 맘 먹고 멀리까지 왔는데 예쁜 곳에서 예쁜 걸 배부르게 먹고 만족스러운 티타임.

여기까지 온 수고가 보람 있어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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