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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3_Anna

오늘 내 생일 즐거운 주말 아침.

어제 근사한 식당 가서 밥도 먹고 나름 생일 분위기는 실컷 내고 들어온 터라 특별한 계획은 없어서 자연스레 눈 떠질 때까지 늦잠을 자려고 했는데 기가 막히게 좋은 날씨 탓에 설렜는지 9시 쯤 눈이 떠진 우리.

하늘색이 너무 파랗고 시원해 보여서 그냥 무작정 나가고 싶은 날이었는데ㅡ 자는 사이에도 여기저기에서 온 축하 메시지가 쌓여 있길래 핸드폰 들여다 보며 자연스레 SNS를 눌렀더니 한번 쯤 꼭 가보고 싶던 홍철책빵에서 오픈 공지가 떠있었다. 먼가 운명처럼?! 가보자! 한마디에 남편도 동의. 지금부터 씻고 준비해서 가면 어쩌면 오픈런도 가능하겠다 싶은 생각에 서둘러 보기로 했다. 그렇게 평소 파워J인 우리는 오늘만 먼가 P같은 계획을 세우며 토요일 아침을 맞았다.

오랜만에 주말에 같이 지하철을 타고 건너가는 한강. 오늘 날씨 정말 최고다ㅡ

서울역에 내려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여러 외국인을 보면서 '그래 한국 가을 날씨 여행하기 진짜 최고지'하면서 작은 자부심도 느끼게 되었던 순간. 12번 출구를 찾아 나가 길찾기 앱을 켜고 홍철책빵을 찾아갔다.

이 동네는 평생 처음와보는데 여기가 후암동이란다. 정겨운 느낌의 골목을 들어가 언덕을 조금 오르다 보면 저 멀리 남산타워도 보이고 예쁘더군. 

큰 길에서 골목 따라 들어가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카페. 먼가 홍철까페에 다다를 수록 사람들이 복작복작 모여있고 시끌벅적하겠거니ㅡ 우리 또래에 비슷한 사람들 따라가면 그 길 끝에 있겠거니ㅡ SNS에서 봤던 것 처럼 가게를 둘러싸고 긴 줄이 늘어서 있겠거니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사진으로만 봤던 금빛 간판이 달린 대문은 입구가 아니라 출구라고 한다. 언덕을 살짝 내려와 주차장쪽으로 가면 그곳이 입구. 천지창조 벽화에 최후의 만찬까지ㅡ 매우 성스러운 분위기에 오묘하게 어울리는 노홍철님 얼굴. ㅎㅎ 진짜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건지 신기방기하고 웃음 나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사진으로는 느끼지 못했던 최고의 포인트는 바로 음악이 아니었을까ㅡ 최후의 만찬 벽화를 배경으로 헨델의 할렐루야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데 이게 대체 무슨 묘한 분위기인가..!

빨간색 테이블 위로 실제 홍철책빵에서 팔고 있는 빵 모형이 전시되어 있는데 정말 진짜 같이 생겨가지고 깜놀. 노홍철님 얼굴도 진짜 그럴듯 해서 또 깜놀ㅡ

한쪽 벽면에 보이는 웨이팅 패드에 순서를 입력하고 본격 구경. 12제자 얼굴 하나하나 보면서 신기해 하느는 나에게 오빠는 창문 넘어 또 하나의 신기방기한 장식을 보고선 급하게 날 불렀다. 예수님 얼굴?! (아니 누구 얼굴이라고 해야 맞나 모르겠지만) 뒤로 보이는 작은 창문에서 노래방 불빛이 흘러나와서 저긴 뭘까 궁금했는데 코너 돌아 방으로 들어가보니 웬열.

이건 작은 신당인가?! 소원을 빌어야 하는 건가 싶은 재밌는 공간.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시간 보내고 사진찍기 좋은 공간을 여기저기 많이 만들어 놓은 듯 했다. 울 오빠가 아직까지도 좋아하는 무한도전 시절 홍철님 사진도 있고ㅡ

우리의 웨이팅 순서는 3번이었는데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보이지는 않아서 계단을 살짝 올라가 봤더니 '어서오세요, 들어오셔도 돼요' 라고 친절히 안내해 주셨다. 

아기자기한 정원을 지나가면 보이는 문. 그 전에 내 시선을 끌어 당긴건 천장에 적혀 있는 '하고싶은 거 하세요'

온라인으로 배달 시켜먹을 때도 빵 먹다 말고 뭉클했던 그 말이 대 놓고 눈에 띄는 공간 보다 고개 들고 봤을 때 보이는 예상치 못한 곳에 적혀 있으니 먼가 좀 더 찡한 기분이었다. 

노홍철님 흉상을 지나서 가게 안으로 진입. 주택을 개조해 만든 그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가 맛난 빵 냄새와 함께 어우러져 더 좋았다.

왼편에 예쁜 전신거울 그 옆에는 아까 주차장에서도 봤던 빵 모형들이 어우러져 있고 그 뒤로 계단과 주문 공간이 바로 보인다. 주문하기 전에 자리가 있나 없나 한번 보라고 하셔서 쓱 둘러봤는데 엇! 한쪽 테이블에서 노홍철님 발견.! 서로 모르는 사이임이 분명한데도 먼가 모른 반가움에 마음속으로는 엄청난 흥분을 했으나 눈인사만 살짝 하고 소심한 우리는 바로 인테리어 구경 모드로 전환.

양쪽으로 방안에 테이블이 놓여져 있고 홀에도 자리가 있고 한쪽에는 피아노가 있었다. 2명씩 앉기 좋은 작은 테이블이 벽을 따라 늘어서 있는 구조가 아니라 큰 테이블이 놓여져 있고 여럿이 모여 앉을 수 있는게 먼가 노홍철님 스타일을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모르는 사람과 옆자리 앞자리에 앉게 되어도 서스럼 없이 책이야기를 하는 그런 분위기. 도란도란 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곳이었고 실제 우리가 머무는 그 잠깐의 시간에도 노홍철님은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 가며 여러 손님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계단을 따라 2층에 올라가면 노홍철님 개인공간과 여러 먹거리를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는 곳이 나온다. 신기방기하고 냄새 좋았던 초코분수와 실제로 보니까 살짝 무섭기도 했던 얼굴 조각. 

빨간 이불에 노란 등이 신혼여행 갔던 크라이스트처치 부띠끄 호텔 생각나게 했던 개인 공간까지 여기저기 예쁘고 신기해서 구경할 맛이 있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모든 주제는 노홍철ㅡ 진짜 개인 브랜드 최고다.

만약 운좋게 자리가 있다면 앉아서 커피 한잔씩 하고 없다면 빵을 몇개 골라 포장해와야지 생각하고 온 터라 자리가 없다는 것에 큰 아쉬움 같은 건 없었다.

시원한 아메리카노에 라떼 한잔. 그리고 글자가 적힌 빵 위주로 눈이 가서 깜파뉴랑 루스틱 그리고 흑미밥이 들어있다고 해서 맛이 궁금했던 바게트까지 골라봤다.

전체적으로 빵이 담백하고 겉이 바삭바삭한 종류였던 것 같다. 음료도 토핑이나 장식이 잔뜩 올라간 건 없고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커피 메뉴로 준비되어 있었고 커피가 아닌 음료로는 초코와 소다가 있었는데 언제 한번 기회가 된다면 추운 겨울에 핫초코를 먹으러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빵을 3개밖에 안 담았는데도 크기가 꽤나 커서 한 손 가득이었다. 집에와서 접시에 담아 시식을 할 차례.

3개의 빵이 다들 겉딱속쫀이었다. 빵을 잘라보면 안에 공기층이 뽀글뽀글 들어 있어 포슬포슬 하면서도 이에 닿는 식감은 먼가 떡을 먹는 것 처럼 쫀쫀하고 짭쪼롬하면서 담백한 맛.

아! 아까 빵에 발라먹을 바질버터도 하나 사왔는데 담백한 빵에 발라 먹기 딱이었다. 바질 향이 은은하게 나면서 부드럽고 좋았다. 버터 외에도 딸기잼도 있었는데 마침 집에도 딸기잼이 있어 같이 발라 먹었더니 더 맛있더군?!

내가 제일 기대했던 빵은 흑미가 들어간 바게트였는데 평소 흑미밥, 흑미떡 좋아하는 내가 안 골라볼 수 없는 운명의 선택이었달까. 겉으로 보기에도 약간 거무스름 한 듯 한에 안을 잘라보면 약간 포도즙이 들어간 듯한 보라색에 쏙쏙 박힌 흑미 알갱이가 보이고 씹을 때도 알알이 이에 톡톡 닿는 식감이 좋았다.

음료 받아온 컵은 모양이 예뻐서 다음에 또 쓰려고 깨끗이 씻어 주방 한켠에 보관. 집 근처 공원 나갈 때 음료수 담아가야지. 

계획 없이 무작정 시작한 주말이지만 예쁜 것 보고 웃고 재미진 오늘. 오늘 뿐 아니라 앞으로도 홍철책빵에서 본 문구 대로 지내봐야지.

하고싶은 거 하세요. IF IT'S NOT FUN. WHY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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