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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1

회사 안가고 노는 건 너무 즐거운 일.

날 좋은 금요일에 우린 에버랜드로 갔다ㅡ

결혼 전에도 에버랜드는 늘상 한번쯤 가보고 싶은 버킷에 적혀있곤 했는데 결혼을 하고서도 3년이 지나서야 겨우겨우 드디어.

봄이 오면 늘 축제 중이라 꽃도 예쁘고 볼 거 많다는 에버랜드. 학창시절 내 마지막 소풍장소였던 그 곳을 엄청 오랜만에 가보는 길.

소풍용 대형 관광버스만 타고 가봤어서 어떻게 가야하나 약간 막막한 기분이었는데 요즘 교통이 참말로 좋더라.

강남역에서 5002번 이층버스를 타고 편하게 갔다. 출근 시간에 놀러갈 목적으로 강남에 가는 것도, 한국에서의 이층버스도 겁나 이색적인 것.

과잠바 입은 학생들이 꽤나 많이 보이는 것이 먼가 부러운 순간이었다.

버스타면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하는 에버랜드. 

에버랜드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니 입장 전 부터 놀이공원 특유의 들뜬 분위기가 확 느껴지고 설렜다. 날 좋은 봄날 시즌이라 그런지 소풍 온 학생들이 줄지어 우르르 들어가고 있었고 우리도 그 뒤에 마치 일행인양 붙어서 쫄래쫄래 따라 들어갔다.

요즘은 놀이공원 놀러가면 교복 빌려 입고 노는게 나름 흔해 보였는데ㅡ 해볼까 말까. 이럴 때 아니면 교복을 또 언제 입어보나 싶다가도 학생 특유의 그 풋풋함은 사라진지 오래라 주책같기도 해서 망설여지고 생각이 반반이었던 우리.

그런데 또 막상 가보니까 교복 대여점이 보이는게 아니겠음?! 그래서 좀 큰맘을 먹어봤다.

이름 한번쯤 들어봤던 감성교복. 에버랜드 들어가는 입구에 있고ㅡ 위치가 좋은 것도 한 몫하는지 입장 전부터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먼가 알록 달록하고 조명도 화사한 것이 먼가 미국 하이틴 영화에 나오는 학교 분위기 같기도 하고 여기서 사진 찍어도 예쁘게 나오겠는 귀여운 인테리어였다.

교복은 언제 입었었는지 기억도 안날만큼 졸업이 예전인 아줌마라서 옛날 생각도 나고 마냥 그리운 그때와 최대한 비슷한 교복을 골라보기로 했다.

남색 자켓에 회색치마. 근데 여기서 잠깐 문제가 있었거늘...

사이즈가 진짜 작은 것들 수두룩 빽빽이다. 

세상에나 난 살면서 33사이즈는 첨 봤네?! 집어 드는 것마다 짧은 치마에 44사이즈가 제일 많고 중간 중간 33이 껴있던....

도대체 이런걸 누가 입나 내가 키즈존을 잘못 본 건가 했는데, 아니다. 왜냐면... 내 옆에서 교복 고르는 여자들 죄다 말라깽이였거든. TV에나 나올 것 같은 종아리가 내 팔목같이 가느다란 그런 여자들 겁나 많았다. 좀 충격이었음.

애니웨이 그렇게 옷을 골라입고 보라색 책가방도 하나 빌려서 메고 들어가는 에버랜드.

날은 조금 흐렸는데 들어서자 마자 알록달록 꽃이 많아서 눈이 화사해졌다.

앱을 켜서 지도를 보고는 아래쪽으로 쭉쭉 더 내려가 봤더니 페어리 축제를 맘껏 느낄 수 있는 드넓은 꽃밭에 도착했다.

꽃밭에는 여기저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순서 지켜가며 줄 서 사진찍고 서로 찍어주기도 하는 분위기였고 아직 꽃이 좀 덜 핀 것 같은 어느 한켠에 그래도 나름 예뻐보이는 하얀 넝쿨의 아치가 있길래 오빠랑 서서 사진 하나씩을 찍었는데 꽤나 멋들어지게 사진이 찍혀 맘에 들었다.

알고 보니 포토존이라고 떡하니 표시가 되어 있던 핫플이었네?! 오빠가 고른 장소였는데 역시 보는 눈이 있는 남편이다.

스마트줄서기라고 세상 좋아진 시스템이 있었다만 우린 좀 촌스러워 그런가 있어도 제대로 써먹을 줄을 몰라서 줄 서는데 시간도 많이 쓰고 했다만ㅡ 뭐 어때. 원래 놀러가면 줄 계속 섰다가 하나 타고 또 줄서고 그런 맛이지 모.

줄을 가장 오래 섰던 건 사파리월드였다.

5시 30분까지 줄을 서있는 사람들에 한 해서 이용할 수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거의 마지막 타임에 호랑이랑 사자를 보러 갈 수 있었다. 

옛날에는 먼가 방범창같은게 설치된 노란 버스를 탔던 것 같은데 유리창은 더 커지고 동물들과의 거리는 더 가까워지도록 설계된 버스로 바껴있더군.

노란 버스, 하얀 버스 사이로 가끔 핑크색 버스가 지나갔었는데ㅡ 오빠가 우린 왠지 저 핑크색 버스 순서일 것 같다더니.

웬걸?! 정말이었던?! 기다리던 예쁜 버스를 타고 철조망 문을 지나가는데 한 호랑이가 진짜 큰 고양이 마냥 버스에 머리를 부벼대서 놀랍고 신기했다. 엄청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일 수 있지만 그 순간 만큼은 귀여웠던 호랑이.

아마존도 T익스프레스도 이것 저것 놀이기구는 끌리는 대로 다 타고, 엄청 재미지게 놀았다. 

이름은 까먹은 어느 물 많이 튀기는 놀이기구 하나가 반전있게 뒤로 슬라이딩 하는 통에 '어어?! 모야모야' 하다가 너무 놀라 소리를 빽빽 질러댔었는데 지나고 보니 진짜 웃긴 추억거리다.

오랜만에 놀이기구도 타고 츄러스도 먹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즐겁게 체력소진 한 우리.

중간 중간 지나다니면서 꽃 구경하는 맛도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ㅡ 봄은 봄인 것이 꽃밭이 한 가득에 중간 중간 귀여운 요정 조형물까지 보이니 귀엽고 신비롭고 했던 페어리 축제. 

낮에도 물론 예뻤지만 밤에 조명이 켜진 것도 또 색다른 매력이었다.

에버랜드에서 밤에 조명켜질 때까지 놀아본 건 처음. 오호 에버랜드의 밤은 이런 모습이군.!

하루종일 알차게 돌아다니고 놀고 먹고ㅡ 불꽃놀이까지 봤다. 

버스정류장으로 나와 강남가는 버스를 탔더니 올 때 보다도 더 빠르게 역에 도착했다. 왠지 그냥 멀어서 가려면 큰맘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교통도 괜찮고 만족스러웠던 오늘.

체력회복은 느리지만 즐거운건 똑같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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