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23.03.17_Anna
해안 도로를 따라 시원하게 달려 드디어 남해에 도착하니 너무 설렌다.
첫 일정은 바닷가 앞에 있는 귀여운 분식집에서 떡볶이랑 해물라면 먹기.
여행 계획을 세우던 중
"어! 자기야 자기야 이것 좀 봐" 하면서 오빠가 보여준 사진 하나가 너무 내 맘에 쏙 들었던 이곳. 남해구판장.
우리는 남해에 도착하면 바다를 따라 달려서 숙소에 도착할 예정이었는데ㅡ 바닷가 바로 앞에 귀염뽀짝하고 정감 넘치는 인테리어의 분식집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세상 제일 좋아하는게ㅡ 예쁜데서 맛있는 것 파는 건데. 그 두 조건에 딱 들어맞는 것이 바로 여기 아닐꼬.
오늘은 금요일이라 사람이 많겠거니, 여행 온거니까 복작 거리는 건 뭐 그러려니 할 생각에 찾아갔는데 가는 길도 조용조용하고 먼가 모르게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네비만 믿고 따라가는 통에 여기가 맞나 싶으면서 초행길에 대한 아리송함을 가지고 찾아가던 중 정감가는 손글씨 표지판을 보고 나니 안도가 확 되면서 기대감이 배로 커졌다.

진짜 맘에 드는 식당 도착하면 들어가기 전부터 입꼬리 한껏 올리고 여기저기 구경부터 하느라 시간 보내는데 남해구판장에서도 밖에서 부터 왜이렇게 곳곳에 눈길 가는 부분이 많은지.!

커다란 꽃나무 아래로 작은 그네가 있고 손으로 쓴 표지판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게 앞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하나하나 다 눈길 가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얀 건물에 짙은 나무 난간, 낮은 돌담 위에는 초록색 잔디가 깔린 계단. 그 위에는 귀여운 알전구가 주렁주렁이라 밤에 불이 켜지면 또 얼마나 예쁠까 싶은 상상이 되는 그런 공간이었다.

문 앞에는 어렸을 때 문방구에서 내가 그렇게나 줄기차게 사먹던 파란색/ 오렌지색 슬러시가 연신 돌아가고 있었고 손으로 정성스레 쓴 메뉴판까지 하나하나 다 눈길가고 마음에 드는 그런 곳이었다.
우선은 서울에서 못먹는 해물라면 하나 시키고 분식의 꽃은 떡볶이니까 시키고 추억 돋으니까 피카츄 돈까스 하나 시키고 음.. 또 머가 부족한거 같으니 통떡꼬치까지 하나 더.
신나게 주문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슬러시까지 서비스..! 더 기분이가 좋아지는 여행지에서의 첫 식사.
가게 들어섰을 때 마침 우리 밖에 손님이 없던 터라 구석구석 인테리어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너무 좋았다. 세상에나ㅡ 곳곳에 손길이 진짜 팍팍 느껴지는 인테리어다.

어렸을 때 할머니 집에 있었던 나무 손잡이 들어나 있는 소파며, 화려한 벽지는 또 약간 홍콩 느낌 같기도 하고, 양은 냄비 뚜껑에 적혀 있는 메뉴들도 그렇고 세탁기 위에 심어진 나무까지ㅡ 아이디어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구경 마치고 창가쪽에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금방 내어주신 음식.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해물라면 위에 올라간 통통한 오징어를 보자마자 '역시 잘 시켰군' 싶은 비주얼 이었고 떡볶이에는 비엔나소세지가 쏙쏙 들어가있고 통떡꼬치는 츄로스를 닮은게 바삭바삭해 보이고. 게다가 피카츄 돈까쓰는 얼마만에 보는 건지. 

오징어를 잘라서 라면에 한 젓가락 먹어보려 했는데 전복도 들어있고 새우랑 조개랑 해물이 꽤나 많이 들어있었다. 우리가 먹어본 라면 중에 제일 호화다. 떡볶이는 밀떡같은데 푸석하지 않고 쫄깃했고 소세지 때문에 약간 기름기 있게 맛있어서 오빠도 먹는 내내 떡볶이 맛있다는 소리를 여러번 했다. 떡꼬치는 정말이지 겉바속쫀에 곁들여 주신 피카츄 소스랑 떡볶이 국물에 푹푹 찍어 먹었더니 너무 맛있었다.

한번씩 개운한게 땡긴다 싶으면 슬러시 한입으로 쑥 입 헹구고 다시 또 먹고ㅡ 무한반복.
눈 깜짝할 새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면서 아까부터 눈 여겨 본 컵 와인을 사달라는 오빠. 술 잘 안하는 우리지만 지금은 여행중이니까 하나씩 골라보기로. 아마도 오늘 저녁식사에 근사한 반주가 될 것 같다.

컵 와인을 사면서 인테리어 직접하셨는지 여쭤보니 아니나 다를까 직접하셨단다. 구석구석 이런 세심한 인테리어는 사장님이 직접하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분위기라 여겼는데 역시 요런 부분을 알아 봤다는 나의 안목에 스스로 감탄하며 기분 좋은 점심식사 끝.
남해에서의 첫 일정이라 우리한테는 나름 중요한 공간이었는데 예쁜 인테리어와 정겨움. 상냥한 말투와 곳곳에 놓인 남해에 대한 소개까지 보면서 '외지에서 온 손님을 참 잘 맞이해주는 고마운 느낌'이 들어 좋았다.

첫 일정으로 이곳을 택한 게 참으로 잘했지 싶은 그런 곳.
식사 뿐 아니라 머물렀던 시간까지 맛있고 예뻤던 곳이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한 여기.

실내도 야외도 어디 하나 손길이 닿지 않은 곳 없이 곳곳에 정감과 예쁨이 묻어나는 장소라 두고두고도 기억에 날 것 같은 느낌이다.
비록 자주 찾지는 못할지라도 나의 최애 분식집 중 하나.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