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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1_Anna

3월은 첫날부터 데이트.

오늘은 얼마 전 부터 준비해온 인천 데이트를 나가는 날이다. 뭐 하다가 얘기가 나왔는지는 잘 기억 나지 않는데ㅡ '언제고 한번 차이나타운가서 짜장면 먹자'라고 정해놓은 터였다.

오빠는 한번도 안가봤고, 나는 대학 졸업식 때 온 가족 다 같이 가서 짜장면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졸업식엔 자고로 노란색 프리지아 꽃다발을 들고 까만 짜장면을 먹어줘야 하지 않겠음?! 가족들 다 맛있게 먹었었는데.. 무튼 그게 벌써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애니웨이

오늘은 날도 그리 춥지 않고 모처럼 평일에 토요일 같은 기분 내며 조금 먼 동네까지 나가는 길.

지하철을 타고 인천역에 내려보니 출구를 나가기 전부터 차이나타운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횡단보도 건너서 중화풍의 장식을 따라 쭉 올라갔더니 차없는 거리라 걷기도 좋고 주변 구경하는 맛도 나고 놀러 나온 기분이 팍팍 느껴지는 이국적인 분위기였다.

차이나타운에는 여러 맛집이 모여있는데 그 중 오늘 가볼 곳은 '연경' 이다.

특별히 알고 있는 식당은 없고, 그냥 가서 맛있어 보이는데로 들어가자 했었는데ㅡ 차이나타웃 맛집을 검색하다 보니 '연경'이 보였고, 특히 하얀짜장에 궁금증도 생기고 식당 인테리어 사진도 좋아보여서 가보기로 했다. 우선은 가서 보고 더 좋아보이는데가 있다면 그리 갈 수도 있는거고 딱 여기야! 는 아니었는데 직접 가서 보니 외관 부터 사진보다 훨씬 웅장해 보이기도 하고 앞에 사람들도 줄을 많이 서있어서 궁금증이 더 커진 상태로 우리도 줄을 서게 되었다.

연경 외에 다른 식당에도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있었다. 이런 분위기 일줄은 몰랐는데 너무 오랫동안 코로나를 겪은 걸까 복작복작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낯설기까지한데 동시에 반가웠다.

줄이 꽤나 길어서 점심시간 놓칠까 싶었는데 어떤 아저씨 한분이 지나가면서 하시는 말씀으론 "식당이 커서 줄 금방금방 빠진다"고..! 진짜 그런게, 주변 식당들도 다 대규모여서 생각 했던 것 보다는 줄이 훅훅 빠지는 느낌이었다.

안내해주시는 직원 분들도 명 수 체크 바로바로 하시고 최대한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시는 것 같아서 첫인상이 좋았다. 사람 많은 식당에서 질서 유지 안돼서 나쁜 이미지 가졌던 적이 몇번 있었는데 여기서는 그런게 없어서 만족!

드디어 우리차례. 우리는 2층으로 안내 받았다.

밖에 그렇게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것 치고는 상대적으로 식당 내부는 매우 조용하고 정갈했다. 정리된 자리에 앉아 바로 메뉴판 부터 정독했지만 사실 우리는 머릿속에 이미 뭘 먹을지 정하고 들어왔다.

하얀 짜장은 일단 먹어야 겠고, 하얀거 하나 까만거 하나에 탕수육 하나를 시킬까 하다가ㅡ 줄 서있을 때 부터 유리창 너머로 봤던 샤오롱바오가 눈에 아른 거려서 그것도 하나 먹어야 겠지 싶었다. 근데 또 그러자니 메뉴가 너무 많고, 남기게 되면 포장도 애매할 것 같았는데 웬걸?! 코스 요리가 있다는!

우리는 2명 이상이면 먹을 수 있는 사랑코스를 골랐다. 누룽지탕, 탕수육, 칠리새우, 고추잡채에 식사와 후식까지. 완벽.

거기에 샤오롱바오까지 하나 추가!

이것저것 다 먹어볼 수 있다는 장점에 코스를 많이 드실 줄 알았는데 사방에 테이블을 둘러봐도 코스 먹는 사람은 우리 둘 뿐 이었다. 그래서일까ㅡ 옆에 앉은 커플들이 좀 쳐다봤어. ㅎㅎㅎ 쟤네는 뭘 먹나 싶으셨나보다.

앉아서 주문 하자마자 음식은 빠른 속도로 줄줄이 나온다. 

먼저 누룽지탕 부터.

야채에 각종 해산물에 버섯에 머가 되게 많이 들었다. 투명하고 짭쪼롬한 전분물에 푹 담겨져 있는 누룽지가 아주 꿀맛이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이 뜨끈뜨끈한 솥에 있을 때는 끈적끈적하더니 접시에 덜어 조금씩 식어가면 끈적이지 않고 호로록 거릴 수 있는 식감으로 바뀐다는.! 얼마나 맛있었는지 평소 브로콜리 안먹는 울 오빠가 웬일로 브로콜리를 다 먹는 특이 식성까지 보일정도였다.

샤오롱바오는 말해뭐해. 맛있지 뭐ㅡ

육수좀 봐... 츄릅.!

왜 베이킹호일에 하나하나 넣었을까. 손이 많이 갈텐데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육수가 뚝뚝이라 만두 먹고 나온 육수를 호일째 잡고 호로록 마셨다는. 간장 조금 찍어서 한입에 다 넣었더니 팍 터지는 육수가 한 동안 말 못할만큼 너무 뜨겁긴 했지만 맛있는 고통 쯤이야 금방 잊혀지는 법.

다음은 내가 좋아하는 칠리새우 & 탕수육.

새우가 일단 되게 크다. 크고 토실토실한 것. 너무 많이 맵지 않았고 그렇다고 너무 달지도 않았다. 곁들여 나온 양상추에 소스가 아주 잘 어울렸고 겉에 튀김옷은 아주 바삭거렸다.

곧이어 따라나온 탕수육도 너무 부드러운데 겉은 바삭한 것이 아주 맛났다. 소스도 진짜 꾸덕하면서 달달한게 아주 좋았다. 부먹이냐 찍먹이냐는 머 중요치 않았다. 그게 뭐가 중요해 걍 먹음 어차피 맛있는 걸.

뽀샤시한 빵에 고추잡채.

하나하나 맛 볼 수 있게 나온 빵과 고추잡채. 오빠는 처음 먹어 보는 메뉴라기에 내가 빵을 살포시 갈라 고추잡채를 한껏 올려주고 먹어보라고 권해줬지.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빵도 그렇고 왜이렇게 맛있담?!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신선한 느낌에 피망이 아삭아삭 씹히는게 너무 좋았다.

자 이제는 식사를 고를 차례. 식사는 짜장 아니면 짬뽕 두개만 있을 줄 알고ㅡ 코스 먹었으니까 혹여 하얀짜장은 안된다고 하면 그냥 감수 하려고 했는데 하얀 짜장을 포함해 식사 옵션도 꽤 많았다.

하얀거 하나 까만거 하나 골라서 한 입 두 입 번갈아 가며 먹어볼까.

하얀 짜장은 보이는 것 만큼이나 맛도 신기했는데! 짜장은 짜장인데.. 약간 끝에 후추맛도 나는 것 같고 비주얼 덕인지는 모르겠으나 먼가 더 맛이 까만 짜장 보다는 더 깔끔하고 개운한 것 같은 기분?!

후식으로 나온 파인애플 주스까지 홀짝 마셨더니 속이 훅 다스려지는 것 같았다. 먹을 때는 맛있어서 잘 몰랐다만 배가 굉장히 많이 부른 게 역시 코스는 코스다.

다음번에는 가족들 다 같이 와서 하나하나 다 펼쳐놓고 젓가락 바쁘게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은 맘이다. 분명 부모님들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 모시고 다시 와야징.

식당도 메뉴 선택도 아주 탁월했던 오늘의 점심식사. 굿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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