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23.01.23_Anna

설 연휴의 중반부. 

이번 연휴는 집에서 뒹굴대지만 말고 부지런히 데이트도 나가고 바깥 공기도 좀 쐬자고 다짐하며 잡아놓은 오늘의 데이트.

결혼 전 주요 데이트 장소였던 샤로수길에 오랜만에 나가보기로 했다.

얼마 전 TV에서 줄서는 식당을 보게 됐는데ㅡ 여기저기 맛집 보면서 특이한 메뉴가 나오면 한번쯤 가보고 싶다가도 막상 가볼까 싶어 위치를 찾아보면 생각보다 먼 것 같아서 금방 잊어버리기 일쑤.

그런데 우연히 본 식당이 마침 샤로수길에 있다고 하고 음식 비주얼도 너무 혹!해서 따로 기억을 해 놨었다.

추운 날씨에 딱 맞는 메뉴로 샤브샤브 먹으러 가는 길.

육수를 곰돌이 모양으로 얼려서 맛있게 먹는 방법에 '사진찍기'가 떡 하니 적혀 있는 특이한 곳. 안녕쿠마.

11시 반에 문열자마자 오픈런을 하려 하였으나ㅡ 오늘은 휴일이고 우리는 게으르기에 느즈막히 12시쯤 도착.

오랜만에 간 샤로수길에는 너무도 한적하게 휑한 느낌이라 머 딱히 줄을 설것 같지도 않았고 밥 먹는게 그리 어려울 거란 의심도 없었다. 그.런.데.

맛집은 맛집이고 방송은 더 무서운 것인가.

그 휑한 샤로수길 메인 거리임에도 안녕쿠마 앞에만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줄을 서 있었고, 우리도 그 중 한 팀이 되고 말았다는..!

도착하자마자 웨이팅을 걸어 놨는데 이미 한 10팀 정도가 앞에 있었다. 우리 예상으로는 아마 문 열자마자 온 손님들이 한창 식사중이신것 같고 하나 둘 여기저기 식사가 끝나는대로 테이블이 싹 바뀔것 같은 느낌. 고로 지금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 적어도 30분은 더 기다려야겠다 싶어 동네 한바퀴 돌며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낮까지는 그리 춥지 않아서 돌아다닐만 했다만 날이 썩 푸근한 건 아니니 이따 샤브샤브 먹을 때 더 맛나게 먹을 수 있겠군.

우리의 예상처럼 손님이 나오기 시작하니 우르르 나오고 우리 앞에 있던 사람들이 줄줄이 내려가고 곧 우리차례.

우리는 어항 옆에 2인석에 안내를 받았다.

샤브샤브 외에 경양식 메뉴도 있는 만큼 정갈하고 약간 옛스러운 인테리어ㅡ 체리몰딩스러운 진한 나무색에 갈색 소파. 가나 초콜릿 닮은 올록볼록한 천장에 하얀 테이블. 그런데 하나도 촌스럽지 않았다. 중앙에서 푸르스름한 어항이 분위기를 딱! 잡고 있는 모양새.

어쨋든 우린 오늘 곰돌이 샤브샤브 먹으러 왔으니 주문부터. 

메뉴 이름도 귀여웠는데 곰돌이 육수 올라간 샤브샤브는 쿠마짱 온천이었다. 사골육수맛, 마라맛, 스키야키 이렇게 세가지가 있었는데 뭘 먹을까 진짜 고민 많았다. 일단 스키야키는 하나 골랐고 마라냐.. 사골이냐 였는데ㅡ 주변 둘러보니 마라 드시는 분들이 안보여서 사골맛 시로를 시켜봤다. (그런데 먹다보니 우리 다음에 들어오시는 손님은 다들 마라를 시키더군..? 왕 궁금.!) 경양식도 시킬까 하다가 양이 많을까봐 엄청 고민하고 각각 1메뉴로 우선 만족.

곧 연분홍의 귀여운 버너가 세팅되고 야채와 고기가 담긴 네모난 그릇까지 받으니 테이블이 꽉 찼다.

오빠는 스키야키라 날계란을 받았고 나는 파와 깨가 동실동실 떠 있는 짭쪼롬한 소스를 받았다.

북극곰 하나 흑곰 하나.

오빠의 스키야키 곰은 대단한 검정색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마라맛 빨간곰을 불곰이라고 칭해야 할 것 같아 부득이하게 흑곰이라 불러봤다. 애니웨이ㅡ

귀엽긴 귀엽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어린이들도 어른들도 누구나 좋아할만한 비주얼의 곰돌이.

뜨거운 열기에 생각보다 곰돌이가 빨리 없어질지 모르니 얼른 사진부터 찍고, 탱글탱글한 식감 신기해서 동영상도 찍고.

주변 테이블도 우리처럼 곰돌이 보자마자 사진찍느라 다들 신나보였다. 맛있게 먹는 방법에 사진찍기가 적혀 있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는 순간.

육수를 부어주니 진짜 온천하고 있는 것 처럼 곰돌이가 뒤로 누워가지고 둥둥 떠올랐다. 그리고는 금방 꼬로록.. 크게 아쉽지는 않다 먹을일만 남았으니.

숟가락에 담겨진 소스를 풀어주고 야채부터 넣어 육수 만들고 고기 넣고 야금야금 식사. 

내가 고른 시로 샤브샤브는 사골 육수 맛에 자극적이지 않아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소스에 고기 담가서 스윗칠리, 땅콩 푹푹 찍어 먹으니까 넘나리 꿀맛인 것. 오빠의 스키야키는 짭조롬하면서 끝이 달달한 간장맛이었는데 단짠단짠 보다는 짠 단단다아아안ㅡ 같은 맛이랄까. 단맛이 더 많이 남는 고런 맛. 날계란 풀어서 고기 찍어 먹으니까 고소한 맛도 나고 좋았다.

각각 다른 맛 골라서 서로 바꿔먹는 재미도 있고 더 좋았던 듯. 

고기 다먹고 마무리로 우동사리까지.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경양식 메뉴 하나 추가 했음 다 남겼을 뻔 했다..

대기하면서 왜 이렇게들 안나와..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내가 들어가서 먹어보니 그럴만한 메뉴다.

우선 받자마자 사진찍어야지.. 곰돌이 끓여야지.. 야채 넣고 고기넣고 먹어야지.. 우동까지 먹어야지..! 먹는 동안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실컷 보고 먹고 즐기기.

데이트 메뉴로 딱인 걸 먹고 즐겼어 굿이야 :)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