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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9_Anna

오늘은 멀리까지 나가 외식 하는 날.

2주 전 미리 예약해놓은 맛집을 찾아가 근사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한창 결혼 준비 할 때나 나가보던 압구정은 역시나 결혼 이후에는 갈 일이 없는 동네였고, 집콕으로 배달을 시키거나 근처 동네에서 포장해와 먹는게 익숙해져서 인지 같은 서울임에도 강남이라 하면 진짜 멀게 느껴진다. 즉, 큰맘을 먹어야만 한번 나깔까 말까 한 동네라는 뜻.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각자 바쁜 시간 보내면서 지내온 우리부부에게 서로를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맛난 음식으로 보답해 주고자 특별한 저녁메뉴를 선택해 본 것.

회를 좋아하는 우리 오빠, 그 중에서도 참치를 좋다한다지만ㅡ

데이트 할 때부터 결혼생활 3년 가까운 시간에도 단 한번도 사준적이 없는 나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미안하네.

어느 식당을 가야 하나 괜찮아 보이는 참치 전문 식당을 찾아 봤는데 거리가 조금 있어도 확 끌려서 한번쯤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고른 곳이 '마구로 그라운드'다. 

그래 잘 안가는 동네인 만큼 오랜만에 평일 데이트를 확실히 즐기고자 압구정 나가서 구경도 좀 하고, 스티커 사진도 찍고 놀다가 시간 맞춰서 밥 먹고 집에 돌아와 '뿅뿅 지구 오락실'을 보면 딱 맞을 오늘 오후의 코스 였다. 그.런.데ㅡ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폭우 쏟아짐에 거리 구경은 무슨 구경. 하필 비를 쫄딱 맞고 돌아다니게 될 건 또 뭐람.

뭐 그치만 비 오는 걸 내가 어쩔 수는 없는 노릇이고, 혹시나 예약시간 보다 빠르게 도착해도 괜찮을지 연락을 드려봤더니 흔쾌히 '오셔도 됩니다' 라고 해주셔서 얼른 식당으로 향했다. 저녁 6시 예약이었는데 도착하니 5시 15분쯤? 일찍 왔음에도 미리 잘 준비된 자리 안내에 밖에 비가 많이오냐고 걱정해 주셔서 감사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2자리를 준비해주셨는데 우측 벽에는 각종 병으로 진열된 인테리어가 일본 느낌이 확ㅡ 나면서 먼가 되게 이국적이면서도 아늑한느낌이 들어 좋았다. 요즘 여행도 못가는데 여행온 기분도 나고 말이지.

자리에 앉아서 준비해주신 손수건에 손을 닦을 때 좋은 향이 나서 음식을 안먹어봐도 거기서부터 아주 만족이었다. (집에 가는 내내 손에서 좋은 냄새가 났던 게 꽤나 기억이 오래 남는 듯 하다.)

메뉴는 예약할 때부터 미리 정한 마구로 스탠다드. 원래는 둘다 알쓰 쪽이어서 술생각은 하지도 않았지만, 빼곡하게 적힌 드링크 메뉴를 보니 먼가 온김에 술도 한잔?! 하는 게 좋겠다는 들었다. 사케도 많았지만 아무래도 와인이 사케보다 쪼금(?) 익숙한 것 같아 도수가 제일 낮은 와인도 한병 곁들이기로ㅡ

자, 그럼 오늘의 메뉴를 하나씩 먹어보기.

첫번째로는 SNS에서 사진을 보고 '어맛?! 이 예쁜건 뭐람?!'하고 궁금했던 카이센모나카다.

모나카 안에 각종 야채큐브, 생선알, 회가 담겨 있는게 알록달록하니 예쁜 음식이었다. 모나카 뚜껑을 덮고 손으로 쥐어 앙 깨물어 먹을 때 마다 생각했던 것 보다 바삭한 모나카 식감에 시원한 회가 어우러져서 상큼하기도 하고 확 입맛이 돌았다. 안에 들어간 내용물이 많아서 본이아니게 사이사이로 떨어지기도 했는데 떨어진 한 조각까지도 놓칠 수 없었다.

두번째는 내장소스와 함께한 전복.

한덩이인줄 알고 소스 푹 찍어 한입에 다 넣을 뻔 했으나 오빠가 얇게 하나씩 잘라져 있다고 짚어줘서 한입 불상사를 피할 수 있었다. '진짜 야들야들해' 라고 먹자마자 감탄 하는 오빠를 보면서 나도 전복을 하나씩 떼어네 입에 넣어봤더니 진짜 너무 부드러웠다. 

그 다음은 메인이다 메인. 참치 5종. 크으ㅡ

1인용으로 먹음직스럽게 디피된 나무 도마를 건네 주시면서 설명도 해주셨는데, 각각 어느 부위인지 또 어떻게 요리 된 건지 어떤 순서로 먹으면 좋은지 알려주셨다.

기름기가 적은 것부터 먹는 거라고 하셔서 가운데 등살 > 중뱃살 > 뱃살 순서로 먹어보라고 하셨다. 자 그럼 가장 붉은 빛이 진한 가운데 등살 부터 한입. 머랄까, 식감은 양갱같았다. 단단하고 이 들어갈 때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그런 느낌. 비린맛도 전혀 없고 이거야 말로 진짜 입에서 '녹네 녹아'였다. 뒤이어 먹어본 중뱃살 > 뱃살로 갈 수록 처음 먹은 등살 보다 조금씩 더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겉이 살짝 익은 중뱃살은 간이 되어 있으니 간장을 찍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는데 짭쪼롬 하니 익히지 않은 중뱃살과는 또 다른 매력에 이 들어가는 느낌도 달라서 색다른 맛있음 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먹은 훈연한 등살.

꼭 하나만 고르라면 난 이걸로 하겠다. 머랄까 향 때문에 그런지 약간 베이컨 맛 나는 회..? 내 표현에 오히려 저렴한 느낌이 들까 싶다만 난 이게 제일 맛있었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굳이 5종류 중에서 딱 하나만 고르라면 말이다. 근데 진짜 다 각각 다르게 맛있었다.

회 5종을 다 먹어갈 무렵 오빠랑 내 손에 하나씩 쥐어주신 건 참치살을 김에 싼 네기토로.

진짜 좋은 육회비빔밥을 잘 구운 김에 싸먹는 기분이랄까, 밥알이 곁들여지니 이 때부터 속이 든든하니 배가 차오르기 시작한 것 같다.

다음은 뜨끈한 국물.

오늘은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라 국물이 더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표고에 새우와 흰살생선이 들어있는 어묵은 씹으면 새우가 탱글하고 표고가 쫄깃한게 맛있었고, 국물이 내가 이제껏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시원함이었다. 말로 표현하기가 조금 어려운데ㅡ 깔끔하게 시원한데 끝맛이 청량?!하달까.. 이게 고수 같은 느낌은 아닌데 무튼 입맛에 잘 맞아서 평소 국물까지는 안 마시는 건더기파인 나조차도 완국이었다.

국물 먹고 이젠 밥메뉴. 귀엽게도 생긴 미니 카이센동.

회랑 알이랑 알록달록하게 담겨서 간장을 조금 뿌려 비벼 먹었더니 완전 꿀맛. 회야 아까 먹어봤을 때부터 부드러운거 알았고, 겉이 살짝 그을려진 흰살은 먹기 전에는 회 보다는 조금 단단한 식감을 가졌겠거니' 하고 예상했는데 이것 또한 정말이지 부드러워서 밥이랑 같이 먹을 때 쫄깃하다거나 퍼석하다거나 하는 다른 식감이 느껴지는게 전혀 없고 부드럽게 쑥 넘어가는 그런 비빔밥이었다.

다음으로는 마구로카츠.

겉은 바삭, 따뜻, 속은 촉촉. 간이 되어 있다고 하셔서 바로 안입에 쏙 넣어봤는데 이거 진짜 너무너무 맛있다. 

원래 아는맛이 무섭다고.. 튀김은 뭘 튀겨도 다 맛있다고 했던가.. 배는 부른데 입맛이 더 돋궈지는 느낌이었다.

배가 거진 찬거 같은데 이제 식사를 주신다고 한다. 뜨끈한 라멘을 주셨는데ㅡ

태어나서 먹어본 라멘중에 국물이 제일 고소하고 면은 제일 쫄깃했다. 종종 라멘 좋아해서 가끔 사먹는데 와 이건 진짜 찐이다. 옆에서 오빠가 계란이 진짜 맛있다고 해서 익히 내가 알고 있는 그 계란보다 좀 더 맛있나보다 하고 한입 깨물었는데 달달한 맛에 부드럽고 끝에 살짝 너무 달지는 않게 짠맛이 느껴지는게 와우 진짜 너무너무 맛있다. 

아까부터 이미 배는 찼지만 맛있어서 먹고 먹고 더 먹었고, 그렇게 먹다 보니 이제 마지막 디저트.

하얀 아이스크림을 조개처럼 생긴 접시에 담아주셨는데 짭쪼롬한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줬던 소금 아이스. 퍽퍽한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약간 샤베트처럼 부드럽고 시원해서 맛있었다.

배부르게 기분좋게 맛난 음식. 이런 외식도 가끔씩은 이렇게 해줘야 행복한 것 같으다. 이렇게 맛있는 것 사먹고 기분 좋고, 기억하고, 이러려고 돈도 열심히 벌고 그러는 거지 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주량으로 눈이 살짝 풀린 우리였지만 그 마저도 입이 행복하다 보니 다 좋았다. 폭우를 뚫고 간 보람은 확실히 있었고 한동안 또 근사한 외식을 나가기 까진 재미지고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사실 나는 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다보니 혹여 입에 안맞으면 오빠한테 다 넘겨주고 입맛에 맞는 익힌 음식 위주로만 먹고 오겠단 생각이었으나, 오히려 오빠보다 내가 훨씬 더 좋아하면서 잘먹었던 오늘의 식사.

내가 먹어본 회 중에 과연 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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