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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2_Anna

팝업스토어 구경 후 점심 먹으러 가는 길.

영등포 백화점을 구경하는데 밥은 멀 먹어야 하나, 오랜만의 데이트니까 지나다니다 쉽게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나 쇼핑몰 안에 있는 유명 식당 말고 나름 좀 특별하고 기억에 남을 곳을 찾아가보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 난 맛집이 있었는데ㅡ 바로 여.로.집.

이 곳은 우리 엄마 아빠가 결혼 하기 전 부터 자주 다니셨다는 부모님의 데이트 장소였다. 부모님도 영등포 근처에서 데이트를 자주 하셨다는데 두분 다 술을 좋아하시는 편이라 매콤한 오징어볶음에다가 소주 한잔 곁들이는 데이트를 이곳에서 많이 즐기셨는 모양이다.

내가 초등학생 시절에 우리가족은 서울을 벗어나 신도시로 이사를 갔지만, 멀리 가서도 이곳의 추억이 그리우셨는지 늦은 밤 심야버스를 타고 나를 데려 오셨던 곳이다. 너무 오래전이라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되게 매운 오징어볶음을 씩씩대면서도 잘도 먹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 부부도 가끔 영등포를 나가 놀 때가 있는데 요새는 근처 문래동도 그렇고 쇼핑몰 안에도 너무 예쁘고 인기있는 식당들이 많아서 미처 잊고 있다가 오늘에야 다시 기억해내 이곳을 찾게 되었다.

안내해주신 자리에 안자 메뉴판 스윽 훑기. 

오징어볶음은 우선 시킬거고 그 외에 뭘 더 먹어야 할지 양은 얼마나 되는지 감이 없었기에 우선은 오징어볶음 소로 소심한 출발을 해보았다. 앞 뒤 양 옆 테이블을 보니까 반찬삼아 밥을 드시는 분들도 계시고 낮술하시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가지시는 분들도 계시고 테이블 마다 각양각색. 

그래도 매콤한 오징어 한입에 시원한 알코올 한잔이 이곳에선 국룰인듯 했다.

자리에 앉으면 기본으로 세팅해주시는 콩나물과 상추, 살얼음 낀 동치미ㅡ 어렴풋한 내 기억에 매워서 쓰읍하고 입술을 앙다물 때마다 엄마 아빠가 콩나물을 챙겨주셨던 것 같다. 

사실 우리 부부는 엄청난 맵찔이라 이걸 먹으러 온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는데 그럼에도 역시나 추억속의 이 맛은 꿀맛인 것. 오징어볶음인데 머랄까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그 맛과는 다르다. 약간 음.. 해물찜 같은 느낌적인 느낌?!

상추에다가 통통한 오징어 하나 올리고 양념 살짝에 콩나물을 올려 싸먹으면 그렇게 맛나는 것. 그래도 한 두입 먹다보니 역시 우린 매운것을 너무 못먹어 속을 달래줄 계란찜 하나에 대접밥을 추가해봤다.

먹다 보니 서로 다른 식성이 나오는 우리부부, 오빠는 양념에 오징어를 잘게 썰어 슥슥 비빈 밥 파. 나는 밥보다는 오징어 고대로 하나씩 싸먹는 쌈 파였다ㅡ 술을 하러 온 건 아니어서 사이다 하나 시켜다가 반주처럼 즐겨볼까 했는었데 같이 먹으라고 주신 동치미가 맛 궁합이 찰떡이라 먹다보니 잊어버렸다.

매운 오징어 하나 먹고 입술 쓰읍 > 계란찜 호 불어 먹고 > 동치미 한입에 괜찮아지면 > 밥 한 숟갈 떠 먹고 > 계속 반복.

오래된 맛집이어서 그런지 밥 먹는 동안 보게된 여러 손님들의 연령대가 참으로 다양했다. 우리랑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커플도 있었고 어르신들도 계셨고ㅡ 나처럼 부모님의 소개로 대를 이어서 찾아오는 곳이라 그런가보다.

오랜만의 데이트에 부모님 생각에 어린시절 소환까지.

오늘은 점심밥에 추억까지 같이 먹기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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