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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1_Anna

오늘은 추석. 긴 연휴의 아직 초반.

올 연휴에는 큰댁에 안내려가고 미리 친정 시댁 부모님들 얼굴 뵈었다 보니 딱히 명절을 지내진 않고 그저 길고 긴 연휴만 오빠랑 재미나게 보낼 예정이다.

어디 멀리 여행가기에도 시기가 시기이고, 집 정리도 하고 그냥 그냥 집 근처 가까운 곳에 나갔다 오고 뭐 만들어 먹고 그러다 보면 연휴도 지나겠지 싶은 생각.

요즘 운동량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 오빠랑 얘기가 많은데 웬만하면 하루하루 걷는 시간을 늘려보자 싶어서 지난 주말에는 한시간을 걸어 옆동네까지 가고, 안보는 책 잔뜩 쌓아다가 굳이 또 카트 끌며 걸어가 책도 팔고 나름의 노력을 해봤다.

오늘도 저녁에 딱히 할 것도 없고 내일도 쉬는 날이니까 운동겸 밖에 나가 산책좀 할까 싶었다가 문득 자전거 생각이 났다.

연애할 때부터 한번쯤 해보고 싶던 따릉이 타고 한강가서 놀기.

왜인지는 모르나 연애때도 못해봤고 결혼한지 1년이 다 되어 가는 이 시점에도 한번도 못해봤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았지만 날씨가 좋으면 우리랑 똑같은 생각 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런지 주차 되어 있는 따릉이 찾기가 어려웠던 적도 있었다.

오늘은 다행히도 집 앞 따릉이 보관장소에 몇대가 남아있길래 옳다구나! 하고 자전거에 올라탔다.

처음타보는 따릉이. 훗 괜히 이거 타니까 서울사람 같고 그르다.

브레이크는 잘 되는지 안장높이는 괜찮은지 오빠가 이리저리 꼼꼼히 봐준다음 페달을 굴러봤는데 오랜만에 타서 그런지 처음에는 조금 긴장 되더군, 천천히 한쪽으로 가면서 자전거 길을 따라 한강까지 가볼 예정.

매일 걷기만 했던 길에 자전거를 타고 가니 새로운 속도에 괜히 신이 나는 듯했다.

자전거 길이 좁아서 둘이 나란히 갈 순 없었지만 신나게 페달 밟는 나를 오빠는 뒤에서 조용히 따라와 주었다. 맞은편에서 쌩쌩이 자전거가 다가올 땐 살짝 무섭기도 했지만 조금 지나니 그 마저도 익숙해졌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서서히 보이는 한강. 역시 야경은 서울이야ㅡ

걷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강아지랑 같이 나온 사람. 사람들이 참 많기도 했다. 야경구경, 사람구경, 달구경. 밤 공기가 참 좋았다.

우리의 목적지는 한강변 편의점.

TV에서만 봤던 라면을 먹으러 가는 길이다. 한강에는 신기방기하게 알아서 라면을 끓여주는 기계가 있다니.. 

사이좋게 라면 하나씩에 같이 먹을 물 한병을 골라서 기계앞으로 갔다.

여기서 잠깐! 울 오빠는 무지 당당하게 이렇게 하는 거라며 라면에 뜨신물을 받았다.. 오우 노..! 아니다! 기계에 다 자세히 써있는데 절대로 컵라면 끓이듯이 뜨신물을 넣으면 안된단다! 으이구. 다행스럽게 기계 옆에 있던 편의점 아주머니가 도와주셔서 문제없이 다른 컵을 받아 끓여먹을 수 있었다.

간단히 저녁 겸 먹고 나왔는데도 너무 맛있는 라면ㅡ 한라산 올라가서 먹었던 라면 다음으로 맛있는 듯 하다.

연애 때 부터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데이트 버킷 하나를 지운 오늘.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소소하게 같이 노는 이런 일상이 참 재밌고 좋다.

오빠가 특히 너무 좋아했던 오늘의 데이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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