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9.10.25_Anna

신혼여행의 마지막 저녁식사.

매일매일 근사한 곳에서 평소 데이트 때와는 다른 비싼 밥을 먹어왔지만 오늘은 그래도 먼가 더 특별하고 싶었다. 마지막 저녁식사니까 맥주 보다는 와인도 괜히 한잔 하고 싶고ㅡ

어디로 가야 할지는 둘다 아는 바가 없으나 오늘 트램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트램 승무원분들이 알려준 한 식당에 가보는게 어떨까'라는 얘기를 했다. 당일 트램티켓을 가지고 가면 할인을 해준다길래..! 지나다니면서 보니 식당도 꽤 크고 분위기 있을 것 같아서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다. 우리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저녁시간쯤 되어 걸어가봤는데 오늘은 럭비월드컵 때문인지 예약도 다 차있고 40분 가량 기다려야 테이블이 날 거라고 했다. 꼭 여기서 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다면 물론 기다릴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었지만ㅡ 날이 날이라서 그런지 가게 안이 굉장히 시끌벅적 했다. 조용하고 우아한 식사 보다는 벽에 걸린 TV에서 경기를 보면서 모르는 사람과도 쉽게 맥주잔을 기울이는 분위기라 우리랑은 맞지 않을 듯 해 밖으로 나왔다. 

예비 후보가 없던 우리는 우선은 어제 저녁 도착해 여러 식당을 봤던 시티 쪽으로 걸어 가봤다. 곳곳에 보이는 펍에서는 아까 본 식당에서의 분위기 처럼 다들 축제가 한창인 느낌이었다. 결국 많은 식당 중에서 원하는 곳을 못찾은 우리는 다시 숙소 쪽으로 발길을 돌려 드문드문 보이는 식당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저기도 괜찮네 조용해 보이네'하며 식당 입구에 걸린 메뉴판을 보면 도통 먹고 싶은게 없거나, 음식 보다는 그냥 와인이 메인인 와인바도 지나치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한 가게가 있었는데ㅡ 어제 저녁 숙소에 짐을 두고 나오는 길에 봤던 한 식당.

북적이는 시티 한복판이 아니어서 그런지 어제 지나가면서 봤을 때도 동네 사람들이 올 것 같은 그런 아담하고 소박한 느낌이 들었는데, 마지막 식사 장소로 정하기엔 좀더 비싸보이는 그럴듯한 곳을 찾는게 어떨까' 싶기도 했지만 막상 들어와보니 더 정감있게 느껴지는 분위기가 좋았던 곳 FIDDLESTICKS이다.

따로 예약을 하지 않아도 다행히 바로 테이블 안내를 받을 수 있었고, 직원분을 따라 안쪽 자리까지 들어가보니 가게 안에는 오빠랑 나 말고는 동양사람이 단한명도 없었다. 머랄까 진짜 외국다운 외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순간적으로 팍! 드는 순간이었다.

가게 안 인테리어는 파티션 별로 분위기가 조금 달랐는데 들어서면 딱 깔끔한 현대적인 느낌이었지만 한켠으로 돌아 들어가니 한쪽에 벽난로가 돋보이는 먼가 옛날 가정집을 개조한 것 같은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우리는 벽난로 쪽 유리창 자리를 안내받아 앉게됐다.

작은 사이즈의 오늘의 스프 하나를 먼저 먹고. 마지막날이니까 괜히 기분내보고 싶은 마음에 전문점 아니더라도 스테이크 하나를 시켰고, 먼가 모르게 나는 그냥 밥알이 먹고 싶어서 리조토를 골랐다. 와인도 한병 하면서 식사를 천천히 하고 싶었는데 마침 로제와인 이벤트를 진행중이었던ㅡ 오빠랑 나랑 둘다 와인은 잘 모르니까, 직원분 도움으로 그림 중에서 가장 달달한 걸로 주세요 라고 했다.

가게 안은 정말 동네 사람들로 보이는 손님들이 너무 시끄럽지 않게 식사하는 분위기였다. 술이 더 메인인 펍과는 달리 식사를 하면서 맥주를 곁들이는 정도의 분위기라 조용하니 더 좋았던 것 같다.

분홍색 와인 하나 홀짝 거리면서 스프도 한입씩. 자주 먹은 호박스프긴 해도 따뜻하니 몸도 뜨끈해지는 것 같고ㅡ 역시 국물 같은걸 먹어 줘야 하는가보당. 뉴질랜드 있는 동안 종종 먹은 오늘의 스프. 우리나라 가정식 백반처럼 집집마다 매일 종류가 달라지겠다만은 어떻게 된게 우리가 식당 들어가서 시킬 때마다 왜케 호박스프인지.. 여행 1주일 기간중에 세번째다..a 그래도 만드는 사람이 달라서 그런지 맛이나 스타일은 조금씩 다 다르긴 했지. 

제일 단 와인을 시켰던 거라서 모스카토 수준에 쥬스처럼 왕 단맛일 줄 알았지만, 생각했던 만큼 아주 달다구리한 당도는 아니었고 쌉싸르미한 와인 잘 못마시는 오빠랑 나에게는 그래도 잘 맞는 정도였다. 

고기랑 같이 먹으니까 찐한 레드와인 만큼이나 잘 어울리는 와인. 토마토 소스가 들어간 리조토도 상큼하니 아주 맛이 좋았다. 마지막 식사가 분위랑 맛이랑 잘 고른 듯 하여 아주 만족스럽기 그지 없었다 :)

신혼여행 내내 싸우기도 한다던데 우린 그런거 없이 둘이 정말 잘 놀고 쉬다 가는 것 같아서 참 다행이었던 여행. 오빠가 나한테 전적으로 맞춰줘서 그런거겠지만.a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서 남다른 희생으로 먼 거리를 운전해서 데카포호수를 보여준 오빠에게 참으로 감사.

앞으로도 사이좋게 잘 놀고 잘 먹고 평생 잘 지내야지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