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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5_Anna

크라이스트처치에서의 온전한 하루이자 마지막 날인 오늘.

몹시도 맑고 파란 하늘이 기분좋은 아침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얼른 씻고 주방에 나가 다른 손님들과 함께 식사를 한 뒤,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여행자 안내소 i.site에 갔다.

신혼여행 계획을 한창 짤때 오늘의 일정은 크라이스트처치 곤돌라타기 였다. 사실 그것 때문에 차도 렌트했는데ㅡ 어제 저녁에 도착해 정작 크라이스트처치 시티를 제대로 못 본게 아쉬워서 예쁜 공원도 보고, 대성당도 가보고, 오늘은 그냥 느긋하게 많이 걷고 배고프면 먹고, 사람들 구경도 하는게 어떨까 싶어 생각을 바꿨다. 생각지 못하게 퀸즈타운 도착하자마자 곤돌라를 타기도 했고..a 물론 동네가 다르니까 풍경도 다르고 감동도 다를 테지만 그래도 오늘은 시티투어 하면서 여유롭게 하루 보내다 돌아가는 걸로.

오빠가 어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여행자들을 맞이하는 안내 데스크에서 이것저것 카다로그를 몇개 가져왔는데, 그 중에 하나를 유심히 보더니 나에게 건넨게 punting이었다. 펀팅?? 이게 머지?' 되게 생소했는데 사진을 보니 이탈리아 베네치아 여행사진 같은데서 봤던 그런 배였다. 카약보다는 조금 큰 배에 여러 사람이 타고, 뱃머리에서 사공이 배를 저어주는 것. 먼가 사진으로만 봐도 되게 여유있어 보여서 확 땡겼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어제 숙소 도착하면서 레일을 발견하고는 설랬던 트램타기. 왠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나는 트램이 먼가 보면 귀엽고 딱 해외스럽고 그렇다 :)

 

여행자 안내소에 들어가보니 아침 시간에도 여러 관광객들이 와있었다. 한 켠에는 뉴질랜드 지도와 함께 여러 여행지 카다로그가 진열되어 있고, 곳곳에 스탠딩 데스크에서는 여행상품 안내와 예약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우리도 한 데스크에 가게 됐다.

기분 좋은 아침인사를 건넨뒤, 펀팅과 트램을 하고 싶다 말씀드렸더니ㅡ 여러 액티비티 중 2개를 한날에 할 경우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하셨다. 곤돌라 등 다른 액티비티까지 하면 더 높은 할인율이 적용된다고 한다.

트램은 티켓을 받자마자 바로 나가 언제든 타고 내리고 오늘 하루종일 횟수 상관 없이 이용할 수 있지만 펀팅은 오늘 예약상황이 어떤지 미리 체크를 해보는게 좋다고 하시면서 전화를 해보고 안내해 주신다고, 예약을 안하고 바로 가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어느 시간대를 원하냐는 안내원의 질문에ㅡ 오늘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은 상관없다고 말하자 바로 수화기를 들고 통화를 하셨다.

하이 하와유'로 시작해 중간 중간 굿. 올라잇. 땡쓰 바이바이 하고 쿨하게 끊으시는 걸 보니 눈치상으로는 예약이 잘 된듯?! 했다.

우리의 예약시간은 12시 10분. 지도에 배타는 장소를 빨간색으로 표시해 주시면서 12시 5분까지 가는게 좋을 꺼라고 하시는 친절한 직원분. 시간도 한창 따뜻하고 햇살 좋을 낮시간이라 배타고 나서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면 되겠다'하며 기분좋게 안내소를 나왔다.

안내소를 나오자마자 있는 정류장에서 하늘이 너무 너무 파랗다며 잠깐앉아 하늘을 보던 우리는 어느새 오른쪽 길 끝에서 다가오는 트램을 발견했다. 트램이 천천히 점점 다가오자 오빠랑 나는 동영상도 찍고 사진도 찍으면서 우리 앞에 딱 멈춰서기까지 시선을 떼지 못했다.

크라이스트처치의 트램은 딱 여행자들을 위한 것 같았다. 먼가 되게 엔틱하면서 작고 귀여운 트램이 꼭 장난감 기차가 길 위에 다니는 것 같았다. 멜버른이나 더블린에서도 트램을 타보긴 했지만 여행자용 액티비티 보다는 교통수단에 가깝게 느껴져서 되게 예쁘고, 설레고 그런 느낌이 크라이스트처치보다는 덜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트램에 올라 표를 보여드리자, 흰 단발머리가 인상적인 기관사 아주머니가 티켓에 날짜표시를 해주면서 빵끗 웃으셨다. 

자리를 잡고 앉자 천천히 트램이 움직였고 안내방송이 시작됐다. 여기는 몇번 정류장이고, 옆에는 뭐가 보이고, 시티의 이곳저곳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는데 그래서인지 정말 교통수단으로 짧은 거리를 편히 가려고 타는 현지 사람들은 없고ㅡ 우리같이 멀리서 온 여행객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여행객들을 위해서였을까, 창밖에 보이는 사람들은 트램을 보면서 손도 흔들어 주고 웃어주고 하는게 되게 따뜻한 기분이 느껴졌다. 

끊임없는 안내방송 영어폭격에 못알아듣는 내용이 많았지만 이 트램 저 트램 내렸다 탔다 하다보니 다른 기관사의 방송에서 아까 이해 못했던 부분이 들리기도 하고, 이 지점에서 먼가 설명이 있었는데ㅡ 하면서 다음번에는 조금더 집중해서 듣고 해서 점차 조금씩 이해되기도 했다.

트램을 타고 시티 중앙에 들어서니 플리마켓이 열려있길래 구경하려고 무작정 내려봤다. 오늘하루는 마음대로 탔다 내렸다 해도 되니까 가다가 길이 예쁘면 내리고, 유독 눈에 띄는 트램이 오면 타고' 자유여행에 아주 최적화인 씨.티.트.램.

마켓 구경하고 길 따라 쭉 걷다보니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에 발길이 닿았다. 원래 어디 놀러가면 성당, 절, 사찰, 교회를 꼭 가보는 편인데ㅡ 종교를 떠나서 그곳에서의 경건함과 고요함이 참 좋아서다. 그리고 건축물로서도 너무 멋지고. 그치만 아쉽게도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은 지난번 대지진으로 인해 너무 많이 손상되었고 복구만 약 30년이 걸린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철조망 사이로 카메라를 맞춰 사진을 찍고는 아쉬웠을 텐데 우리도 그들 중 한명이었다. 복구가 끝나는 30년 뒤에 다시 한번 와보는 건 어떨지.?!

시티구경을 하고 길가에 펴있는 꽃도 보면서 걷다보니 곧 배타러 갈 시간이 가까이 되었다. 날씨가 매우 좋았지만 그래도 배위에 있으면 춥지 않을까 싶어서 숙소에 들러 경량패딩을 챙겨입었다. 햇빛이 되게 따뜻한데 그늘에 가면 서늘한 기분? 그래도 곳곳에 벚꽃이며 이름 모를 꽃들이 가득피어 있는게 봄은 봄이다.

숙소에서 2블럭 밖에 안 떨어진 가까운 곳의 에이번강.

예약을 미리 하고 와서인지 사람들도 많이 붐비지 않고 딱 좋았다. 시간맞춰 도착하자 아침에 미리 연락받은 12시 10분의 2사람 예약이 우리인지 바로 알아보시고는 내 이름을 먼저 물으셨다. 그도 그럴것이 딱 이 시간에 2사람을 예약한 동양사람이 우리 말고는 없어보였으니까ㅡ

마침 뱃놀이를 마치고 들어온 배 한척. 배가 좌우로 너무 가늘어 보여서 타다가 헤까닥?! 뒤집어 지진 않을까 싶었다. 한명한명 손을 잡아주는 직원분들 계셔서 조심해서 내리면 위험하진 않을 듯했다. 오래기다리지 않고 바로 배에 탑승.! 기대된다. 오빠랑 나는 운이 좋게도 배의 가장 앞 부분에 앉게 되었다. 아무래도 앞자리면 시야가 탁 트여 있어서 경치 즐기기가 더 좋을 듯. 자리에 앉으니 담요를 준비해주시기에 배가 움직이면 많이 추워지나?! 싶었지만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에이번강은 먼가 강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작았는데 물은 잔잔하고 좌우에는 버드나무가 커튼처럼 드리워져있고 꽃과 나무들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배는 정말 천천히 움직였고, 가끔씩 우리 배 옆으로 오리랑 거위가 같이 헤엄치기도 하면서 정말이지 평화로움과 여유로움을 한껏 즐길 수 있는게 너무 좋았다.

원래 어디 놀러가면 둘이 100장 200장씩 셀카 찍느라 난린데, 이번 신혼여행에서는 경치보는데 취해서인지 생각보다는 우리 둘 셀카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이곳 배위에서도 마찮가지. 아직도 휴대폰 사진에는 강위의 오리 사진이 그렇게 많고 내 얼굴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도 사진을 보면 그때 그 풍경과 기분이 느껴지면서 흐뭇하다.

오빠 덕분에 이런 배도 타보고, 이런 평화로움도 느껴보고 이 풍경과 따뜻함에 잠깐이지만 있었다는게 참 감사하게 생각되는 추억이다. 배 위에서 계속해서 흥얼거린 찬송가 한구절.

평화. 평화로다ㅡ 하늘 위에서 내려오네.

https://goo.gl/maps/ykJdpVTAGhy7Qm257

 

Punting On The Avon · 2 Cambridge Terrace, Christchurch Central City, Christchurch 8013 뉴질랜드

★★★★★ · 관광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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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Tram tour · Cathedral Junction, Shop 13/109 Worcester Street, Christchurch 8011 뉴질랜드

★★★★★ · 관광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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