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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4_Anna

비가 추적추적 오는 크라이스트처치 첫날 저녁.

도착 후 이곳에서 뭘 이렇다 할 구경이나 다른일을 한것 없이 바로 저녁시간이었다. 아무래도 퀸즈타운이 우리 신혼여행의 조금 더 중요한 장소였다보니 크라이스트처치는 한국 오고가는 비행기 때문에 잠시 쉬어가는 곳 정도로 생각한게 약간은 아쉬운 기분이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여행기간이 길지 않다보니 어쩔수 없는 선택..

퀸즈타운에서 있다 와서 그런지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두 곳이 비교가 되었는데, 크라이스트처치가 조금 더 도시스러웠지만 오히려 저녁시간에는 가게들이 빨리 문을 닫는지 조용했다. 우리 숙소 앞에 위치한 여행자 안내소도 7~8시 쯤에는 문이 닫혀있었고, 트램길을 따라 옆으로 걷는 사람들도, 지나다니는 차도 별로 없었다. 대부분의 장소가 저녁시간이 되면 문을 닫고, 다들 퇴근해서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문화가 있는 건지 이곳에 와서 느껴졌다.

조용한 길을 따라 그래도 저녁을 먹을 만한 공간을 찾으러 시티쪽으로 걸어나가 봤다.

트램길을 따라 걸으면서 한블럭 정도를 건너니 그래도 문을 연 식당?? 펍??도 보였다. 다행스럽게도 저녁식사를 할만한 곳은 늦게까지 문을 여는 모양.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어떤걸 먹어야 하나 맛집을 소개한 블로그가 있나 찾아봤지만 퀸즈타운에 대한 정보만큼은 찾을 수 없었다. 동네 구경도 할겸 그저 걷다가 문 앞에 세워둔 메뉴판을 보고, 끌리는 메뉴가 있는지.. 슬쩍 안을 들여다 보면 분위기가 어떤지 보고 맘에 든다면 바로 들어가 저녁식사를 하기로ㅡ

그렇게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아이리쉬 펍 입간판. 골목 안으로 들어가니 꼭 템플바처럼 빨간 외관이 돋보이는 펍이 하나 있었다. 가게 이름은 LITTLE FIDDLE. 안에서는 바이올린의 현란한 기교가 돋보이는? 꼭 발장구를 치면서 춤을 춰야할것만 같은 아일랜드 버스킹에서 많이 듣던 분위기의 노래가 흘러나왔고, 사람들 떠드는 소리와 북적거리는 모습이 진짜 순간 더블린에 온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문 앞에서 서서 메뉴 구경을 하는데, 앞서 나온 손님이 '푸드 이즈 굿'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음식도 괜찮은가보네' 하는 확신을 갖고 진짜 아이리쉬스러운 메뉴로 아이리쉬 스튜와 기네스 미트 파이를 고르고 들어갔다.

가게 안 분위기도 붉은 조명이 돋보이는 어두침침한 인테리어와 한켠에 종류별로 구비된 탭비어, 그리고 주문을 받고 맥주를 따라주는 직원들의 흥겨움. 맥주를 먹으면서 대화하는 사람들까지ㅡ 아일랜드가 그리워지는 모습이었다. 어느정도는 비슷했지만 내 기억의 아이리쉬펍과 조금은 다른 느낌이 있다면, 한 쪽에 늘 있던 라이브 밴드가 없었던 것? 정도 같다. 

자리를 잡고 앉아 미리 골라둔 메뉴를 주문했다. 안타깝게도 기네스 파이가 다 떨어져서 안된다고.! 다행히 또 고민했던 다른 메뉴인 깔라마리를 시켰는데ㅡ 내 구린 발음 때문에, 직원이 아이리쉬 스튜 대신 오렌지 주스를 주네..?! ㅎㅎㅎ 난 오렌지 주스 말고 아이리쉬 스튜를 먹겠다 말하고 난 내 발음을, 직원은 자신의 못알아들음을 서로 사과하며 웃고 넘겼다. 오렌지 주스는 뭐 이미 나온거니 내가 마시고 ㅎ

음식이 나오기 전 잠깐 두리번 거리며 가게를 구경하는 시간. 마침 벽에 걸린 티비에선 크리켓 경기가 나오고 있었는데, 생소한 운동이다 보니 오빠는 신기했나 보다. 비를 맞으며 와서 그런지 우리 자리 뒤로 작은 벽난로의 온기가 참 좋았다. 그렇게 인테리어 구경, 크리켓 구경, 사람들 구경하고 있던 중 드디어 우리의 저녁식사가 나왔다.

나는 추억 돋는, 오빠에겐 새로운 메뉴들ㅡ 아일랜드에 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추억과 기분을 느껴보고자 기네스와 cider도 같이 주문해봤다.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는 것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분탓에 기네스도 조금 더 맛있는 것 같고, 사이다도 괜히 한국에서보다 조금 덜 달고 더 술 같은 기분이 드는 것만 같았다. 퀸즈타운에서 자주 먹게된 스프와는 달리 뜨끈한 국물이 있어 오빠는 아이리쉬 스튜가 좋았나보다. 깔라마리는 같이 곁들여 나온 야채가 상큼해서 느끼하지 않게 먹을수 있어 좋았다. 

생각지 못한 곳에서 생각지 못한 메뉴를 먹으며 아일랜드에 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된 기분 좋은 저녁시간이었다. 오빠랑 꼭 다시 아일랜드에 가서 내가 자주 다니던 공원과 길, 아르바이트 했던 식당까지 보여주고, 오늘 못먹어서 아쉬운 기네스 파이도 맛나는 집에 데려가 사주겠다'고 한번 더 약속 :)

그렇게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아일랜드를 그리워 하며, 저녁식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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