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9.01.12_Anna

오늘은 상견례 하는 날.

작년 가을 본격적으로 결혼 얘기를 하고,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후딱 시간이 흘렀다.

연말부터 상견례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부모님을 이제 막 뵙기 시작했고 딱 한번 인사를 드린 차라 상견례라는 단어가 너무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래도 올해 안에 결혼할꺼니까 언제고 할일이고, 상견례를 먼저 해서 전체적인 일정 등을 부모님들끼리 다 얘기 나누시고 얼추 정한 다음에 앞으로 더 자주 부모님들을 찾아 뵙고 친해지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됐다.

연말 안에 상견례를 하게 될 줄 알았는데ㅡ 연말은 우리 뿐 아니라 부모님들도 바쁘시고, 식당 예약도 혹여 쉽지 않을 수 있기에 연초에 만나는 걸로 생각하고 일정을 잡게 되었다.

상견례는 양쪽 집의 딱 중간 정도 위치에서 주말 점심을 먹는 경우가 많다고 들어서 오빠랑 나랑 서로 얘기도 많이 해보고 알아보고 했는데 우리 둘의 딱 중간이면 신도림, 영등포 쯤 위치 이겠지만 주말에 이 두곳은 너무 복잡하지 않을까 싶어 선호하지 않게 되었다. 오빠랑 나랑 둘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각자 생각해서 찾아본 신도림의 한 한정식 집은 리뷰를 찾아보니 우리와 잘 안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더 들어서 포기.

어디가 좋을까 생각을 다시다시 해보다가 떠오른 곳이 여의도 였는데ㅡ

옆에 국회도 있고 은근 식당이 많은 곳이라 괜찮은 한정식집이 있지 않을까 싶어 '여의도 상견례' '여의도 한정식' 등을 검색해 보니 괜찮아 보이는 한 식당을 보게 되었다. 바로 여의도 '운산'

코스 형태로 개개인마다 소분하여 서빙이 되기 때문에 팔을 뻗어 음식을 덜어먹어도 되지 않아서 좋다는 리뷰가 제일 눈에 들어왔는데 리뷰만 보고서 선뜻 결정해 버리기에는 상견례가 중요한 자리이다 보니 식당을 먼저 가서 분위기는 어떤지 한번 보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도 그럴게 교회에서 가까운 곳이라 예배 끝나고 살짝 가봤는데 들어가지는 않고 멀리서 입구만 보니 깔끔해 보이고 입구에서 인사하고 계산하시는 직원분도 손님들한테 친절해보이셨고 되게 전문가 스러워 보여서 맘에 들었다. 그리고 가게 입구에 크게 걸린 에어프랑스 기내식 메뉴 제공 현수막도 오빠랑 나를 확 끌리게 했다.

가게 밖에 있는 메뉴판을 찬찬히 둘러보면서 메뉴도 괜찮네 싶었는데 혹시 다른 더 맘에 드는 식당을 찾게 될 수도 있으니 바로 정하지는 않고 일단 돌아갔고ㅡ 여의도 지역 다른 한정식 식당도 여럿 찾아봤지만 아무래도 '운산'이 가장 맘에 들어서 고르고 골라 결국 여기로 하자고 했다. 딱 연말에 미리 전화를 해서 1월 12일 날짜가 괜찮은지 물어보고 예약을 해두었다.

상견례로 인기가 좋은 식당인만큼 메뉴도 따로 있었는데 인기가 좋다는 원앙정식과 봉황정식이 있었다. 어떤걸로 할까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양쪽 부모님 모시고 처음 하는 식사인데 싶기도 하고ㅡ 언제 또 이런 한정식 전문식당에 와서 코스 요리를 먹어보겠나 싶어서 '봉황정식'으로 정했다.

상견례 전까지는 식당정하고, 메뉴도 정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양쪽 부모님 선물도 준비한다고들 하길래 뭘 해야 하나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둘이서 머리 맞대고 이것저것 알아봤는데 도라지정과? 화려한 떡 케이크 같은 것도 괜찮아 보여서 주문을 하네 마네 생각이 참 많았다. 그렇지만 결국 선물은 준비하지 않는 걸로 결정했는데ㅡ 똑같은 선물 두개를 가져와서 양쪽 집이 하나씩 가져가는 것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오빠는 우리부모님. 나는 오빠 부모님 따로따로 준비해서 바꿔 드리는 것도 그렇고, 이래저래 먼가 애매한 기분이 들어서 빼게 된 것. 그보다는 앞으로 더 좋아하실 만한 실속적인 걸 자주 해드리자 싶었다 :)

 

식당을 예약하고, 부모님들께 날짜와 시간을 알려드리고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지나 새해가 됐고 드디어 상견례 당일.

미리 오빠랑 코디 해 둔 정장바지에 크림색 니트를 입고, 엄마와 세트로 맞춘 목도리에 코트를 입고 나갔다. 생각보다 그리 많이 춥진 않은 오늘ㅡ 날씨도 맑고 좋았다. 엄마와 나는 차가 막히진 않을 까 조금 초조했지만 평소 이쪽 길을 잘 알고 계신 아빠는 절대 안 늦으니 걱정 말라며 약간 여유도 부리셨다.

식사 예약시간인 1시보다 한 15분 정도 일찍 도착한 것 같다. 우리집이 먼저 도착해서 안쪽 방으로 안내 받았다ㅡ 먼저 온 집이 들어오는 문을 바라보고 안쪽에 앉는 거라고 하길래 그렇게 앉아 기다렸고, 오빠와 부모님이 도착하기 전 우리 가족은 셋다 살짝 긴장된 모습이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원앙을 괜히 한번 만져보기도 하고, 엄마는 테이블 폭이 넓지 않아 앞 사람이랑 간격이 너무 가까운 것 아니냐고 부담스럽겠다고도 하셨다. 그러자 그 말에 아빠는 상견례 때는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보내야 하는데 거리가 너무 멀면 말소리가 안들리지 않겠냐고 그런거 다 고려해서 해놓은 것 아니겠냐고 하셨다. 아빠 말이 맞지 않을까ㅡ

곧 얼마 안되어 오빠와 부모님이 도착하셨고, 직원분이 바로 음식을 준비해 주셨다.

나물 부터 조금조금씩 코스별로 음식이 나왔는데 처음에는 되게 조금씩 주신다 싶었다가 마지막 코스로 접어들 때쯤은 너무 배가 불러서 아직도 나올 음식이 더 남았나 싶을 정도였다.

신선로도 처음 먹어보고 중간에 나왔던 전복 요리도 맛있었고, 엄마가 특히 좋아했던 보쌈김치도 시원하고 아삭한게 '와, 이런게 한정식인건가.?' 싶게 촌스러운 생각도 들었다. 상견례 자리만 아니었으면 나오는 메뉴마다 족족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치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그럴 수는 없고 오빠랑 나는 그냥 얌전히 앉아서 천천히 먹고 어른들 하시는 말씀 듣는 것 외에는 달리 할건 없었다.

상견례라고 해서 되게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었던게 서로의 부모님께 우리 애를 잘 봐주십시오ㅡ 아드님을. 따님을 잘 두셨습니다 등의 대화를 계속 계속 하시고, 결혼식은 빠르면 4~5월, 아니면 가을 쯤. 결혼 시간도 요새는 저녁 시간에 하는 것도 여유로워 보인다고 상관 없으니 우리 둘만 좋다면 잘 알아보고 결정해서 하라고 하셨다. '둘이 알아서 잘 하지 않겠니, 우린 다 괜찮단다' 분위기. 

혹여 어려운 점이나 조율해야 할 사항이 있으면 오빠와 나를 통해서 나중에 또 연락을 하자고, 오늘 만나뵙게 되어 정말 반가웠다고 하시고는 그렇게 상견례는 끝이 되었다.

한 스텝 또 넘겼으니 앞으로도 잘 해봐야지 :)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