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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1_Anna
안동에서의 첫 공식 일정 : 점심 먹기.
안동은 워낙 먹거리가 풍성한 곳이므로 첫 식사로 무엇을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점심 식사니까 너무 과하지는 않으면서도 든든하면서도 유명한 것을 골라보니 결론은 안동 간고등어.
내가 안동 올 때 마다 먹으러 간 맛집. 일직식당으로 간다.

꽤나 오래전 경주를 거쳐 안동으로 혼자 여행 중일 때 경주에서 만났던 일행이 안동에 가면 꼭 먹어 보라며 추천해준 것을 시작으로 알게된 맛집. 큰 기대를 안고 갔는데 나의 기대를 백만퍼센트 충족 시켜 주었던 곳이다. 
그 이후에는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혼자서는 먹어볼 수 없던 고등어 조림까지 시켜 먹고 또 한번 만족감을 느꼈던 곳.
가게는 예전 모습 그대로인듯 달라진 모습도 가지고 있었으니 바로 예약시스템.

안동 간고등어 간잽이 명인의 집이라 그런지 오자마자 얼른 대기번호 부터 찍었는데도 우리 앞에 대기 손님이 엄청 났다. 밖에 옹기종기 모여 난로에 몸을 녹이고 있는 손님들도 많고ㅡ

오늘 날이 좀 추워서 밖에서 계속 기다리는 것은 조금 부담스러웠기에 대기 안내 톡을 받기 전까지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돌아오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사실 일직식당은 옛날 안동역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데ㅡ 우리가 도착했던 안동역은 새로 지은 건물에 위치도 조금 떨어져 있고 내 기억 속에 안동역이라 하면 바로 이곳이다. 지금은 먼가 박물관? 같은 느낌으로 남아있는데 되게 추억 돋더라.

옛 안동역 앞 광장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맞은편에 예쁘장하게 꼭 트램같이 생긴 버스가 지나가는 것도 봤다. 게다가 안동의 버스는 흰색과 진분홍색이 적절히 섞인 내 어린시절 기억속의 시내버스 같아서 시간여행 온 것 같기도 하고 정감갔다.

확 달라진 새 안동역을 보고 놀랐지만 이곳에 오니 내가 기억하는 안동의 모습이라 너무 좋더라. 
내 기억이 맞다면 이곳에 정도너츠 가게가 있었다. 친구들이랑 놀러왔을 때 기차타기 바로 직전에 친구 녀석이 서울 들고가서 먹을 도너츠를 사가야 겠다고 갑자기 계획을 말하는 통에 기차를 놓칠까봐 아슬아슬 뜀박질을 했던 기억. 허겁지겁 기차에 올라타 서로를 보며 얼마나 배꼽빠지게 웃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 도너츠가 너무너무 맛있어서 안 사왔으면 큰일날 뻔 했다며 또 한바탕 꺄르르ㅡ
오빠에게 이 일화를 말해주면서 길을 건너는데, 세상에 정도너츠다. 그 모습 그대로. 그 위치에 있다.!

밥을 먹으러 갈거지만 우선은 홀린 듯 들어가서 도너츠를 고른다. 이건 오늘 저녁 숙소에 들어가 야식으로 먹을 예정.
우선 생강과 사과를 하나씩 고르고 오빠는 오늘 초코가 땡기는 날인지 다크초코랑 블루베리 화이트초코 픽.

다 먹어보고 싶게 생겼으나 아무리 이따가 야식으로 먹을거여도 다 먹을 순 없고ㅡ 나는 먼가 안동 스러운? 특산품을 가지고 만든. 도너츠로는 먹어본 적이 없는 신기한 애들 위주로 고르고 싶었다. 갈릭이랑 들깨도 하나씩 더 담아올 걸 그랬나.. 아. 호두도 궁금하고 난리다 난리.

통통하고 쫄깃쫄깃해 보이는 도너츠. 나는 먹어본 맛(그치만 너무 기억이 가물가물이라 설렘)이라 기대고 오빠는 안먹어 본 맛이라 기대중. 건강한 도너츠라니 더 좋다 좋아.

도너츠를 다 고르고 식당으로 돌아갔더니 곧 우리 차례. 밥 먹기 전 코스가 아주 딱이군.!
식당 내부로 들어섰더니 사람이 복작복작 다들 맛나게 식사중이시다. 식당 내부가 내 기억속의 모습 그대로라 너무 반갑고 기분 좋았다. 이렇게 인기 좋은 맛집이면 옆 동네로 이사하면서 증축을 하거나 먼가 모습이 달라지고 맛도 정감도 분위기도 달라지는 곳들이 많은데 여기는 그게 아니라서 좋더군.

 내가 안동을 참 좋아하게 된 계기 중에 하나가 이곳에서의 경험인데ㅡ 예전에 혼자 여행중 여기서 밥을 먹는데 옆 테이블은 친구끼리 가족끼리 모여있는데 유독 나만 혼자였다. 그때는 안동식혜를 병째로만 팔고 있어서 맛은 못보고 돌아가겠구나 싶었던 차. 혼자 온 내가 짠해 보이셨는지 안동식혜 한그릇을 맛 보라고 내어주시고 잠깐 동안 앞에 앉아 고등어 가시도 발라 주시며 밥 먹는 동안 말동무도 해주셨던 아주머니와의 기억이 아직도 너무 따뜻하다. 그 때랑 똑같은 가게 내부 모습이라 옛날 일이 바로 떠오르더군.
정신없이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어주고 하시면서도 손님들 신발까지 가지런하게 놓아두시고 계산하면서 밝게 웃으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안내해주신 2인석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서 동시에 "구이 2개에 안동식혜 1그릇이요"라고 주문을 넣었는데 워낙 사람들이 많이 오는 식당이다 보니 앉자마자 밑반찬이 촤르륵에 구이도 생각보다 되게 빨리 나왔다.

구이야 뭐 특산품이니 말해 모해. 근데 우리 오빠 된장국이랑 깍두기도 너무 잘먹더라ㅡ 밑반찬이 하나하나 다 맛있었다.
빠싹 잘 구워져서 지글지글 소리가 나는 것만 같은 고등어.

생선구이 냄새 난다고 잘 안먹는 우리 남편의 젓가락질이 아주 바쁘다. 살이 아주 오동통 한 것이 짭쪼롬하고 딴딴한 씹는 맛이 아주 좋다.

기다림은 한 시간이요, 먹는 것은 십분인 우리. 앉은지 얼마 되지 않아 빈접시들이 테이블 위를 채우고ㅡ
입가심은 시원한 안동식혜로. 호불호가 있는 맛이라는데 우린 둘다 호.

생김새는 약간 물김치 같기도 하고 식혜에 실수로 고춧가루를 한 숟가락 떨어뜨린 것 같기도 하다. 
맛은 식혜 + 동치미 국물 + 수정과 향 살짝. 동동 띄워진 저것이 무였는지 배였는지는 잘 모르겠으니 먼가가 아삭아삭하면서 밥알이 씹히면서 혀에 닿는 맛 뿐 아니라 식감도 재미진 신기방기 음료.
확실한 건 밥 먹고 호로록 마시는 안동식혜는 속을 깔끔하게 해준 다는 것이다. 배불리 먹으면서 끝이 개운한 식사.

배부르고 기분 좋은 안동에서의 첫 식사. 음식은 물론 따뜻한 추억까지 너무나 맘에 들었다.
자 이제 배가 찼으니 다음 일정 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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