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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5_Anna

2주 전 오후 6시. 피 터지는 티켓팅에 드디어 성공했다.

혹 하는 전시 소식을 알게 되면 여기저기 많이 가보긴 했는데 오늘 가 본 이건희컬렉션은 예매과정부터 달랐다.

매일 오후 6시에 2주 뒤 날짜의 티켓이 풀리는데ㅡ 이게 진짜 예매 전쟁이다. 정말이지 6시 땡 하자마자 매진. 매진...! 그래서 난 사실 2번이나 실패하고 나보다 손이 훨씬 빠른 오빠가 과감한 터치로 도전해 준 덕에 가 볼 수 있게 되었다.

예약 시간은 오후 12시.

병원 진료 처럼 시간 딱 정해놓고 그렇게 맞춰 가는 경험도 처음이었다. 우리가 전시회 데이트를 즐기는 이유도 머랄까 시간적 여유로 제일 만만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어서 인데ㅡ 오늘은 완전 다름.

보통은 얼리버드 티켓을 사놓으면 정해진 기간에 내가 원하는 요일에 원하는 시간에 가서 보고오면 되었는데 오늘은 일어나 씻고 나갈 때 부터 먼가 긴장. 어렵게 예매한 건데 절대! 늦지 않으리!! 하는 각오를 다지고 가는 데이트였다.

오늘은 날씨도 좋고 생각보다 먼가 미술관 가는 길이 소풍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대공원역에서 내려 4번 출구로 나가면 무료로 셔틀버스를 탈 수 있어서 교통편도 맘에 들었다.

12시 예약인데 11시 20분 버스를 탔더니 생각보다 전시장에 빨리 도착해서 여기저기 둘러 볼 여유가 있었는데ㅡ

국립현대미술관은 처음이라 외부에 조각 작품 있는 것도 신기방기. 인터넷에서 많이 봤던 줄무늬 호박(?). 오늘 하늘이 파래서 노란 작품이 엄청 쨍하게 보이고 예뻤다.

보통은 전시 다 보고 나가는 끝자락에 기념품 샵을 둘러보는게 국룰의 코스처럼 되어 있다만 오늘은 그 반대로 기념품 먼저 보기. 모네와 피카소뿐 아니라 서울 전시관에서 진행중인 이중섭 작가의 작품과 다른 전시의 기념품들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이제 곧 12시.

입구 앞에 줄이 늘어섰다. 우리도 얼른 끝에 줄을 서고 드디어 입장. 기대된다.

원형의 전시관을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면 모네, 피카소, 달리, 피사로, 고갱, 르누아르, 호안 미로의 작품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다.

첫 작품은 고갱이 그린 '센 강 변의 크레인'. 19세기 중엽 파리는 에펠탑이나 유원지 같은 시설들이 만들어지면서 지금의 현대적인 모습을 불과 몇십년 만에 갖췄다고 하는데 이 시기를 Belle Epoque라고 한단다. 마침 입장 하자마자 시작된 도슨트님의 설명을 통해 들은 정보. 특별히 이번 전시에는 조명에도 신경을 쓰고 벨 에포크를 제대로 감상 할 수 있는 전시로 꾸며졌다고 한다. 모르고 지나갔으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설명을 같이 들으니 '오ㅡ 그렇구나' 하면서 끄덕그떡도 하고 그림을 더 교양있게(?) 감상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 좋았다.

미술책에서나 보던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게 놀라운 이번 전시.

모네가 그린 연못 그림은 어디선가 한번 쯤 본 것 같고 이건 나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느꼈을 터라 그 앞에 사람이 제일 많았던 듯 하다. 모네는 풍경 그림도 많이 그리고 정원도 가꾸고 그랬다던데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나도 지베르니 정원에 한번 쯤 가보고 싶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놀랐던 점 중에 하나는 피카소가 그릇도 이렇게나 많이 만들었다는 거다. 감각도 손재주도 정말 좋은 아저씨다.

내가 제일 맘에 들었던 가장 마지막 그림이었던 샤갈의 '결혼 꽃다발'. 푸르스름한 전체적인 분위기에 붉은 꽃이 톡톡 꽂혀 있는게 화사하기도 하고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기분좋은 감상이었다.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한데 모여 있다보니 그림의 느낌들도 다 다르고 감상평도 여럿나왔던 오늘. 은은하고 따뜻한 느낌도 받았다가 쨍하고 독특한 느낌도 받았다가 한 없이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가ㅡ

피 터지는 티켓팅이 그럴만 한 작품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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