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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0_Anna

3년전 오늘 아침. 우리는 뉴질랜드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어제 결혼기념일을 맞아 저녁시간 간단하게 케이크를 잘라 먹었고 제대로 된 진짜 기념 데이트는 오늘.
평소 SNS보면서 저장해 두었던 카페 도장깨기도 하고 추석 맞아 받았던 백화점 상품권도 사용하러 조금 멀리 나가볼 예정이다.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파주의 뮌스터담으로 GO.
아무래도 주말에는 사람이 많을 것 같고 오늘은 평일이고 기념일이고 해서 가보기에 더할나위 없는 장소가 될 것 같았다.
오랜만에 차를 타고 달려 드라이브를 가는길이 상쾌했고 하늘도 파랗고 그리 많이 춥지 않은 날씨덕에 설렘.
뻥 뚤린 도로를 한참 달리는 중인데 네비게이션에는 곧 도착 표시가 나오길래 '여기 빠져나가면 바로인가?'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랬다. 뾰족한 짙은색 지붕에 하얗게 가게 이름이 적혀있어서 저 멀리에도 한 눈에 찾기 쉬웠던 곳.

주차할 때 보니 입구 쪽에 하얀 토끼모양의 조각상이 보여 내릴 때 부터 궁금했고 더 가까이 가보니 옆에 빨간 하트를 안고 있는 곰인형도 있어서 '나 여기 와봤다' 하면서 인증샷도 찍어보았다.

곰인형을 뒤로하고 입구를 찾아 들어가는데 슬슬 낙엽이 지고 있을 때라 하늘 아래 노르스름한 나뭇잎이 같이 보여서 운치있게 느껴졌다. 겉에서 보는 카페 매력에 1차로 훅 빠진 우리. 안에는 또 어떤 모습일지ㅡ

짙게 코팅된 유리문이 열리자마자 오빠랑 나는 '우와ㅡ'하는 환호성을 질렀다. 카페 여럿 많이 다녀본다 싶었지만 문 열리자마자 이런 반응을 보인 곳은 처음이었다. 웅장함과 햇살가득이 캄캄한 유리문과 완전 반대되어 더 감명깊게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

주차 할 때 부터 봤던 뾰족한 천장에선 양쪽으로 해가 쏟아졌고 길게 쭉 뻗은 길이 먼가 버진로드 처럼 느껴져서 결혼식이나 파티 장소에 초대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문 열리자마자 완전 다른세상 같았달까.

평일에 문 열리자 마자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예상보다 북적이지 않아 더 맘에 들었던 첫인상. 하지만 핫플답게 우리가 도착한 후 여러 손님들이 오셨는데 공간이 넓고 테이블 간격도 여유있어서 그런지 유모차를 끌고 오신 어머님들도 보였고, 은퇴 이후 또래 친구들과 모여 담소 나누는 어르신 분들도 곳곳에 계셔서 참 보기 좋았다.
공간이 넓고 탁 트인게 실내인듯 실내 같지 않은 분위기. 이곳은 정말이지 햇살맛집 그 자체였다. 들어서자마자 왼쪽으로는 주문을 하는 공간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예쁘고 먹음직스럽게 생긴 빵들이 진열된 쇼케이스가 위치하고 있다. 들어서자 마자 저 멀리, 위 아래, 좌 우로 시선 끄는 것이 동시에 파바박인 공간.

빵순이인 나는 나도 모르게 쇼케이스 주변을 한 바퀴 돌았지만 우린 오늘 이곳에 고기를 먹으러 왔기 때문에 빵은 잠시 보류. 다음에 빵먹으러 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다른 손님들은 들어서자마자 빵 쇼케이스 주변에 몰려들어 먹고 싶은걸 하나씩 골라 담는 코스가 정해진 듯 보였다. 그 만큼 큼직하고 먹음직스럽게 진열된 빵들이 가득 가득. 쇼케이스 안에 담겨 조명을 한껏 받고 있어 더 맛있어보이고 깔끔해 보이는 것도 한몫한 것 같고ㅡ

빵과 함께 젤라또도 팔고 있고 조칵케익과 샐러드 까지 먹거리도 다양했다. 파스타로 식사하는 분들도 계셨고 음료에 빵을 드시는 분들도 계셨고 손님들의 메뉴 선택도 골고루였다.

오늘 주문한 메뉴는 미리 골라뒀던 슈바인학세. 시그니처 메뉴 표시도 있는 데다가 다른데서 쉽게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이라 기대했고 이곳 분위기와 맞게 파인트 한잔씩 해야 할것 같지만 운전해야 하기에 오늘도 역시 아메리카노. 그리고 나는 어디서도 본적 없어 궁금한 마음으로 버터 스카치 라떼를 시켜봤다.
주문을 하고서도 공간이 매력적이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진 나. 저 끝으로 쭉 들어가보니 파란색 꽃으로 장식된 펍도 있었고, 다양한 무알콜 병맥주도 진열되어 있어서 신기하고 궁금했다.

빨간 벽돌에 그려진 벽화들과 큰 창과 어우러진 나무화분, 파라솔, 그리고 빨간 가게를 배경으로 한 무대까지ㅡ 실내에서 느낄 수 있는 실외 분위기가 정말이지 독특하고 매력적인 곳.

오늘도 어김없이 음료 시켜놓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통에 자리잡기 전에 울려버린 진동벨. 음료를 받아들고 예쁜 파라솔이 펼쳐져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외국 노천카페에서 브런치 먹는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이곳. 먹기도 전에 일단 기분이 좋았고 곧 한모금 마셔본 음료가 맛있어서 기분은 더 좋아졌다. 오빠의 아메리카노도 시원하고 맛있었지만 내가 고른 버터 스카치 라떼는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맛. 달달한 라떼이지만 끝맛이 상쾌해서 신선했다. 달달하면 보통 더 목 막히기 마련인데 무슨 향인지는 모르겠는데 끝이 개운했다. 진짜 맛있는 라떼ㅡ 대.만.족.

곧이어 나온 슈바인학세는 비주얼부터 남달랐다. 커다랗고 바삭해 보이는 고기 위에 푹 꽂힌 칼. 잘 그을려진 파프리카와 야채들 얼른 푹 찍어 먹어 보고 싶은 소스. 고기는 보이는 대로 진짜 겉바속촉이었는데 껍데기는 쫄깃함을 넘어 바삭바삭하게 잘 구워졌고 안에 있는 고기는 아주 결이 부드러운 장조림 처럼 포크만 대도 덩어리째 떨어져 나올 정도였다.

소스 푹푹 찍어 가며 나도 한입 너도 한입 하는데 너무 맛있는 것. 둘이서 메뉴 하나 시키기엔 적다며 얼른 먹고 빵도 시키겠노라 했던 우리 다짐이 무색할 만큼 양도 넉넉했다. 차타고 금방 왔는데 되게 외국 온 것 같은 분위기와 음식ㅡ 그래서인지 너무 기분좋고 행복했다.
음식을 먹는 도중 피아노 공연이 있었는데 미녀와 야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OST 등 익숙하면서 편안한 노래들을 연이어 연주해 주셔서 1시간 동안 귀까지 호강했다.

여기저기 보면서 사진찍고 공연 영상도 찍고 하다 보니 금방 배털리가 바닥을 보였는데ㅡ 왜 오늘 보조배터리를 가져 오지 않았나 후회막심이 밀려올 무렵 입구 기둥 옆에 휴대폰 충전기가 마련돼 있음을 알게됐다. 마침 우리 자리 근처라 휴대폰을 꽂아 놓고 멍때리면서 분위기에 취해 잠시 나른한 기분을 느끼다보니 만족감은 두배가 되는 듯 했다.

카페 여럿 다녀봤지만 처음 본 서비스

배부르고 시간 잘 보냈지만 나가기 싫은 여기. 그래도 다음일정이 있으므로 손 씻고 얼른 나가자' 했는데 화장실에 가보니 기저귀 교환매트가 준비되어 있어서 배려와 센스가 느껴졌다. 이런 공간은 처음 보는 듯.?! 아기엄마 친구들에게 공유해줘야지 싶은 곳 :)

곳곳에 여러 배려가 느껴진다.

밖으로 나와보니 캠핑 공간처럼 마련된 자리가 있어서 궁금했다. 여긴 뭐지? 하고 가까이 가보니 헐. 직원공간?! 직원휴게실이 이렇게 있구나ㅡ 요것도 독특하고 예뻐보이네. 아까 들어올 땐 몰랐는데 입구 옆으로 가보면 텐트와 카라반이 위치한 야외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엇?! 여기는 뭐지? 싶은 궁금한 마음이 있었지만 유료공간이므로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서 고개만 내밀고 쭈뼛거린 우리에게 흔쾌히 '들어가서 구경하셔도 되요~ 한바퀴 둘러보세요.' 라고 말씀해 주셔서 얼른 가봤는데 반려견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캠핑장 분위기의 공간이었다. 카페 실내는 반려동물과 같이 이용할 수 없었는데 이렇게 별도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으니까 더 좋은 것 같다.

우리는 둘다 남이 하는 캠핑 사진과 영상을 보는 것만 좋아하는데 이렇게 한번씩 나왔을 때 캠핑 분위기 내면서 잠깐 시간보내면 되게 특별하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번 데이트 목록에 하나 적어두기로 했다.

오는 길도 실내도 야외도 모두 좋아서 꼭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 이곳.
분위기, 맛, 음식, 친절 모두가 완벽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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