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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1_Anna

추석 연휴의 중간. 오늘은 데이트 나가는 날.

시댁에 친정에 인사 드리고 일찍이 휴식에 돌입한 우리부부는 너무 집에만 있지 말고 하루 쯤은 가보고 싶었던 카페와 맛집을 찾아가 재밌는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리하야 오늘의 계획은 오랜만에 광화문 쪽으로 나가서 아침 일찍 커피를 한잔 하고 미리 예매 해 둔 전시회를 보고 배가 고파지면 점심을 먹은 뒤 청계천을 좀 걷다 돌아오는 오전 데이트 코스.

내가 이렇게 계획을 짤 수 있었던 건 미술전시회가 있는 세종문화회관과 가보고 싶던 카페 '어니언'이 꽤나 가까워 걷기 딱 좋은 정도 인데다가 휴일에는 아침 9시 오픈으로 전시회 보러 가기전에 시간이 딱 들어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인기 많은 카페니까 오픈 어택을 하려다가 고질병인 밍기적거림 때문에 10시가 조금 못 되어 도착. 그.런.데ㅡ

사람이 이미. 되게 많았다 자칫 자리가 없어서 돌아갈 뻔 했으나 다행히 한 자리 정도는 찾을 수 있었던 행운.

들어가 보니까 왜 이 아침부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지 알겠는 분위기.

한옥카페가 주는 편안하면서도 낯선 분위기가 매력이었겠지ㅡ 그래서일까. 외국 손님들도 참 많이 계셨고 아장아장 걸음마 시작한 아가들부터 부모님과 함께 나온 듯 보이는 젊은 자녀분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하얀 자갈이 깔린 마당에 ㅁ자 구조의 한옥 배경이었는데 우측에는 유리벽으로 처리 된 공간에 갓 나온 빵들이 진열되어 있어 대형 쇼케이스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하늘이 조금 흐려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구름 없이 새파란 하늘이었다면 처마 아래 주황빛의 나무 기둥들이 더 도드라지게 보이면서 화려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오늘도 고즈넉하고 따뜻한 멋을 느끼기에는 충분히 멋스러웠다.

베이커리를 함께 하는 카페를 갈 때 마다 인테리어 뿐 아니라 내 시선을 확 빼앗는건 역시 진열된 빵. 이곳에서도 일명 소금빵의 버터롤을 포함해 여러 빵들이 있었는데 제법 큰 사이즈의 빵도 눈에 띄고 예쁘게 생긴 미니케이크 느낌도 있었다.

우선은 맨질맨질하면서 통통하니 맛있어 보이는 소금빵(고소미버터롤) 하나, 초코 좋아하는 오빠가 고른 초콜릿 스콘, 그리고 (두개면 사실 적당하지만 괜히 또 욕심을 내어가지고;) 귀엽게 생겼다며 하나 더 고른 앙셀슈슈까지 세개의 빵을 트레이에 담았고 아메리카노와 오틀리라떼를 주문했다.

'오틀리라떼가 혹시 많이 단가요?'

'아니요, 그렇게 많이 달지는 않고 시럽이 들어가기는 해서요. 혹시 단맛 싫으시면 시럽을 빼고 만들어 드릴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해드릴까요?'

샹냥한 말투와 눈빛.

안 먹어본 메뉴에 대해 질문이 많은 손님에게 친절하게 맛과 텍스처를 설명해 주신 직원분 덕에 오틀리라떼의 맛을 충분히 예상하고 주문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음료와 베이커리를 주문하면 이름을 물어보시고 준비되는 대로 호명해주시는 시스템이었는데 진동벨이 흔해진 요즘 먼가 신선하고 정감가는 느낌이라 오랜만에 좋았다.

한옥 카페의 매력으로 여기에는 신발벗고 앉는 자리랑 의자 자리가 같이 있었는데, 신발을 벗고 앉는 자리 앞에는 귀여운 흰 고무신이 나란히 준비되어 있었다. 벗어둔 신발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별도로 주머니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내가 있는 동안 주머니에 신발 넣어 들고가는 사람은 한명도 못 본 것 같다. 스타벅스에서 맥북을 켜놓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분실되지 않는 전세계 거의 유일한 나라인 대한민국이라서 그런거겠지?!

무튼 신발주머니도 그렇고 고무신도 그렇고 곳곳에 자리잡은 배려가 귀여움이 묻어나니까 더 정감있고 좋은 맘이었다.

아메리카노를 한입 홀짝 한 오빠가 맛이 있단다. 사실 난 아메리카노 맛을 잘 구분 못하는데 탄맛없이 고소하다며 감탄하는 오빠였다. 내가 고른 오틀리라떼는 설명해 주신대로 곡물맛이 조금 나는 듯하면서 바닐라라떼 만큼 달지는 않아 달다구리 빵과 먹기에도 시원하고 안성맞춤이었다. 곡물맛이 진해서 혹시 걸쭉하거나 하는 질감일까봐 질문이 많았던건데 설명해 주신대로 그런 불편함 없이 가볍게 마시기 좋은 고소한 라떼였다.

우리가 고른 세개의 빵 중에서 맛이 제일 맛이 순할 것 같은 소금빵 부터 시식. 예상 대로 겉면이 맨질맨질한게 자르면 자를 수록 쫀쫀한 식감이 느껴지는 칼질이었다. 쫀쫀식감만큼 첫 빵을 먹자마자 트레이에는 꽤나 진했던 칼질의 자국이 남아 웃음ㅡ 소금빵은 쫄깃하고 약간 짭쪼롬하면서 커피랑 먹으니까 역시나 아주 잘 어울림. 

두번째는 모양이 귀엽게 생겼다며 마지막에 추가로 고른 앙셀슈슈. 크림만 살짝 떠 먹어 보니까 보들보들하면서 방금 먹은 소금빵과는 또 다른 맛이 입맛이 더 돋는 듯 했다. 시럽 코팅이 되어 반지르르 하게 윤기가 도는 페스트리 빵 위에 슈크림 볼이 올라가 모양도 귀엽고 식감도 좋은 달다구리였다. 

오빠가 골라온 초콜릿 스콘은 트레이에 담을 때 부터 그 무게감에 깜놀했는데, 힘겹게 칼을 꽂고 들어보니 칼이 휘어질 만큼 속이 꽉찬 딴딴 밀도 그 자체였고 한번 꽂힌 칼은 빼기 힘들어 오빠랑 엑스칼리버를 뽑아보라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이렇게 단단하고 알찬 스콘은 어디에서도 먹어 본 적이 없어서 제일 인상깊었다. 오빠 말로는 '칙촉의 천상버전'이라는데 나도 인정. 보기만해도 초코초코에 엄청 달겠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과하게 달지 않은 맛이어서 부담스럽지 않고 좋았다. 

훤히 드러난 서까래에 커피 먹다 한번씩 천장을 올려다 보기도 했고 마루바닥 한번 처마 끝도 한번씩 구경하게 됐다.

전체적으로 햇빛이 은은하게 들어오고 ㅁ자로 둘러 쌓여있는 구조여서 그런지 아늑했던 곳. 사람은 많아도 먼가 모르게 복작거리고 정신없는게 아니라 편안했던 곳.

휴일 아침 데이트의 시작부터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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