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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3_Anna

오늘은 모처럼 우리 블로그에 걸맞게 데이트 얘기를 쓸 수 있겠다.

주말마다 집에 있는게 당연했는데 오늘 만큼은 조금 나가서 놀아본 것. 오빠랑 나를 밖으로 이끈 건 소식을 들었을 때 부터 너무너무 가보고 싶었던 전시회에 다녀오기 위해서였다.

오늘 다녀온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진행중인 로즈와일리展 이다.

작가님 약간 말괄량이 삐삐 닮으신 듯?!

 작년 11월쯤, 20년 안에는 가기 좀 어려울 것 같고 조금 상황이 안정되면 가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21년이 되면 진행될 미술 전시회를 미리 좀 봐뒀었다. 여러 전시회 포스터 중에서도 유독 내 눈에 띄었던 건 로즈와일리의 그림이었는데 알록달록 뭔가 동화 같으면서도 단순한게 귀여운 듯 했고 '영국을 너머 전세계를 사로잡은 86세 할머니 작가'라는 소개글에 더 눈이 갔다. 마침 얼리버드로 티켓을 예매하면 반값으로 볼 수 있기에 더더욱 좋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상황은 계속 좋아지지 않았고 얼리버드 관람기간은 원래 18일까지였지만 거리두기 강화 때문에 31일 까지로 늘어나게 됐다. 31일 안에 갈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지만 그래도 그림을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결국은 이렇게 다녀왔다.

우린 둘다 주말 밖에 시간이 없다 보니 전시회 가면 늘 사람이 많아서ㅡ 열시 땡! 할 때 들어가면 조금 더 한가하게 볼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문 열자마자 가서 봤는데 역시나 탁월한 선택인 듯 했다. 오랜만의 그림 구경이고 생각보다 여유롭게 볼 수 있을 것 겉아서 모처럼 오디오 가이드도 빌리고 그림 앞에 가서 설명 다 들을 때 까지 천천히 하나하나 구경해 볼 수 있었다. 

전시회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때면 가끔 특별 재능기부로 여러 배우나 유명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림 설명을 듣기도 하는데ㅡ 이번 로즈 와일리전의 오디오 가이드 목소리는 뉴이스트의 황민현과 손흥민이 참여했다고 한다. 전시회가서 오디오 가이드 처음 빌려보는 우리 오빠, 손흥민 목소리 나온다니까 살짝 흥분하는게 귀여워 보였다.

 로즈 와일리는 현대 미술계에서 가장 핫한 할머니 작가라고 한다. 76세에 신진작가로 선정, 86세 슈퍼스타 작가로 등극.

세계 3대 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 전속 작가로 현재 한가람 미술관에서 진행중인 전시는 세계 최초 대규모 개인전. 여러 드로잉과 설치 미술, 그리고 작가의 아뜰리에까지 꾸며져 있고, 테이트 모던 VIP룸 전시작도 공개 되고 있다. 

전시는 총 7관으로 구성 되어 있는데ㅡ 로즈 와일리는 굉장히 다방면에서 영감을 얻어 표현하는 작가인 것 같다. 일상의 순간들을 담은 작품부터 영화, 역사와 영국 왕실, 뉴스와 정치 TV쇼, 살아있는 여러 생명들, 여러 소녀들과 작가의 자화상도 표현해 냈다.

대중적인 소재를 유쾌하고 발랄하게 그린 그녀의 그림.

'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고상한 척 하는 건 질색이에요' 생각도 표현도 아주 맘에 들고 멋스러운 것 같다ㅡ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1번 그림으로 봤던 엘리자베스 여왕을 그린그림과 니콜키드먼 시리즈 등 사실 다 기억에 남네?! 붓으로도 그리고 손으로도 그리고. 그리다가 수정이 어려우면 위에 캔버스를 덧대서 그 위에 또 그리고, 그런 수정의 과정까지 작품으로 승화시켜 어떤 그림에서는 굉장히 많은 캔버스 천이 덧대어진 것도 볼 수 있는데 정말 자유롭게 틀리면 틀리는 대로 수정해가면서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지 않았나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자베스 1세를 보고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
시상식에 나온 니콜키드먼을 보고 영감을 받아 그린 NK시리즈.

 이번 전시에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 건 바로 축구를 보면서 받은 영감을 표현한 그림들. 로즈 와일리는 토트넘의 팬으로 손흥민도 좋아하신단다. 그래서 스포츠 뉴스 기사나 축구 경기를 보고 그린 손흥민의 그림도 많이 보였다.

손흥민을 그린 Tottenham Colours 시리즈.

 닮은 듯 안 닮은 듯한 우리 쏜.! 특별히 '축구를 사랑한 그녀 그리고 손흥민' 이라는 6관 그림을 볼 때는 오디오 가이드에서 손흥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86세의 할머니 작가라는 타이틀처럼 로즈 와일리의 나이는 사실 그녀가 주목 받는 한 이유 중 하나일 것 같다. 

미술 대학에 다니던 21세의 로즈 와일리는 결혼과 육아에 전념하다가 45세에 영국왕립예술학교에 입학해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졸업 후에도 아티스트로서 조명을 받지는 못했지만 정말 매일 그리셨다고 한다. 매일매일을 여러 일상과 모든 주변의 소재들로 부터 영감을 받아 그림일기를 쓰듯 작품활동을 했고 76세에 '영국에서 가장 핫한 신예작가'로 소개된다. 

 '나는 나이보다 내 그림으로 유명해지고 싶습니다' 86세 할머니의 이 멘트가 왜이렇게 가슴을 울리는 지 모르겠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건 많지만 나는 여러 이유로 시작도 안하고 포기를 하거나 마음에 담아두기만 할 때가 점점 늘어가는데 오늘 할머니한테 약간 뼈맞은 기분도 들고.. 이거저것 지나 결국 나의 최종 장래희망은 '멋쟁이 할머니'인데ㅡ 내가 닮고싶은 멋쟁이 할머니 리스트에 한 분이 더 늘어나게 된 듯.!

나도 멋쟁이 할머니가 되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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