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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30_Anna

오늘은 우리 만난지 1000일 되는 날.

오빠가 기억할까 못할까 궁금했지만 만약 기억 못하고 그냥 넘어가 버리면 나중에 속상할 것 같아서 며칠전 미리 귀띔을 해두었다.

'오빠 30일에 우리 기념일이야~'

'알지 알지 오빠두 알고 있다구~!'

오오.. 알고 있구낭 ㅎㅎ

원래는 이맘때 휴가철이기도 하고 해서 겸사겸사 1000일 맞이 여름휴가를 떠날까'도 생각해봤지만 각자 더 휴가를 아껴두었다가 나중에 더 좋은 시기에 가까운 해외여행을 가는게 더 좋겠다 싶어서 케이크만 먹고 끝낼 생각이었다.

평소처럼 7시 땡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ㅡ

웬일로 불이 꺼진 거실. 근데 몇걸음 들어와 한쪽 벽을 보니 풍선장식이 눈에 띄었다. 나보다 30분 먼저 퇴근해 놓고 이런건 또 언제 준비했대? 집 다 꾸며놓고 어디 간건가 싶어서 '오빠ㅡ'하고 불러보니 침실에서 수줍게 꽃을 들고 나타나는 우리 오빠 :)

내가 들어오자마자 당황하고 엇! 머야머야 할줄 알았는데 넘나리 다정하게 오빠를 찾아서 나름 당황했다고;; ㅎㅎ

오빠가 정성스레 꾸며놓은 장식 앞에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고 1000일 동안 같이 해줘서 고맙다고 마음을 표시한 우리 부부. 언제 이걸 다 준비했나 싶어 물어보니 반차까지 쓰고 3시부터 집에와 풍선을 불었다는 오빠. 한아름 감동을 안고 도란도란 얘기를 하는 사이 내가 주문해 둔 케이크가 도착했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주문만 하면 당일에 슝ㅡ하고 레터링 케이크도 배달을 다 해준다. 꼼꼼하게 포장된 아이스박스를 열어보니 연보라색의 예쁜 케이크가 보였다. 오빠가 마음에 들어해서 다행 :)

서로 챙기려다보니 케이크가 2개가 되었지만 센스 넘치는 우리오빠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준비해 준 덕에 질리지 않게 주말 내내 다 먹을 수 있을 듯 하다. 케이크가 2개인 만큼 2배 더 행복한 오늘 저녁.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 1000일을 함께했을까ㅡ 알고 지낸 날들은 4년에 가깝지만 1년을 망설이다 시작하게된 연인사이.

사내커플이었던 우리는 첫 시작이 쉽지 않았다. 이제 막 이직을 해서 회사에 적응 중이었던 내 입장도 그랬고, 유일한 팀원이었던 나를 잘 이끌고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해야 했던 오빠의 입장도 둘다 망설임이 클 수 밖에.

회사에서 부르던 호칭인 케이와 안나를 우리의 블로그 이름으로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ㅡ 그렇게 우리는 1년을 동료로 지내다가 연인이 되었고, 1000일이 더 지난 지금은 부부가 되어 있다.

1000일을 보내는 사이 큰 다툼없이 사이좋게 지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앞으로도 우리는 서로 제일 친한 친구로 재미나게 시간을 함께 보내기로 다짐했다. 2000일에는 또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궁금해지는 마음이다.

오빠가 붙여놓은 풍선은 너무 아까우니 주말내내 유지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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