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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3_Anna

날이 더운 토요일 아침 오늘은 5시에 일어났다. 지난 달 예약해둔 건강검진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어버이날을 맞이할 무렵 점점 더워지는 날씨 때문인지 회사 업무 때문인지 원인을 정확히 모르겠는 소화불량과 피곤함에 잠시 고생하던 며칠이 있었다. 내과를 방문해 진료를 받아보니 내시경을 받은지 꽤 시간이 지났다고 하셔서 겸사겸사 전체적인 건강상태도 체크할 겸 오빠와 같이 건강검진을 받아보기로 했다.

위 내시경과 복부초음파는 받은지 2년 정도가 된 것 같은데, 뇌 MRI며 대장내시경은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걱정도 되고 많이 긴장을 했었다. 집으로 도착한 대장내시경 약을 받고 그 긴장감은 절정이 되었고ㅡ 한명 한명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야 하니 날을 따로 잡아서 검사를 받을껄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검사를 받기 3일 전 부터 순한 음식 위주로 먹어야 했고, 우리가 늘 먹던 잡곡밥은 당분간 안녕이었다. 그러다 보니 온통 계란과 두부 뿐인 식단으로 며칠을 보냈고 검사 하루 전에는 흰쌀에 물을 많이 넣고 푹 끓여 점심 도시락을 싸가기도 했다. 

저녁 5시부터 시작된 금식. 그리고 7시 알람이 울리자 마자 먹게된 약ㅡ

설명서에 따라 가루약을 물에 타 시간에 맞춰 먹고 또 시간이 되면 물을 마셨다. 화장실을 자주 가게될거라고 잔뜩 긴장한 상태였지만 생각보다 신호(?)는 없고 둘다 조용했다. 그치만 딱 2시간 뿐이었다..! 9시쯤이 되자 둘다 번갈아가며 화장실행.

집에 화장실이 2개였다면 걱정이 없었겠다만. 우리집엔 화장실 1개로 오빠와 내가 서로 공유하다보니 약을 먹기 전 둘만의 약속까지 생겼다.

서로를 위해 가능한 빨리 나올 것.

TV소리를 크게 틀고 화장실쪽으로는 귀를 쫑끗대지 말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에 들어갈 때는 핸드폰을 가지고 들어가 나름의 소음과 함께 알아서 편안함을 추구할 것.

그리고 오늘의 일은 서로의 기억에서 빨리 지울 것. 모르는 척 하고 넘어갈 것.

그렇게 저녁 부터 시작된 장청소와 함께 나름의 안정을 찾고는 일찍 잠이 든 우리.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또 다시 한차례 약 먹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시작된 고통쓰ㅡ

약을 먹고 물을 마시자마자 구토가 나서 온 몸에 진이 다 빠져버렸다. 검사를 받을 수 있을까.. 했지만 어쨋든 시간에 맞춰 병원에 갔고 담당 선생님께 이러저러 했음을 말씀드렸다. 다행스럽게도 조금씩 기운이 나서 비교적 편안한 자세로 받는 검사들은 무탈없이 마쳤다. 하지만 계속 되는 구토에 중간중간 계속 힘들어하는 검사도 있었다. 

내가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오빠는 본인도 나와 같이 지친 몸상태임에도 내 보호자 역할을 하느라 바빴다. 

검사 받으랴, 나 챙기랴, 두배로 힘들었을 오빠ㅡ

탈수가 심하게 왔던 나는 내시경 검사를 받기 전까지는 물을 마실 수 없었기에 목마름을 해소하려고 물로 입만 헹구기를 몇번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검사인 내시경이 끝나고 회복실에서 만난 우리 오빠. 둘다 정신이 몽롱해가지고는 머라머라 했는지 이제와서 자세히 생각도 안나지만 그냥 침대에 누워있는 서로를 보면서 웃었던 기억은 확실히 있다.

다행스럽게도 크게 아픈데 없이 건강한 우리 부부.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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