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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6_Anna

연휴의 중반. 설날이 지나고ㅡ 오늘로 딱 결혼한지 100일차가 되었다.

100일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먼가 모르게 오늘은 특별한 이슈가 없어도 일기를 써놓고 싶은 날이다.

시간이 정말 빨라 언제 이렇게 되었나 싶게 결혼 한 이후 벌써 해도 바뀌고 첫 명절도 지내게 되었네ㅡ 결혼 전에는 이때가 가장 바쁘겠거니 결혼 하면 정신 없는 건 이제 끝나겠거니' 했지만 결혼 한 후에도 크고 작은 챙길 것들이 있어 나름 바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이렇게 정신 차려보니 3개월이 후딱 지나있으니 말이다.

결혼 끝나고 해야할 여러 일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혼인신고ㅡ 오빠랑 같이 하루 날을 잡고 평소보다 살짝 일찍 퇴근을 해 가까운 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친구들 얘기를 들어서도, 직접 인터넷을 찾아봐서도 알았던 건 혼인신고를 하려면 '증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 오빠도 나도 증인으로 아버지를 썼고, 나는 아빠한테서 미리 받아온 도장을 찍어서 서류를 접수했다. 그렇게 신고까지 하고 나오는 길 오빠의 한마디는 노빠꾸ㅎㅎ 먼가 맞는 말이긴 한데 기분이 살짝 이상했다. 머 나만 그런가 오빠도 이제 노빠꾸ㅡ

아직까지는 오빠랑 나' 크게 얼굴 붉히며 싸우는 일은 다행히 없었고(앞으로도 그래야겠지만ㅡ) 너무 착한 울 오빠는 일방적인 나의 다다다 거림에 '힝ㅡ 미안해... 오빠가 잘못했어' 라고 바로 사과를 했고 그럼 나는 불현듯 '엇.. 내가 너무 심했나' 싶어 '아니 그게 아니라.. ' 로 시작하는 나름의 변명으로 끝을 흐지부지 만들어 버렸다. 그리곤 다시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장난치고 웃고 떠들고 그렇게 100일을 지내왔다. 

사실 가끔은 내가 결혼을 했구나' 라는 사실이 가끔 안믿기고 실감이 안날 때도 있다. 어느날인가 퇴근 후 집에 오는 길에, 평생 와본적 없는 이 동네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걷고 있는 내가 황당하게 느껴진 적이 있다. 그리고 저기가 우리집이구나' 집에 가면 오빠가 있구나'라는 게 새삼 믿기지 않아서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빨리 퇴근해서 오빠랑 밥먹어야지, 오늘은 뭐 먹을까' 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는 아이러니ㅡ

결혼 전에는 하도 인스타에서 #신혼집 을 많이 봐서 그런가 결혼하면 맨날 예쁜 그릇에 파스타를 해먹거나, 정갈하게 아기자기한 덮밥 같은것만 해먹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내 신혼집에서는 그런건 어쩌다 한번. 지금까지 파스타도 딱 2번 해먹었네? 아침은 둘다 잘 안먹고, 점심은 각자 회사에서 먹고, 저녁은 야근하고 들어오면 너무 늦게 먹게 되어 가끔 피하게 되다 보니 친정집과 시댁에서 가져다 주신 밑반찬을 그때그때 다 먹기에도 빠듯한 우리었다. 그래도 신혼 부분데 하루 한번 밥상에 마주 앉아 밥먹을 기회도 없나' 싶어서 결혼 후 한달 차에는 아침식사를 해보자 노력한 적도 있지만 곧 흐지부지.... 30년 가까이 안먹던 아침 식사를 갑자기 한다는게 쉽게 될 리가 없지. 그냥 오빠도 나도 원래 하던 대로, 많이 변하지 않으면서 편하게 살기로 했다. 

결혼식때 읽었던 혼인서약서에는 용돈으로 남편의 기를 죽이지 않겠다' 아내가 해주는 건 무조건 맛있게 먹고, 설거지는 내가 하겠다' 라는 각자의 맹세가 적혀있었지만 그대로 지켜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아도 둘다 별 말은 없다. 나는 가끔 돈 아껴써야 된다며 오빠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고, 설거지는 그 순간 그릇이 쌓여있는 걸 더 못견디는 쪽이 하는게 자연스러워졌다. 둘다 살림이 처음이다 보니 같이 도와가면서 해나가는 중인것 같다. 

친구들을 보니 청소는 누구, 빨래는 누구, 이렇게 정해놓고 그대로 지키는 집도 있던데ㅡ 우린 그런건 없고 그냥 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정해진 것 같다. 섬유유연제 향을 좋아하는 내가 알아서 빨래를 돌리고, 빨래가 다 되면 너무 자연스럽게 오빠가 가지고 나가 널어주고 다 마른 빨래는 내가 개어놓고 그럼 오빠가 서랍에 넣어주고ㅡ 내가 밥을 해준 날에는 오빠가 설거지를 해주고, 그릇에 물기가 다 마르면 내가 다시 넣어놓고 하는 그런 식이다.

매주 어디 놀러갈까 예쁜 카페 찾고, 재밌어 보이는 공연에 영화를 찾는게 결혼 전보다는 확실히 줄어들긴 했지만 같이 앉아 테레비 보고 보드게임 하는 우리도 참 좋은 것 같다 :)

아직 100일 밖에 안 됐으니 앞으로도 더 재미지게 지내보자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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