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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2_Anna

지난 목요일. 엄마의 카톡ㅡ

딸. 토요일에 어디가남? 이모랑 저녁때 갈까하는데? 어때. 시간이?

주말도 없이 일하는 우리 엄마. 이번 토요일 저녁에는 시간이 있으신가보다ㅡ 그렇게 오늘 저녁엔 엄마와 이모가 우리집에 오시기로 했다. 지난 설에 뵙고 첨이니까 한달 정도 되었네?!

엄마는 딸내미가 자기 온다고 괜히 마트가서 장보고 신경쓸까 걱정 되셨는지 '이모가 짜장면 먹고 싶대. 중국집 번호 알아놔'라는 쿨한 멘트로 메뉴 선정을 해주셨고, 옆에서 내 얘기를 들은 오빠는 우리동네에서 제일 리뷰 좋은 중국집이 어디지'라며 배달앱에서 이집 저집을 살펴봤다. 엄마가 몇시쯤 도착하실지 전화통화를 하고나서, 배달앱에서 미리 주문해 둔 음식. 한시간 정도 걸린다기에 딱 맞겠군 하고 시킨 음식은 30분 만에ㅡ 엄마랑 이모 보다 더 빨리 도착해버리고 말았다.

살짝 식긴 했지만 너무 많이 불지않아 다행인 음식. 오랜만에 둘러앉아 먹으니 아주 맛있었다ㅡ 역시 오빠가 리뷰를 잘 보고 고른 맛집 다웠다. 일단은 음식을 맛나게 먹고, 그 다음은 엄마가 가져오신 음식을 살펴볼 차례. 뭘 이렇게 많이 가져오신거지 진짜.. 우린 평일에 저녁한끼도 먹을까 말까 해 매번 반찬과 식재료들이 냉장고에 이미 가득인걸...!

나랑 오빠가 보기엔 이미 양쪽 어머님들이 너무 잘 챙겨주셔서 부족함 없는 냉장고 상태 같은데, 엄마가 보기엔 턱없이 부족한 텅텅 빈 냉장고 인가보다. 너넨 대체 뭘 해먹고 사니?'라는 멘트가 가장 먼저 나온걸 보면 말이다.

요즘 운동을 다시 시작한 오빠를 위해 매일 저녁 한팩씩 구워먹으라고 주신 소고기. 넘치고 넘치게 많다 싶은데 엄마가 보기엔 얼마 안되는 한팩짜리 소고기, 그냥 종류별로 사봤어' 수준인가보다. 지난번 가져다 주신 도가니탕에 넣어먹으라고 떡도 뽑아다 주시고, 우리딸 좋아하는 동네 마카롱집에 들러 마카롱 세트도 사다주신 엄마.

줘도 줘도 더 주고 싶은게 친정엄마 마음인가보다. 결혼하고 우리 엄마 앞에 '친정'이라는 단어가 붙기 시작하자 먼가 엄마와는 더 애틋해진 감정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도 마음과 행동은 따로인지 아직도 효녀 되려면 한참 먼 철없는 딸내미일 뿐ㅡ

아침에 일어나 여느때와 같이 빨래를 돌리고, 청소기를 돌리고, 몇개 없는 설거지를 하던 도중 결혼하고 처음으로 살림살이 하나를 깨먹었다. 와창창 소리에 이불을 털고 있던 오빠가 놀라 나와서는 괜찮냐며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시집온다고 세트로 맞춰서 산 그릇인데 컵 개수가 안맞아 버리네..a 속상한 마음에 엄마랑 이모를 보자마자 아침에 컵 깨먹었어ㅠ 라며 칭얼거렸더니, 그래야 또 새거 사지' 라며 웃고 넘기신다. 그렇게 하나하나 깨먹기도 해야 또 새거로 바꿔가면서 살림하는거라고. 다음에 더 예쁜거 사면 된다고.

서툰 솜씨지만 오빠랑 둘이 하나하나 해나가며 잘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으셨나보다. 걱정뿐인 딸이었는데 좋은 사람 만나 사랑받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쁘신 것 같아 다행이다. 

앞으로도 부모님 보시기에 뿌듯하시도록 잘 살아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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