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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3_Anna

느긋한 주말 아침. 오늘은 김밥 싸는 날.

어제 저녁 엄마와 이모의 방문으로 우리집 냉장고가 가득가득 찼는데ㅡ 요즘 코로나 땜에 어디 나가기도 머하고 주말 마다 나가놀던 너네 둘이 집에서 심심하게 뭐하고 지내니' 하는 걱정으로 김밥재료를 준비해주신 울 엄니.

딱 10줄을 쌀 수 있는 김밥 속재료를 손수 준비해 가져다 주셔서 나는 밥 지어서 양념하고 돌돌 말기만 하면 되었다. 엄청 오랜만에 싸보는 김밥ㅡ 안그래도 요새 김밥 먹고 싶어서 한번 싸볼까 했는데 엄마가 어찌 알고 먼저 준비를 해주셨을꼬.

평소보다 많은 양의 밥. 첫 개량이라 그런지 밥이 다 되었다는 알람을 듣고 솥을 열자마자 너무 가득찬 밥에 깜짝 놀랐다. 한번에 휘적일 수가 없어서 작은 볼에 덜어다가 그때그때 조금씩 간을 다시 해가며 만들었다.

김밥은 만들어 놓으면 먹기는 편한데 재료를 늘어놓으면 머가 참 많기도 하다. 엄마가 준비해 주신 재료 외에도 집에 오빠가 선물로 받아온 참치가 많이 있어서 마요네즈에 버무린 참치도 같이 넣어봤다. 어떻게 이것저것 하나씩 넣고 말아본 첫 김밥ㅡ 다행히도 모양이 나쁘지는 않다 옆구리도 안터지고 말이다. 바로 쓱쓱 썰어다가 오빠 입에 하나 넣어줬더니 맛이 나쁘진 않은 듯? 약간 싱겁나 싶었는데 그럼 다음 밥에는 소금을 조금 더 넣으면 될일이니 그럭저럭 먹을만 하고 괜찮았다.

엄마는 그때 그때 조금씩 해서 주말 내내 먹겠거니' 생각하셨겠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10줄의 김밥을 다 말아버렸다. 오래 놔두면 맛도 없어지는데 뭐 한다고 끝장을 봐버렸는지 참.a 김밥 10줄을 만들고 남은 약간의 속재료는 잘게 다져서 오물조물해 도시락김에다 하나씩 싸 주먹밥 처럼 만들어봤다. 그것도 뭐 나름대로 맛이 괜찮았던 듯.

자 오늘은 이렇게 하루 종일 김밥만 먹어야 했다. 오늘 뿐 아니라 아마 내일도 냉장고 한켠에 김밥이 자리잡고 있을 것 같은데ㅡ 내 기를 살려주고자 한 오빠의 하얀 거짓말일수도 있지만 너무너무 맛있다며 내일 도시락 싸달라는 오빠를 위해 자그마한 통에 나름 제일 예쁘게 썰린 것들로만 골라 담아 두었다.

이렇게 주말에 어디 안나가고 집에서 하루 종일 음식 해 먹고, TV보고, 수다떨고 하는 우리 모습이 결혼 전이랑은 사뭇 다르긴 하다. 우린 점점 이렇게 다른 모습의 주말 데이트를 즐기면서 진짜 부부가 되어가고 있나보다.

가끔은 이렇게 주말 특별 요리를 해먹어봐야겠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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