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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2_Anna

퀸즈타운에서 맞는 첫 아침.

아침일찍 일어나 맞이한 창밖의 풍경이 상쾌한 하루의 시작이다ㅡ 오늘은 밀포드사운드 투어 떠나는 날. 신혼여행을 준비할 때부터 거의 이 계획 말고 다른건 구체적으로 예약한 것도 없을 만큼 우리 여행의 목적이자 처음과 끝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나는 밀포드사운드 잘 알지도 못했다. 둘다 신혼여행지로는 먼가 좀 신선한? 곳에 가고 싶었고 그러던 중 고르게 된 목적지가 뉴질랜드 였고, 뉴질랜드에서도 어디가 뭐가 좋고 유명한지 잘 모르지만 어디선가 우연히 본 여행프로그램에서 퀸즈타운이라는 곳이 그렇게 예쁘고 평화롭다길래 내가 가보고 싶다고 한 곳이었는데, 신혼여행지를 정하고 나서 정작 거기에 가면 뭘 할까 알아보다가 오빠를 통해 알게된 게 밀포드사운드 크루즈 투어였다. 오빠의 말로는 반지의 제왕에서 배를 타고 떠나는 여러 장면들을 이곳에서 많이 찍었다고ㅡ 오빠는 처음부터 반지의 제왕때문에 뉴질랜드의 대자연이 궁금했고, 청정한 곳에서 나랑 같이 예쁜 풍경을 많이 보고싶어한 듯 하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떠난 데이투어. 우리는 마이리얼트립을 통해서 밀포드사운드 투어를 예약했는데,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퀸즈타운 시내를 출발해 하루를 보내고 다시 시티로 데려다 주는 코스의 투어였다. 중간 중간 사진 찍기 좋은 스팟이 보이면 내려서 사진도 찍게 해주고, 주요 관광포인트는 밀포드사운드에 가서 배를 타고 시간을 보내는 여행상품. 마이리얼트립 내에서도 여러 크루즈 상품이 있고 값도 모두 다 다른게 타는 배의 크기가 차이가 있나보다' 하는 생각에 중간 보다는 약간 값이 있는 상품을 골라봤다. 살펴본 여러개의 여행상품들의 차이점은 밥이 나오는 상품, 안나오는 상품, 시간이 쪼금 짧게 끝나는 상품(스팟 어디 한 군데를 덜 가겠지? 하는 생각으로 패스) 등 다양했다. 

미리 프린트해간 바우처에는 아침 6시 45분 ㅡ 7시 15분 사이에 호텔 앞에서 픽업이 이루어진다고 되어 있었는데 오빠는 그게 내심 불안했는가 보다. 어떤 사람의 후기에는 하루 전이나 아침에 현지 여행사와 통화를 해서 정확한 픽업장소와 시간을 확인하는게 좋다고 써있기도 했다. 글쎄, 나는 별로 생각이 없고 무관심 한걸까.. 뭘 저리 걱정을 하나 픽업장소랑 시간 바우처에 다 나와있는데' 싶었지만ㅡ 확실하면 좋은거니까 퀸즈타운에 도착한 어제 저녁, 바우처에 나와있는 전화번호로 연락을 취해봤다. '어랏?! 시간이 너무 늦었나? 전화를 안받네.. ' 내심 이때는 나도 살짝 불안해졌다. 그리고는 호텔 리셉션에 내려가 도움을 청해봤다. 바우처를 보여드리고, 픽업장소가 호텔로 되어 있는데 보통 투어버스가 내리고 타는 장소가 어딘지 여쭤봤더니 바로 저 정문 앞이라고 하신다. 우리가 처음이고 불안해서 그러는데 혹시 제 시간에 픽업 차량이 도착하지 않으면 컨텍하는걸 도와줄 수 있겠냐고 하니 '오브 콜스!' 라고 하시는 직원분. 뭐 설마 우리 안데리러 오겠어..?! 올 것이야.

그렇게 아직도 살짝 불안한 마음으로 투어 떠날 준비를 했다. 배도 타야하고 오늘은 날이 조금 흐린 만큼 추울까봐 걱정 돼 목도리에 경량패딩에 단단히 무장을 했다. 오빠도 나갈 채비를 하는 사이에 어제 저녁 연락을 못했던 현지 여행사와 연락을 시도 했다. 왓츠앱을 통한 실시간 채팅을 열어두고 있었기에 간단한 메시지로 예약번호와 이름, 픽업장소와 시간을 적어서 확인을 부탁했고, 바로 답장이 와서 곧 우리를 데릴러 픽업차량이 올 것이니 호텔 앞에서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휴ㅡ 답장이 오자마자 오빠한테 보여주며 이제 안불안해도 돼. 데리러 온댔잖아' 하고는 오빠 손을 잡고 1층으로 내려갔다.

정확한 약속시간 사이에 우리를 데리러 온 작은 봉고차. 어랏? 약 40명 정도가 버스를 타고 함께 이동하는 여행상품이라고 본 것 같은데 이건 뭐지? 싶은 생각이 살짝 들 무렵, 기사분이 내리면서 우리의 이름을 확인 하고는 모두가 함께 타고갈 버스가 있는 다른 장소로 함께 가자고 하셨다. '아.. 그치. 이거 타고 우리 둘이 어디 딴데 가나 싶어 순간 놀랬네' 싶었다. 우리가 도착한 장소는 어제 저녁 시티를 돌아다니면서 여기가 메인 스트릿인가보다.. 하고 지나쳤던 바로 그 길목. 여러대의 작은 차들이 손님들의 각자의 숙소로 픽업을 나가 데리고 오면 이곳에서 큰 버스를 타고 다함께 이동하는 시스템이었다.

버스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호텔 앞에서 우리를 픽업해 주신 기사분이 다시한번 명단을 체크한 후 한사람씩 버스에 탑승! 이제 투어 떠나는 길.

시티를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주변으로 보이는 풍경.

차를 타고 꽤나 달려야 하는 거리, 오빠는 옆에서 구글 맵을 켜고 우리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살펴보며 나름의 설레는 기분을 만끽하는 듯 보였다. 밀포드사운드를 가기 전 만나게 된 Te Anau. 여기서 잠시 차도 마시고 주변을 둘러본 뒤 다시 버스로 돌아오라며 약 30분 정도의 시간을 주셨는데, 내리자마자 도착한 기념품 가게에 들러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18불 주고 포켓용 백팩을 하나 샀다. 결제하면서 직원분이 단체 관광 손님인지를 물어보셨고, 타고온 버스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1불을 할인해 주시더군?! 훗날 이 백팩은 여행내내 우리의 필수 아이템으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아주 잘샀어.

다시 버스에 올라 밀포드사운드를 향해 달리는 길. 초록초록 끝없이 펼쳐진 잔디밭 뒤로 흰눈이 쌓인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 싸고 있는게 시야가 탁 트이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창에 붙어서 연신 셔터를 눌러대니 여기서 잠깐 내려 사진찍읍시다. 하고 문을 열어 주시는 가이드ㅡ 직접 내려 맞이한 풍경은 더 깨끗했다. 

그렇게 사진을 다다다 찍고 다시 버스에 올라 달린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스팟에 도착했다. 바로 mirror lakes

작은 산책로를 따라 걸어내려간지 얼마 되지 않아 조용하고 잔잔한 호수가 하나 나왔는데 정말 그림처럼 주변 풍경이 물에 그대로 비춰진 모습이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날이 좀 흐려서 더 했을까? 그곳의 분위기 자체가 먼가 신비롭고 고요해서 큰 소리를 내면 안될 것 같은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다시 버스를 타고 달리다 보니 창 밖으로 떨어지는 눈..!

뉴질랜드의 10월은 봄이라고 알고 있었고, 그래서 봄을 찾아온 우리였는데 생각지 못하게 한국에서보다 빨리 첫눈을 보게되었다. 그러고 보니 첫눈을 같이 맞는건 처음이잖아?!

눈을 보자 모든 사람들이 어린아이가 된 것 처럼 창밖을 보며 싱글벙글에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가이드는 곧 차를 세우고 우리에게 눈을 맞을 수 있는 잠깐의 여유를 주었다. 생각지 못하게 펑펑 쏟아진 함박눈에 차가 조금 막히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배를 타러 도착.

버스에서 내리면서 한명씩 배 티켓을 받아들었는데 우리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 표랑 다른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 표가 다르게 생겼더군, 배를 탈 때 보니 직원분들이 표색깔별로 자리 안내를 별도로 해주셨다. 즉,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 끼리 모여앉는 구조. 그리고 배가 조금 움직이기 시작하면 식사가 포함된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는 음식 서빙이 되더군. 그래서 마이리얼트립에서 투어 예약을 할 때 값이 이렇게 다 달랐구나 싶었다.

배를 타자마자 웰컴~ 으로 시작하는 선장의 안내방송이 들려왔고, 곧이어 한국어의 멘트도 나오길래 오오ㅡ 여기 한국어 지원도 해주나보네' 했더니, 그게 다였다. 처음 듣게 된 한국어 안내방송을 끝으로 더이상의 한국어 안내는 들을 수 없었다. 주요 스팟에 도착할 때 마다 선장은 여기는 무슨 포인트고, 몇년도에 무슨일이 있었고 하면서 여러 안내를 해주셨고, 곧이어 중국어. 일본어의 안내방송이 실시간으로 통역되어 들리는 것 같았으나 안타깝게도 한국어는 없었다.. 슬프도다. 무튼 그렇게 배는 더 깊은 곳으로 항해했고, 우리는 주변 경치를 보면서 감탄하게 됐다. 

배를 타고 보니 또 새로운 풍경. 잔잔한 물 위로 눈 덮힌 산들이 둘러 싸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보다 앞서 출발한 또 다른 투어 배들이 간간히 보이고 있었다. 날씨가 흐려서 맑은 하늘을 못봐 안타깝다 싶은 생각이 들 때쯤 선장님의 안내방송. 오늘은 날이 흐리고 여러분은 '럭키' 란다. 웬 럭키.. 날이 이래 흐린데? 날이 흐리면 경치가 더 멋있단다. 그르네에, 물안개도 피어나고 구름도 산에 걸쳐진게 정말 멋.진.풍.경..! 왜 반지의 제왕을 여기서 찍었는지 이해가 가는 모습. 

주요 스팟을 하나 둘 거쳐 가면서 점점 맑아지는 하늘, 흰 구름 사이에 파란 하늘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면서 경치는 또 달라졌고ㅡ 이 또한 아름다웠다. 우리 배는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폭포에 다다를 거라고 하자 사람들은 하나 둘 씩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그 무리에 우리도 껴서 갑판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저 멀리 폭포가 보이자 배는 점점 더 폭포 근처로 빨리 가는 듯 느껴졌고 꽤나 가까운 거리까지 가자 머리는 바람에 난리나 나고, 얼굴에는 미스트를 한통 뿌린 듯이 축축해 지기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우리 뿐 아니라 거기 있는 사람들 전부 행복해 보였다.

어제 퀸즈타운에 도착하자마자 보게 된 시티의 모습도 참 예뻤는데, 이렇게 조금 멀리 나와 정말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보게 되니 새로운 기분. 뉴질랜드의 청정 자연을 한 껏 만끽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하루였다. 그렇게 오늘의 전부인 투어를 끝내고 다시 시티로 돌아가는 길. 도착하자마다 미리 예약해 둔 저녁식사 까지 마치면 오늘의 일정은 끝. 

은근 배가 고프넹 얼른 가서 밥먹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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