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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1_Anna

본식 드레스를 고르고 맛집을 찾아가는 길.

결혼 준비 때문에 가끔 찾게 되었던 이쪽 동네는 오늘 본식 드레스 셀렉을 끝으로 더이상 자주 올 일이 없는 동네가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름의 큰 맘을먹고 집에서는 꽤나 거리가 있는 압구정 근처까지 나가는 만큼 예전부터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고 오빠를 졸라댔던 도산분식에 가보려 했다.

가서 인스타 사진에서 많이도 봤던 돈까스 샌드위치랑 떡볶이를 먹어봐야지 :)

우리의 드레스 샵에서 그리 멀지 않은 길. 오빠는 휴대폰 길찾기를 켜고는 나를 데리고 도산분식을 찾아갔다. 가면서 주변에 비싸보이는 편집샵 매장도 지나고 강남에서만 봤던 쉑쉑버거도 지나치고 하면서 금방 코너를 돌아 가게를 찾았다.

사진으로 많이 봤던 맛집이라 그런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원래 오빠랑 내 스타일이라면 줄이 기니까 다음에 다시 올까? 하며 옆에 또 다른 괜찮아 보이는 식당을 간다던지 했었겠지만ㅡ 오늘은 날이 날인 만큼 더는 결혼준비 때문에 이동네 안올테니까, 도산분식을 먹으러 굳이 또 여기까지 나오는 건 힘들 것 같았기에 각오 하고 사람들 뒤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기로 했다. 

우리가 막 도착했을 때도 사람들이 많다 싶었는데 이제 점점 점심시간 한가운데로 접어들 시간이라 그런지 우리 뒤로 사람들이 금세 늘어났다. 기다리면서 먼저 받은 주문표를 보며 뭘 먹어야 하나 고민고민. 우선은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랑 사이드 메뉴로 뭘 먹을지가 은근 고민이었는데ㅡ 사진에서 많이 봤던 건 돈까스 샌드랑 비빔면 같았는데 막상 주문표 보니까 홍콩 토스트도 먹고 싶고, 사람들은 김치볶음밥도 먹는 것 같고 참. 다 먹을 수도 없고 ..a

오빠는 마라탕 라면에 눈이 간다며 자꾸 맛이 궁금하다고 나를 꼬셨지만, 으음ㅡ 마라탕은 마라탕집 가서 먹자아.. 여긴 분식집이잖아.. 하면서 내 맘대로 메뉴를 고르고 오늘도 역시 오빠에겐 선택권을 주지 않았다. 대신 마라탕은 저녁식사로 먹었당 :)

생각보다 테이블 회전이 빨라서 금방 들어가서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ㅡ 가게 안에 들어가보니 빨간색의 불빛이 약간 홍콩 느낌..? 옛날 집느낌이 드는 레트로 감성의 인테리어였고, 주로 우리같은 커플이거나 젊은 여자들끼리 모여앉은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앉자마자 받게 된 물이 담긴 유리병과 초록색 얼룩덜룩이 컵. 그리고 나무 손잡이에 나사 못 자국이 두개 나있는 포크와 숟가락까지 참 귀여운 식탁이었다. 예전에는 오렌지 쥬스가 꼭 이 유리병에 담겨있었는데 요즘은 플라스틱에도 들어있고 우유팩 같은 데도 들어있고, 어릴 땐 몰랐는데 이게 뭐라고 왜이렇게 반갑고 좋은지ㅡ 그땐 참 무겁기만 하고 별 감정이 없었던 그냥 유리병이었는데 말이다. 무튼 옛날 생각하면서 오빠랑 옛날 얘기. 가게 인테리어 분위기 얘기를 도란도란 하다 보니 금방 우리 음식이 나왔다.

음식도 물컵과 마찬가지로 초록색 얼룩덜룩 접시에 예쁘게 담겨 나왔는데ㅡ 사진을 안찍을 수 없는 먼가 귀여우면서도 정감이 느껴지는 식탁이었다. 초록색의 접시에 빨간 떡볶이가 담겨있으니 먼가 더 맛있어 보이는 건 기분탓일까? 예전 컬러리스트 공부를 한창 할때는 음식이 맛있어 보이려면 붉은 계열의 접시와 조명이 좋다 했었는데 초록색이면 완전 반대이니 맛이 없어보여야 맞을테지만 내 눈에는 전혀 그 반대로 보였다. 역시 이론과 실제는 다른 것인건가.a

떡볶이는 생각보다 먹으면 먹을 수록 매콤한 맛이 올라왔고, 비빔면은 무슨 맛이라고 해야할까ㅡ 비빔면이라는 이름 때문에 익숙한 그 라면 비빔면을 생각했던 나는 약간 어라? 하는 맛이었는데 된장 맛..? 간장맛..? 매콤 달콤한 맛이 아니라 짭쪼로미에 약간 고소한 맛..? 이었고ㅡ 식빵 사이에 돈까스를 넣어먹으면 대체 무슨 맛일까 싶으면서도 여러 사람들의 인스타 사진에서 본 터라 혹했던 돈까스 샌드는 생각보다 의외로 오빠도 나도 참 잘먹은 메뉴였다. 

우리가 밥을 먹는 사이 줄은 더더 늘어났고, 조금만 늦었으면 진짜 오래기다릴뻔 했다며 시간을 잘맞췄다고 뿌듯..!

드레스 골랐으니 스드메는 이제 거의 끝나고 그 마지막을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 먹으면서 예쁜 식당에서 마무리 했다는게 나름 행복한 압구정 나들이었다ㅡ 보면 볼 수록 그릇에 너무 꽂힌 나는 결국 집에와서 분식접시 세트를 주문하고 말았는데, 가끔씩은 오빠가 사다주는 봉다리에 담긴 길거리 떡볶이와 순대를 담아다가 도산분식 느낌 내면서 홈분식으로 먹어봐야지 

예쁜 가게에서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파니까 좋았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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