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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6_Anna

드디어 촬영 날 아침.

어제 오빠랑 만나 하나하나 빠진 것 없나 체크 한번 해주고, 오빠 손에 마스크 팩을 쥐어주고는 일찍 헤어졌던 우리ㅡ 오빠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어제 저녁은 팩 붙이고 일찍 잠이 들었더랬다.

아침 9시까지 플래너님을 통해 미리 예약해둔 보이드바이박철로 가야했는데ㅡ 플래너 실장님의 시.간.엄.수! 안내와 함께 초행길인데다가 우리 집에서 꽤나 거리가 있는 곳이라 잔뜩 겁을 먹은 오빠랑 나는 정말 아침일찍 부터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아침부터 운전해서 날 데리러 온 오빠는 동선도 왔다갔다에 촬영 전부터 지칠만한 일정이라 걱정되었지만 그래도 짜증 한번 안내고 웃는 얼굴로 대해줘서 어찌나 고맙던지..♡

 

촬영때 입을 한복과 캐주얼, 그리고 그에 맞춰 필요한 신발이며 다른 소품들까지 정리하다보니 내방 한켠에 쇼핑백과 상자가 어느날 부터 차츰 쌓이기 시작했다. 오빠가 도착 한 후 하나하나 짐을 가지고 내려가 차에 싣고 한번 더 훑어보면서 확인을 한뒤 정말이지 일찍이 출발을 했다.

평일엔 일을 하고 주말만 하나하나 결혼준비를 하다 보니...는 사실 핑계고 나의 게으름도 어느정도 있는 탓에 웨딩네일도 제대로 못하고 손이 밋밋해서 어제 오빠 만나 둘이 같이 네일팁을 골라뒀는데 오빠 운전하는 동안 나는 옆에서 하나하나 붙여가며 5분만에 네일을 완성했다. 사진만 찍고 곧 떼어낼 거라 오늘 하루만 잠깐 하고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메이크업을 받으러 가는 거라 세수하고 스킨 로션만, 머리도 린스는 모발 끝에만 해야 된다는 안내 때문에 전체적으로 너무 수수한 내 모습에 손톱만 화려해졌다.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생각했던 것 보다는 차가 안막히는 듯 했는데, 네비게이션 말로는 1시간이 조금 안걸린다고. 음ㅡ 정말이지 너무 일찍 준비한 것인지 샵이 있는 청담동까지 도착하고 보니 8시도 안된 시간이었다. 샵에 가는 길에 보니 곳곳에 문연 카페들이 보여서 옷갈아 입고 잘 못먹기 전에 커피한잔에 샌드위치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가기로 했다.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밖을 보면서 커피 한 잔.

이렇게 일찍 오빠랑 카페에 온 건 처음인 것 같다. 그렇게 많이 자주 카페를 다녔음에도 아침 시간부터 카페는 정말 드문 데이트였다.

카페놀이를 하면서 어느정도 시간이 점차 흐르자 창밖에는 검은 정장차림으로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지나가시는 아주머니 들이 간간히 보였는데 나는 딱 보자마자 드레스샵에서 나온 이모님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면서 오빠와 한동안 이모님들 관찰? 자세히 말하자면 이모님들이 끌고 가시는 캐리어의 크.기.를 관찰했다.

'저 이모님 캐리어는 정말 크다. 신부가 드레스를 다 풍성한 스타일로 골랐을까?'

'아니면 드레스를 3벌이 아니라 5벌을 골랐을까' 하면서 말이다.

더운 날씨에 큰 캐리어를 끌고 그것도 검은 정장을 입으셨으니 정말 힘드시겠다 싶었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누군가의 중요한 촬영을 위해 수고해주실 이모님들이 참 대단하신 것 같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든 생각은 '나도 좋은 이모님이 오셨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 드레스샵 원장님도 참 좋으셨고, 베테랑 이모님이 도와주실 거라고 하셨으니 믿음은 가지만 :)

곧 예약시간인 9시가 다 되어 갔고, 마지막으로 화장실 한번씩 갔다온 다음 얼른 샵으로 갔다.

샵에 도착해서 이름을 말하자 마자 받은 이름표가 붙은 가운. 미용실은 많이 가서 가운도 입어보고 했지만 이름적힌 가운은 처음이었다. 나 말고도 여러 신부들이 있는데다가 담당하시는 스텝분들과 담당 이모님이 헷갈리지 않으시려면 이름이 적혀있어야 하나보다.

자리를 안내받고 나서 스텝분들께 미리 캡쳐해둔 스튜디오 촬영 화보를 보여드리고 바로 드라이 부터 시작. 모발 안쪽 부터 바람을 넣어 볼륨을 살려주시고 차차 웨이브를 넣어주셨다.

촬영할 때는 긴 생머리가 좋다는 주변 친구들의 조언에 그간 미용실 안가고 얌전하게 기르기만 했던 내 머리. 뭐든 너무 지나치면 안 좋다고 했던가ㅡ 층도 하나도 없고 가느다란 까만 긴 생머리라 오히려 조금 안 좋았다. 어느정도 층도 있고 머리카락에 탄력도 있어야 무슨 머리를 하든 예쁘게 나올 텐데, 워낙에 가늘고 힘없이 축 처지는 모발이라 웨이브와 볼륨을 더 한껏 넣어주셨다.

내가 머리를 하는 사이 벌써 끝난 우리 오빠. 플래너 실장님 말씀으론 촬영날은 샵에서 준비할 때 부터 신랑들은 '기다림이 반'이라고 하셨는데 나한테 들어가는 여러 수고와 시간에 비해 오빠는 너무 빨리 끝나버려서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그 사이 예뻐져서 나온 우리 오빠. 원래 하고 싶던 이마가 살짝 보이는 머리는 머리 길이가 아직 짧아서 할 수 없었다고ㅡ 아쉬웠지만 그래도 한껏 꾸민 모습이 근사해 보이는 오빠였다.

1차적으로 나도 머리 세팅을 마치고 나니 오전 10시 반 정도. 이 맘때 창밖으로 캐리어를 끌고 오시는 이모님 한분을 보게 되었는데 시간상으로 본다면 왠지 내 담당 이모님이실 것만 같았다. 그때 마침 메이크업 파트 스텝분이 나를 데리러 오셨고, 이제 얼굴도 꾸밀 차례.

우선은 자리에 앉아마자 피부결을 정리하고 팩부터 해주셨는데 녹차향이 은은한게 참 좋았다. 물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조금 웃겼지만 ㅎ

베이스 화장부터 시작. 얼굴에 크고 작은 흉터가 많은 나ㅡ 여기저기 가리면서 피부 톤을 맞춰주셨고, 거울옆에 조명이 가득 달린 옆 자리로 이동해서 색조 화장을 받게 됐다. 자리에 앉으면서 내 앞에 놓여진 여러 화장품에 눈이 휘둥그레 졌다. 이런건 TV에서나 봤지 직접 내 눈앞에 있는 건 처음이라 촌스럽지만 눈동자가 살짝살짝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플래너 실장님과 미리 의논 해 둔 내 메이크업 스타일은 세미 스모키. 쌍꺼풀이 없는 눈이라서 눈화장을 어떻게 해야하나가 제일 고민이었는데 여러 신부들을 많이 봐오신 플래너님 의견으로는 내 눈매에는 약간 스모키한 화장이 어울릴 것 같다면서 '보이드바이박철'을 추천해 주셨었다. 색조를 더하면서 얼굴이 조금씩 변신을 해가는 사이 도착하신 플래너님. 플래너님이 오시고 나서 화장도 머리 모양도 조금 더 변하고 화려해졌는데, 가르마 방향도 살짝 바뀌고ㅡ 속눈썹도 조금 더 길어지고ㅡ 오빠는 컬이 조금 더 추가 되어서 한층 더 꾸민 느낌으로 마무리 하게 됐다 :)

메이크업에 머리까지 마친 다음에는 드레스를 입기전 '화장실 다녀오세요' 라고 알려주시는데, 이제 드레스 입고 사진 찍기 시작하면 화장실 가기 힘들어지니까ㅡ 어찌보면 필수 코스겠지?!

안내 받은 탈의 공간으로 가보니 아까 창밖으로 뵀던 '혹시 내 이모님?'이 나를 딱 기다리고 계셨다. 스튜디오와 미리 연락을 하셨는지 첫번째로 슬림 롱 드레스를 입고 오라고 하셨다면서 미리 준비해 주셨다. 이모님의 도움으로 드레스를 입고 라인 정리까지ㅡ 드레스가 끌릴까봐 조심조심하며 들어올리려 했더니 '드레스는 이모가 잡을게요, 신부님은 그냥 편하게 있으면 돼요~'라고 하셨. 그러면서 한마디 더 추가하신 멘트가 들고 있던 팔을 멈추게 했는데ㅡ '팔을 잘못들면 겨살이 나와요~ 이모가 이런말 하면 신부들이 다들 팔을 내리지요~' 라고.ㅎㅎ

사진 찍을 때도 항상 명심할께 가슴은 펴고 어깨는 내리라고 하셨는데ㅡ 어깨에 긴장이 들어가면 목이 짧게 나온다고 하셨다. 거울 보면서 이모님 앞에서 자세를 잡아봤는데 이 자세는 꽤나 몸에 힘이들어가고 어렵더군;;

3시간만에 머리부터 피부, 옷까지 완전 변신한 오빠랑 나. 내가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 사이에 오빠도 예복을 갈아입은 후였다. 좋은 이모님과 플래너 실장님까지 양쪽 어깨가 든든해 지는 기분. 촬영장에서는 내 친구 민댕구까지 있을 테니 더 든든하겠지ㅡ 

카메라 앞에서 잘 웃어야 하는데ㅡ 긴장되지만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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