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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30_Anna

오늘은 우리의 특별한 기념일. 

평일이지만 데이트를 안할 수 없지ㅡ 훗 원래 평일에도 데이트는 있지만. 그.래.도.

요즘 서로 조금은 일이 많아져 평소보다 약간은 퇴근이 늦은 것도 있고, 얼마전 내가 저녁을 잘못 먹고 크게 탈이 나는 바람에 오빠가 옆에서 놀라 덩달아 식은땀을 찔끔찔끔 흘렸기에 저녁은 패쓰다;;

'기념일인 만큼 케익하나면 행복하겠어'

'아닌데에 자기  맛있는거 사줘야 되는데'

카페만 가도 괜찮겠냐며 오빠는 괜히 미안해 했지만 정말 괜찮은 걸ㅡa 그만큼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예쁜 카페에 가서 차 한잔에 우리가 여기 왔었지~ 하고 나중에 볼 사진을 다다닥 찍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나의 만족을 채워주기 위해 오빠가 찾아놓은 카페는,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신대방역의 MAGE COFFEE. 원래 오늘 데이트를 위해서 예전부터 이곳에 오자고 정했던 건 아니고, 미리 생각해 뒀던 한 카페 링크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우연히 오빠의 샤샤샥 검색으로 찾게 된 곳이었다.

퇴근 후, 손잡고 지하철을 타고는 딱 한정거장. 신대방역에서 나와 큰 도로를 따라 조금 걷다보니 어렵지 않게 2층 높이로 보이는 카페 간판을 발견하게 되었다.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어보니 가게가 참 예뻐 이곳저곳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기 시작했는데ㅡ 곳곳에 배치된 소품들이 약간은 무심한 듯 하면서도 센스있어 보이는게 딱 한 포인트가 기억에 남기 보단 전체적인 분.위.기.가 예쁜 곳 으로 생각 된다.

한.. 50년은 더 된 덴마크쪽 가정집 같은..? 옛 건물이라 바닥타일과 공간 구분은 그대로 두 되, 창과 문은 새것으로 바꾸고 집안 대대로 내려온 가구와 식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ㅡ 조금은 이국적이지만 되게 따뜻한 분위기였다.

들어가자마자 주문하는 곳 앞에 모여있는 스콘에 한번. 가게 인테리어에 한번. 앉아있는 사람들 표정에 한번 여기저기 시선이 멈추지 않고 뺏기는게 순식간.

내부에는 클래스 룸처럼 한쪽 공간이 분리되어 있었는데, 안쪽에도 많은 분들이 모여 차도 마시고 얘기도 하고 계셨고ㅡ 영화상영도 하는 것 같았다. 주문하는 곳 옆에는 악세서리 판매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주문하면서 살짝 구경하는게 좋았다 :)

우리는 저녁시간이라 커피는 패쓰하고 청포도소다와 사과소다ㅡ 그리고 꾸덕꾸덕해 보이는 브라우니를 시켜 안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문하는 공간에서도 그렇고 옆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테이블 위에서도 그렇고 머그컵이 참 알록달록하니 예뻐보여서 컵 구경하느라고도 주변을 두리번 거리게 되었다.

문득 루프탑 공간이 궁금했는데 무턱대고 올라갔다가 지금 앉아있는 자리도 없어질까 오빠 한번. 나 한번 번갈아서 가보고 루프탑이 더 마음에 든다면 그때 옮기기로 하고 오빠를 먼저 올려보냈는데ㅡ

'자기야 자기야 올라가봐~ 자기가 좋아할 것 같아. 예뻐'

'엇?! 그래? 그렇다면 어디 한번 내가 가보겠어!'

오빠 말을 듣고 부터 갈때 카메라가 있어야 겠다 싶던 내 예상이 딱! 이었던게, 문을 나서자 마자 '옥땅으로 따라와' 네온 사인 부터 사진을 찍어주고 전구로 장식된 회색 계단을 따라 올라가보니 세상에나ㅡ 툭툭 놓여진 것 같은 의자와 테이블, 계단 한쪽 벽면에 예쁜 그림, 그리고 늘어져 있는 전구의 불빛까지 너무 너무 예뻤다. 이렇게 예뻐서 옥상으로 따라오라고 한건가 싶을 만큼. 완전. 내.스.타.일.

마침 옥상에 사람들도 없어서 이곳에 올라온다면 공간대여를 한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겠으나ㅡ 오빠가 날 기다리고 있는 아래층 테이블도 충분히 맘에 들었기 때문에 루프탑 공간은 다음번에 이용하기로 하고 내려갔다. 

인기 카페인지 테이블이 만석이었는데, 유독 공부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던 것 같다ㅡ 사람들도 많다보니 고요~한 동네카페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머랄까 사람이 그렇게 많은것 치고는 상대적으로 되게 조용한 느낌이 들었는데, 사람들이 왁자지껄 다 떠드는 게 아니라 다들 이 공간을 방해하지 말자. 라는 어떤 묵언의 조심조심이 느껴졌달까. 

요즘 오빠랑 갔던 카페 중. 카페라기보다는 시장?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오빠의 목소리가 안들릴만큼 시끄러운 카페들도 몇몇 있었는데 그 아쉬움들이 오늘 싹ㅡ 가시는 기분이었다.

소다도 시원하니 맛있고, 내가 앉은 자리에선 주문하는곳 위 유리창으로 프로젝터에서 라라랜드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는데 그것도 좋았고, 꾸덕한 브라우니도 맜있고, 다 먹고 나니 접시도 알록달록하니 예쁘고ㅡ

좋은 카페를 찾아서 오빠도 나도 너무 좋았다. 기념일을 챙길만한 예쁜 공간이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 다음에는 퇴근하고 걸어오기로ㅡ내려가면서 계단이랑 입간판도 다시 보면서 눈에 하나하나 담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집에 가는 길. 

다음에 오면 이곳에만 있는 특별 메뉴를 먹어봐야지 :) 

옆 테이블 라.떼가 맛있어 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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