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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6_Anna

오늘 진짜 진짜 춥다.

추우니까 밖에 나가지 말라고 재난 문자까지 받았는데 말 안듣고 나가는 애들. 바로 우리다.

회사에서 받은 상품권이 있는데 도대체 뭐 살것도 없고 자꾸 묵은지 마냥 묵어가는 것 같아서 주말맞아 나가보기로 했는데 하필 춥네.

그래도 뭐 그리 멀지 나가지 않을 거고 잠깐 이동하면 곧 실내에 있을 거라 괜찮겠지 했는데ㅡ 어우 영등포 도착하자마자 춥고 배고픔이 밀려와서 뜨끈한 걸 한 그릇 먹어야지 안그러면 실내여도 못 돌아다니겠다 싶어 점심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백화점엔 사람이 진짜 진짜 많다.

지하 음식점마다 웨이팅이 장난이 아니어서 이 안에선 뭘 먹으려다가 1시간은 훌쩍 지날 것 같아 밖에 나가 먹고 들어고는 걸로 선택지를 바꿨다.

메뉴는 설렁탕, 갈비탕, 곰탕 등 뜨끈한 국물 있는 걸로ㅡ 1층 출입구 앞에서 동동거리고 서서 급하게 주변 맛집이 어디있나 검색해봤다. 우리눈에 바로 띈 것은 서울곰탕. 백화점 입구에서 걸어서 4분 거리라기에 여기다. 얼른 가자! 하고 지하도를 건너갔다.

핸드폰을 손에 쥐고 안내에 따라 걸어가는데, 어라? 앱에서는 조금 더 가야된다는데 왜 내 눈앞엔 바로 간판이 보이는가!? 머가 잘못 된건가 싶어도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하고 따질 겨를이 없는 추위다. 일단 간판 봤으니 들어가자.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맛집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모여 수육 한접시, 곰탕 한 그릇에 소주 한잔 곁들이고 계셨는데 그 장소와 음식과 분위기가 너무도 오랜 시간 익숙하게 굳어진 듯한.. 여기가 바로 찐일세. 이 느낌.

그런데 식당은 오랜 익숙함과는 다르게 밝고 깨끗해서 리모델링을 새로한 건가 싶었다.

알고보니 우리가 온 곳은 2호점이란다. 1호점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분위기로 있는 모양이다.

안내해주신 자리에 앉아 곰탕 2개 주문.

복층으로 되어 있는 구조가 특이했다. 벽에는 오늘이 최고 좋은날, TV에 한번도 안나온 집. 이라고 멘트가 적혀 있어서 귀엽기도 하고 먼가 피식하는 재미가 있어 좋았다.

먼저 항아리에 든 김치와 깍두기를 가져다 주시고 먹을만큼 접시에 담아 음식을 기다렸다. 그래도 곰탕 나오기 전에 맨 입에 김치 먼저 맛보는 것은 곰탕에 대한 예의이자 국룰이겠지ㅡ

깍두기가 오독오독하니 시원하고 맛나다. 김치는 깍두기 보다는 조금 더 짭짤하면서 맛이 진한데 둘다 넘 맛나는 것. 아껴뒀다 이따가 밥이랑 같이 먹어야 하므로 잠시 인내의 시간을 가져본다.

고추 장아찌는 매울까봐 처음 볼 땐 겁이 났지만 먹어보니 그리 맵지 않고 알싸한 정도였다. 이건 이따가 고기 나오면 같이 먹으려고 또 참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뜨끈한 국물 맞이.

인싸 기질의 호탕하고 친절한 사장님이 직접 우리 테이블에 오셔서 '후추 조금, 소금 조금 넣고 드셔보세요, 오래 끓인 거라 진짜 좋아요. 국물 남기지 말고 다 먹어요' 하셨다. 

간이 아주살짝 되어 있는 듯 했는데 사장님 말씀대로 소금 후추를 추가하고 다시 맛을 봤다.

그런데ㅡ 한입 떠먹자마자 '아 이건 국수다.' 싶었다. 국수를 먹고 난 다음에 밥을 말아야 하는 맛이어서 바로 국수사리 하나씩을 추가하고 조금 더 기다렸다.

처음 주문할 때 국수도 같이 시킬 걸... 

어쨋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난 뒤 국수까지 도착하니 한상 완성이다.

국수에 김치에 고기에.. 호로록 몇번 했더니 없어져 버렸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아직 흰쌀밥이 남았다. 밥을 다 말아 넣고 2차 시작.

너무 맛있다. 진짜 오늘 날씨에 완전 딱인 식사.

푸짐했던 한상에 빈 접시만 가득. 든든하게 맛있게 배를 채웠으니 이제 좀 돌아다닐 수 있겠지 싶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사장님이 맛있게 먹었냐고 물어보셔서 진짜 너무 맛있었다고 엄치를 치켜 세웠더니 인상 좋은 웃음으로 고마워 하셔서 기분이 더 좋아졌다. 맛있게 먹어서 우리가 더 감사했는데 말이다.

생각지 못하게 이런 맛집을 발견할 때마다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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