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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9_Anna

드디어 오늘이다. 결.혼.식.

꽤 오랜 시간을 찬찬히 준비하면서 멀다고만 생각했던 날이 오늘이 되었다ㅡ 시간이 지나긴 지나는 군..!

아침 6시 알람이 울리자 얼른 씻고 아침 식사 부터 시작. 어제 미리 사둔 죽을 데워서 둘이 호로록ㅡ 혹시나 속에 부담이 될까봐 다른 반찬은 안 먹고 오로지 죽과 동치미 국물만 조금 먹었다. 메이크업을 받으러 갈꺼니까 다른 꾸미는 시간은 안들고 그냥 스킨 로션만 잘 바르고 옷 갈아입고 식장에서 필요한 준비물만 딱 챙겨서 메이크업샵으로 go.

웨딩카를 어떻게 하지 하고 고민하다가 플래너님을 통해서 가마웨딩카를 예약해둔 우리.

친구한테 부탁하기에도 좀 미안하기도 했고, 도련님이 도와주시려 해도 어머님 아버님을 모셔야 하는게 우선이고, 그렇다고 결혼식하러 가는 신랑 운전시키는 것도 고생스러울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었고ㅡ 기왕이면 언제 또 이런걸 타보겠나 하는 생각에 벤을 선택했었다.

픽업 시간은 아침 8시 우리 집 앞, 부지런한 기사님은 10분 전인 7시 50분에 연락을 주셨고ㅡ 마지막으로 오빠와 나는 포토테이블용 액자와 식권 오빠 예복이랑 한복을 챙겨서 내려갔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베이지색의 벤. 주말 아침에 아파트 단지에 웬 못보던 차가 왔나 싶으셔서 경비아저씨도 나와계셨다. 와ㅡ 연예인차 멀리서 보기만 했지 타보는 건 처음이다. 기사님이 열어주신 뒷문에 우리 짐을 싣고 오빠 예복을 잘 걸어둔 뒤 차에 타야 하는데 먼가 기념하고 싶은 마음에 급 사진 한장. 

차에 타기 전부터 타는 순간까지 먼가 되게 대접받는 기분이라 가는 길부터가 기분이 좋았다. 어제처럼 오늘 날씨도 좋고 말이다 :)

9시 반 시작으로 잡혀있는 메이크업 예약.

그치만 우리는 약속 시간보다 일찍인 9시도 안되어서 샵에 도착하게 되었다. 샵 앞에 차를 주차해놓고 계속 기다릴 순 없어서 메이크업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기사님이 다시 픽업을 와주시기로 했다. 그 전에 전화를 한 번 더 드리기로하고 우리 둘은 샵에 들어갔다.

오늘은 웨딩촬영 때 보다도 사람이 진짜 많았다. 앉을 자리도 없을 정도로 오늘 결혼하는 신랑 신부들과 혼주분들, 그리고 일반 손님들까지.. 아직 시작하려면 시간이 좀 있고, 이때 아니면 더 이상의 여유도 없지 싶어서 샵 근처에 가서 커피 한잔을 하기로 했다. 오빠는 그래도 비교적 옷이 되게 불편하지 않을거라 커피를 마셔도 되겠지 싶어서 였다. 나는 아무래도 화장실 가기가 불편해 질 테니 커피 보다는 따뜻한 차로 정말 목을 축이는 정도로만 입에 댔다가 나왔다.

다시 샵으로 돌아가 이제 정말 준비 시작. 이상하게 이때도 떨리거나 긴장되거나 하지 않았다ㅡ 그냥 준비 끝나서 나가는 신부들을 보면서 예쁘다' 하는 생각만 계속 했던 것 같다. 한 신부의 준비가 끝날 때마다 담당 스텝분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길을 나서는데 오늘은 진짜 예식이 많은지 차례차례 샵을 떠나 식장으로 가는 신부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신부들마다 다 다른 스타일로 예쁘게 꾸민 모습을 지켜보는게 좋았다. 곧 나도 준비가 끝나면 저렇게 나갈텐데, 근데도 왜 안떨리지..?!

헤어와 메이크업이 어느정도 진행 됐을 때, 드레스를 가지고 샵으로 와주신 헬퍼 이모님. 그리고 부케와 함께 도착하신 플래너님까지 :) 사진으로 보고 상상했던 것 보다 더 예뻐서 맘에 들었던 부케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살짝 정신없어서 영혼 가출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를 눈치 챈 스텝 선생님이 '정신 없으시죠?' 하며 말을 건네 주셨는데ㅡ 얘기를 나누다 보니 본인의 화장 뿐 아니라 엄마 아빠가 함께 와서 혼주분들 메이크업까지 챙기는 신부들은 진짜 더 바쁘다고 하셨다. 얘기를 듣고 멀찍이서 지켜보니 정말 그럴 것 같다.. 나는 지금 나 혼자 챙기기도 바쁜데 엄마 아빠들까지 챙겨야 한다면 와ㅡ 그나저나 부모님들은 예쁘게 잘 하고 계시려나?! 이래저래 잠시 딴 생각한 한 사이 시간은 후딱후딱 지나 진짜 결혼식이 곧이다 곧!

다시 우릴 찾아와주신 기사님의 차를 타고 식장에 이동. 가면서 듣게된 헬퍼 이모님의 조언은, 샵에서는 신부가 정말 정신 없었지만 식장 도착 순간부터는 신랑의 영혼가출 타이밍이 올거라고..! 그도 그럴 것이 손님들 인사하고, 두손 두발 자유롭지 못한 신부를 대신에 물건 챙기랴 순서 챙기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야하는 신랑의 역할... 오빠 화이팅! 식장 도착의 순간까지도 서로 조금만 힘내 조금만 참자 하면서 토닥이는 우리였다.

식장에 도착하자 우리보다도 먼저 와있는 친구들.. 진짜 너무너무 고마왔다.!

신부대기실에 자세를 잡고 앉아 지금부터는 사진 타이밍의 연속. 불편하고 어색했지만 그래도 함께 해준 친구들 덕에 간간히 허리도 펴가면서 수다도 떨고 시간을 보내게 됐다. 곧 내려와보신 부모님들ㅡ 평소 모습과 달리 다들 한 껏 꾸민 모습이 새로왔다. 나 뿐 아니라 모두가 같이 하는 큰 행사라 다같이 긴장하고 다같이 정신 없는 모습이었다.

식장에 도착하고 나서 부터는, 다른 결혼 선배들의 말대로 진짜 정신도 없었고ㅡ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정신 차려보니 끝나있더라' 라는 말이 어느정도 실감날 정도로 결혼식 과정은 정말 짧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 결혼식도 이렇게 빨리 끝났던가? 할 생각이 들 정도로 이게 내 결혼식이라서 그런건지 정신 차리고 보니까 축가 타이밍에 부모님 인사 순서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그 외 신부대기실에서 봤던 친구들이나 인사 다니면서 봤던 하객 분들 모습은 다 기억이 날 정도로 완전 정신 없지는 않았다. 간혹 누가 오고 갔는지도 기억이 안날 정도로 정신 없었다고 하시는 분들 얘기도 들었었는데 오빠는 어땠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오빠도 나처럼 긴장도 안하고 괜찮아 보였는데 다 끝나고 난 지금에서 얘기를 나눠보니 어머님들 화촉 점화 하실때가 그렇게 떨렸다고 한다. 다음 순서를 기다리면서 어머님들 뒤에 서있었는데 어느 순간 앞에 서서 자신을 가려주시던 어머님들이 저 앞으로 나가시고, 아직 조명이 꺼지지 않은 버진 로드에 혼자 서있을 때ㅡ 아, 이제 진짜 시작 됐구나! 가 실감이 났다고 한다.

무튼 우여곡절 없이 무난하게 잘 끝난 우리의 결혼식. 친구들의 축하와 잊지못할 축가까지 기억에 남는 순간과 좋은 추억을 갖게 됐다는게 참 기분이 좋고, 무엇보다 행사를 끝냈다는 게 서로가 대견했다. 내일 우린 놀러가서 푹 쉴 자격이 있지 싶다ㅡ

하루종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인사하고 사진찍으면서 웃느라 체력소모가 심했던 오늘, 집에 도착하자마자 린스를 물에 잔뜩 풀어서 고정된 머리를 감고 뜨신물에 씻고나와 햄버거 폭식. 내일도 일찍 일어나 떠나야 하니 얼른 짐정리를 마치고 쉬는 걸로, 오빠도 나도 그리고 친구들과 부모님들도 모두가 같이 고생한 오늘이었다. 내일이면 뉴질랜드 고고씽이닷! 꺄ㅡ앗!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잘 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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