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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8_Anna

결혼식 하루 전 날.

미리 월차를 써둔 오빠와 나는 결혼식 전날인 오늘부터 휴가인 셈이다. 아침 일찍 출근을 알리는 알람을 꺼버린 뒤 조금은 더 게으름을 부리는 시작ㅡ

오늘의 일정은 내일 입을 한복을 찾아다가 양쪽 어머님들께 전달하면서 간단히 인사 드리고, 내일 필요한 물품들을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일찍 저녁식사를 마친 뒤 세안 후 수분크림을 충분히 바르고 일찍 자는 것. 그게 다였다.

플래너님이 적어주신 메일 내용을 토대로 한복 찾을 때 체크해야 할 것들을 다시 한번 기억하며 한복집에 도착했다. 어머니들 한복 저고리랑 치마랑 그리고 속치마, 꽃신, 가방, 노리개 등 빠진 것 없이 다 들어있는지 확인 해서 한복을 받아왔고ㅡ 동선이 편하도록 먼저 시댁(아직은 어색한 이 단어)부터 들르기로 했다.

시댁 가는 길에 우리 결혼식장이 있어 우연찮게 들르게 되었는데, 내일 예식 순서와 필요한 파일에 약간의 오류가 있는 것 같다는 연락을 주셔서 지나는 길이니까 그냥 문자나 통화로 하는 것 보다 한번 가서 보지 뭐' 하고 들르게 된 것이었다. 굳이 갈 필요까지는 없는 간단하고 사소한 일이긴 했지만 실장님 직접 뵙고 얘기하면 더 확실하기도 할테고 꽃장식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겸사겸사. 무튼 그렇게 간단하게 내일 예식 순서와 파일 확인까지 문제 없이 정해두었고 바로 어머님께 한복을 가져다 드렸다. 내일이 당장 결혼식이라 너무 긴 시간을 보내기는 그렇고 친정도 가야되고 하니 얼른 가서 인사 드리고 빨리 쉬라고 보내시는 어머님 아버님ㅡ 내일은 예쁘게 꾸미고 만나겠군요 :)

곧바로 차를 돌려 친정으로 향한 우리는 엄마 한복을 드리고 약간의 일정을 추가 하게 됐는데, 답례떡을 맞추는 일이었다. 나는 회사 분들이 몇분 안계시기도 하고 신혼여행가서 개별적으로 선물을 사서 드릴 생각이라 답례품을 따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빠는 회사분들한테 떡을 드리는게 좋을 것 같아서 둘이 알아보려던 중, 엄마가 집 근처 떡집에서 맞춰두셨다기에 오빠가 필요한 만큼을 더 추가해서 주문을 수정하게 되었다. 신혼여행 갔다오는 첫 출근 날 아침에 받아서 나눠 드리기로ㅡ

그렇게 간단히 엄마 아빠와도 내일 예쁘게 하고 만나요 하고 급 발길을 돌려 집에왔다. 빨리빨리 움직인 것 같아도 시간이 은근 지나 오후 5시를 넘겨버린 상태였다. 오늘 일정은 거의 대부분 끝났고 집에서 쉬고 마지막 준비물을 챙기면서 피부관리를 해야 할 타이밍이었지만, 아까 엄마와의 대화 중에 추가된 또 하나의 일정이 있었다. 

신혼여행 가면 예쁜 옷 입고 사진찍고 해야하는데 옷은 다 챙겨놨냐는 엄마의 걱정' 어머님도 오빠에게 평소에 입는 검은색, 회색 옷은 좀 두고 여행가서는 밝고 환한 옷 입고 예쁜 사진 많이 찍고 오라고 하셔서 잠깐 짬을 내어 오늘 쇼핑을 하기로 했다. 내일이 날인 만큼 너무 오래 돌아다니는 것은 그렇고 정말 딱 필요한 밝은 옷이랑 생각보다 춥다는 뉴질랜드의 봄바람을 막아줄 내 경량패딩 정도?! 만 보는 걸로.

쇼핑 도중 울려온 플래너 실장님의 전화.

이제 마지막 통화겠군요!! 두둥! 떨리지는 않는지, 컨디션 체크부터 먼저 하시고는 남들 다 하는 거니까 편하게 맘 먹고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주셨다. 실장님의 조언대로 6시 이전에 먹으려 했던 저녁ㅡ 생각보다 늦어진 오늘 일정에 식사 시간이 약간 지나 7시 반을 향해 가지만 그래도 속에 부담이 안가는 편한 음식을 먹으면 되겠지 싶어서 죽을 먹었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먹고 갈 죽도 하나 포장 해왔는데, 결혼식날은 정신도 없고 하루종일 못먹고 돌아다니는 통에 체력 소모가 크니 될 수 있으면 아침 먹고 오는 걸 추천 한다고 하셔서 준비하기로 한 것.

그렇게 식사까지 마치고 집에 도착한 우리는 얼른 씻고 스팀타올에 수분크림을 듬뿍 발라 토닥토닥 해주고는 내일을 위한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결혼식 전날에는 평소 안하던 과한 피부관리는 하지 말라고 하셔서 적당한 수준으로 내일 얼굴이 건조하지 않을 정도로만 관리하기로했다.

내일 오빠가 입을 셔츠는 드라이 해서 찾아다 놨고ㅡ 예복 바지도 칼주름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서툰 솜씨 지만 스팀 푹푹 날려가며 다려두었다. 웨딩 촬영때 딱 한번 입은 것들이라서 거의 새 것이고 보관도 잘 했던 거지만 그래도 내일은 결혼식 날이니까 가장 깨끗하고 단정해 보이게끔 해주고 싶어서 준비했고, 내일 결혼식 때 입고갈 옷과 신발도 챙겨두고, 빠뜨리면 안될 식권과 예식 순서지 등을 아침에 일어나 눈 뜨자마자 딱딱 가지고 나갈 수 있게 정리해두었다. 그리고 오빠와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떻게 해야할지 시뮬레이션을 해보고는 잠이드는 시간.

결혼식 전날은 오로지 내일을 위해서 편히 쉬고 피부관리나 하고 릴렉스가 끝인줄 알았는데ㅡ 은근 바쁘고 챙길것도 많은 날이었다. 그래도 오빠랑 나는 신혼여행은 바로 안가고 결혼식 끝난 다음날에 가는 터라 신혼여행 짐까지 챙길 필요는 없어 엄청 수월한것.! 신혼여행 바로 갔으면 와.. 진짜 챙길 짐도 몇개로 늘어나고 신경쓸 것도 몇배로 늘어 진짜 힘들뻔 했다. 

생각보다 안떨리고 그냥 보통 날 같으면서도 기분은 약간 이상한 그런 날. 말로 표현하기는 애매하지만 그냥 좀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라고 생각을 계속 한게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내일이 D-day인데, 얼마나 바쁘려나아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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