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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8_Anna

날이 마냥 흐린 주일 오후.

며칠 사이 집 앞에 벚꽃이 예쁘게 피었길래 한바퀴 나가 돌고 왔다.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크림도 사고 가끔 마주치면 눈길도 안주고 튕기던 길냥이가 웬일인지 오늘은 먼저와 애교를 부리길래 길에 잠깐 주저 앉아 예뻐도 해주고 그렇게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다가 일상으로 돌아왔다.

주말이면 늘 해야 하는 일인 빨래를 돌려놓은 사이 오빠는 잠깐의 낮잠을 청했고, 나는 이렇게 노트북을 켠다.

오늘은 얼마 전 읽은 만화책에 대해서 써보고 싶다.

나는 일을 하면서 종종 유튜브 영상을 듣곤 하는데(화면은 켜서 볼 수 없으니) 최근들어 알고리즘이 나에게 새로운 채널을 추천해 줘서 '아는변호사'라는 타이틀의 이지훈 변호사님을 알게됐다. 하나 둘 보다 보니 더 궁금해 져서 채널을 둘러봤고 그 중 제목이 눈에 확 꽂혔던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영상을 클릭하게 됐다.

https://youtu.be/tMoaQYw60B0

이 영상은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제목의 책 추천 영상이었는데, 변호사님이 해주시는 얘기를 들어보니 읽어보고 싶어졌다.

집 근처 도서관에 책이 없어서 주문을 했지만 책장에 꽂아놓고 가끔씩 보고 또보고 해도 좋을 것 같아 결과적으로 잘 구입 한 듯 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시즈오. 42살의 만화가 지망생 아저씨다.

시즈오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년동안 계속되는 실패에 굴하지 않고 매번 새로운 원고를 들고 출판사에 간다. 까이고 까여도 계속 그리고 또 그리고, 그런 시즈오를 보며 70대의 아버지는 고등학생 딸을 보면 부끄럽지도 않냐며 시즈오를 나무라지만 그는 늘 꿋꿋하다. (아니 사실 속으로는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대사를 보면 먼가 짠한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겉으로는 그래 보인다.)

주인공인 시즈오가 만화가 지망생이다 보니 그가 그린 만화의 내용이 곁들여 나오는데ㅡ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나카무라 퍼슨 이라는 필명으로 새롭게 거듭나겠다 다짐한 '인생 300년'이 아닐까 한다.

시즈오는 우리 인생이 300년이고 고작 자신은 42살 밖에 되지 않았으니 앞으로 남은 인생이 창창하다고 한다. 백세시대 백세시대 말은 하지만 사실 그 때까지 시간이 꽤나 많이 남았음에도 왜 이렇게 하루하루 여유를 못 찾고 조바심을 내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백세도 아니고 300살까지 살 수 있다면, 시즈오의 말대로 우리 모두는 어리고 앞길이 창창한 걸테지. 매우 허황된 이야기지만 무척이나 긍정적인 태도다.

만화에서는 시즈오 뿐 아니라 그의 주변 인물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했는데, 읽는 초반에는 먼지 모를 사람들의 우울함과 차가움이 느껴졌지만 결국 그 사람들의 성격이 그렇게 형성 될 수 밖에 없던 나름의 이유와 상황들에 대해서 공감 하게 됐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괜찮지 않음에도 괜찮아 지려고 노력하며 사는 사람들 같았다. 결국 그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게 삶이고 인생이고 그런거겠지.

책장을 덮는 마지막에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또르르 났다. 특히나 시즈오의 딸인 스즈코와 친구 미야타의 에피소드는 진짜 안타깝고 짠했다. 만화책 보면서 울어본게 언제인지 기억 안날 만큼 오래된 일이라 새삼스러운..

읽고 나니 먼가 모르게 뭉클하면서 위로받는 듯한 느낌. 그냥 '괜찮다.' 싶은 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만화책이었다. 가볍게 볼 수 있으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은 책.

우연히 알게된 시즈오가 나한테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래도 조금의 밝은 기운을 준 것 같아서 고마움이 느껴졌다.

42살. 중년. 나도 조금있으면 시즈오의 나이가 될 텐데,

그땐 나도 시즈오처럼 하루하루 열심히 최선을 다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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