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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6_Anna

조금 이상한 자기계발 책을 읽게 됐다.

쓰레기통에 고꾸라져 발만 내놓고 있는 약간 까칠해 보이는 일러스트에 끌려 골라본 책. 마크 맨슨의 '신경끄기의 기술'이다. 그래, 요즘 통 '여기저기 신경쓸 것도 많은데 신경끄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면 그게 뭔지 좀 알아보자'는 생각.

책의 부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이라 적혀있지만 내 눈에 더 들어왔던 문구는ㅡ

자기계발서의 상식을 뒤엎는. 기존 자기계발서의 패러다임을 바꾼. 등의 수식어였다. 

이 책은 보통의(?)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애쓰지마라, 노력하지 마라, 해피엔딩은 없다, 당신은 특별하지 않다, 당신은 틀렸다, 거절해라' 등의 부정적인 문장들을 쏟아내고 '결국은 우린 다 죽는다. 그러니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에 신경끄고 정말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신경쓰라고 한다.

 자기계발서가 읽고보면 '너 자신을 믿어'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해' 등의 결국 뻔한 얘기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무한한 긍정의 힘을 실어주면서 행복을 추구하는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고 한다. 행복을 찾는다는 건 결국 '지금 나는 행복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 진짜 행복한 사람은 거울을 보며 '나는 행복하다'를 되뇌이지 않는다고 한다. 더 긍정적인 경험을 하려는 욕망 자체는 동시에 부정적인 경험이고, 부정적인 경험을 받아들이는 것이 곧 긍정적인 경험이라고.

작가는 슈퍼히어로를 만들어낼 재주가 있다면 '실망 판다'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가혹한 진실을 말하고 싶다고 한다.

"문제 없는 삶을 꿈꾸지마. 그런 건 없어. 그 대신 좋은 문제로 가득한 삶을 꿈꾸도록 해."

 인생을 포커게임에 비유한다면 좋은 카드를 받은 사람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지만 결국 승자는 각 선수가 게임 중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카드를 받으면 우리는 그 카드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얼마나 위험을 감수하고 어떤 결과를 받아들일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며 결국 최선의 선택을 할 때 게임의 승자가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부정적인 단어들 속에서도 결국 읽고나면 명쾌하고 긍정적인 해답을 얻게 하는 진짜 이상한 책이었다. 책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가 '젠장! 실패, 루저' 니까. 그래서 책의 추천사마다 다들 발칙하다. 도발적이다. 라는 평을 남겼나 보다. 아마도 작가는 책을 쓰면서 독자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안쓰고 자기 자신의 말투를 유지한 모양이다.

문득, '이 작가를 만나러 간다면 어떨까?'가 머릿속에 그려졌는데ㅡ 환한 대형서점에서의 팬사인회나 북토크를 위해 깔끔한 옷을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매만진 선생님 스타일의 작가가 아니라, 되게 어두컴컴하고 좁은 오래된 펍같은데서 이미 술을 한잔 하고 혀가 살짝 꼬부라진 잭스패로우 같은 모습이 떠올랐다. '저 멀리 한국이란 나라에서 사인을 받으러 왔든 말든 나는 지금 술을 마시고 싶고 니가 내 글을 읽고 뭘 느꼈든 난 신경끌란다' 라고 말할 것만 같은 상상이 됐다. (실제 어떤 분일지는 전혀 모르고 그냥 상상이지만. 무.튼.)

신경끄기의 기술은 남들의 시선으로 부터든지, 스스로의 일이나 생활에 있어든지 어디서든 필요하다. 무엇인가를 선택해 집중하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과감하게 버리고 신경을 꺼야만 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성공을 위해 일하고자 한다면 과감하게 워라벨은 버리고 일에 몰두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과감하게ㅡ 사실 때때로가 아니라 거의 모든 대부분의 일에서는 선택과 신경끄기가 동시에 이루어 지는 듯 하다.

살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이 세상이 내 기대보다 나한테 관심이 없다는 것'. 이런 내 생각을 공감해주는 책을 만난 것 같아 뭔가 좀 반가운 기분이었다. 글쎄, 사람이고 동물이니까 나는 누구나 약간의 관종(?)끼가 있다고 보는 편인데, 결국 말이든 행동이든 향기든 모두 '나 여기 있어요, 나 좀 봐줄래요?'라는 표현이지 않을까.?! 하지만 다행이면서도 불편한 진실은ㅡ 어차피 이 세상은 나에게 별 관심이 없으니 그냥 하고 싶음 하고, 말고 싶음 말고,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거란 거다. 어쩌다 받게 된 관심이라면 그저 고마워 하면 될일 아닌가 싶다. 

인생 한번인데 그냥 별로인 건 신경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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