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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6_Anna

오늘은 우리 신혼집 들르기.

신혼집 공사를 위해서 잠깐 들러 치수도 측정하고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견적을 내보기로 한 날이다.

아직 집에 살고 계시는 분들이 있어서 아버님을 통해 미리 양해를 구하고 시간 약속을 잡아 오늘 방문했는데ㅡ 나야 뭐 집 수리를 해본 적이 없어가지구 하나도 모르겠다만, 아버님 어머님은 완전 전문가셔서 같이 오신 기술자 분과 함께 이것저것 얘기해 주시고 착착착 진행 해 주셨다.

집안 곳곳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그 다음에는 오빠랑 내가 벽지며, 타일이며, 싱크며 무슨 색으로 무슨 디자인으로 할 건지 다 골라서 공사에 들어가기로ㅡ 그 동안 오빠랑 나랑 머릿속으로 상상해보면서 어떻게 꾸밀지 생각해 둬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그렇게 집 방문을 끝내고 데이트 잘하렴 하고 가시는 부모님 :)

이제는 평소의 주말처럼 데이트 시작.

날이 무척 더운 오늘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급 연남동 행ㅡ 2호선을 타고 홍대입구에 내려 경의선숲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렇게 날이 더운데도 핫플레스인 연남동에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무턱대고 들어간 큰 카페에도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ㅡ 자리 맡기를 실패하고 나와 조금만 더 걷다가 우연하게 재미있는 입간판을 보게 되었다.

"오빠 여기 그림 그리는 카페래" 그냥 멘트가 귀여워서 따라 읽고는 그 뒤에 보이는 빨간 전화부스에 눈길이 가서 "오빠 저기봐!"라고 했는데, 그 옆에 서있는 "오빠! 잘해, 여기 레모네이드"를 따라 읽는 우리 오빠. 

우리는 순간 홀리듯이 카페에 들어가게 됐다. 입구부터 너무 맘에 드는 곳. 그런데 그림그리는 카페라니ㅡ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어떤 곳일까 궁금. 설렘 이었다.

들어서자 마자 벽면에 화려한 그림들. 왼쪽으로는 벽난로 앞으로 고풍스러운 소파자리가 보였다. 그곳에 앉아 계신 분들도 여간 여유로워 보이는게 참 맘에 드는 분위기었다.

어디 앉을까 고민하기에는 테이블이 딱 두개 남아있었는데ㅡ 조명이 아늑한게 눈이 가서 계단 밑 자리를 골라 앉았다가 중앙에 있는 테이블이 살짝 더 커보이길래 자리를 옮겼다.

쇼케이스에 보이는 케이크들ㅡ 그 위에 아메리카노와 브라우니 세트 안내판에 눈이 가서 세트 하나랑 레모네이드를 주문. 하지만 지금 브라우니가 오븐에 구워지고 있는 중이라 약 20분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하셨다. 우리는 20분 이상은 있을 것 같았기에 괜찮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갓 나온 브라우니는 정말 정말 맛있다고 알려주셨다. 기대 :)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카페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 요즘은 카페를 가보면 얘기하는 분들도 많지만 각자 스마트폰을 보거나 셀카를 찍거나 하는 분들이 많은데 여기서는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때문인지 카페 전체가 굉장히 정겨운 듯한 정말 친목을 위한 진짜 카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주문한 음료와 함께 가져다 주시는 작은 이젤과 화지. 그리고 아주 작아 귀욤귀욤한 수채화 팔레트가 되게 매력있었다. 준비해 주신 수채화 팔레트 외에도 큰 테이블에 마련된 다양한 미술도구를 마음껏 사용해도 된다고 하셨다.

예전에 한창 그림 그리기에 취미를 뒀을 때 카페 구석에 앉아 그림을 그린 적이 있었는데 사실 조금 눈치가 보였었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지만 카페에서 공부 하는 사람들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기 때문에 괜히 혼자 찔려서 물감 놀이만 쓱쓱하다가 커피 다 마시고 곧 나왔던ㅡ 하지만 여기에선 그런 눈치 같은건 없었다.

테이블에 화지를 내려놓고 나는 바로 오빠를 그리기 시작했다. 나름 노력해서 그린다고 그렸는데 앵간히 안닮아 보인다(그림을 너무 쉬었나;;)

빠르게 슥슥 그리면서 음료 한입 홀짝홀짝 하다보니 곧 레모네이드를 거의다 마셔버렸다. 너무 셔서 인상 찡그려지는 맛이 아니라 참 좋았다. 그런만큼 너무 빨리 마셔버렸다는 것이 문제ㅎ

옆 사람들은 뭘 그리나 하고 구경하니 우리처럼 앞에 앉아 있는 상대를 그리는 사람들이 대다수인것 같았다. 사람들 구경에 벽에 걸린 그림 구경에 인테리어 구경에 고개를 이리 저리 돌리면서 갓 나온 브라우니를 맛봤는데ㅡ 정말이지 갓 구운 브라우니는 진짜. JMT구나. 여지껏 먹어본 브라우니 중에 가장 맛있었다.

배가 고픈 건 아니었는데 브라우니를 너무 맛있게 먹은 건지 오빠랑 나는 다른 케이크 까지 욕심을 내기 시작. 다른데서는 못 봤던 러시아 허니 케이크가 무슨 맛일지 너무 궁금한 탓에 하나 추가 해봤다.

브라우니랑 달리 쇼케이스에서 바로 꺼내져서 차갑게 먹는 맛이 좋았던 케이크. 허니 케이크 이름 답게 꿀맛이었는데 음.. 씹는맛은 약간 당근케이크처럼 보슬보슬..? 그러면서도 크레이프 케이크 같이 크림맛이 풍부하게 느껴지는게 어음.. 설명은 어렵지만 무튼 정말 못먹어본 새로운 맛있음 이었다.

카페 중앙 기둥에 있는 선반에서 딱 눈이간 얼음깨기. 오빠가 한번도 안해봤다기에 한 게임 해봅시다ㅡ 하고 빼왔다. 얼음조각을 끼우고 펭귄을 세워놓고는 하나씩 깨보는 얼음. 역시나 얼음깨기는 할 때마다 스릴 만점. 케이크 먹으면서 금방 한 게임이 끝났다 :)

생각지 못하게 오늘은 카페만 왔는데도 특별한 데이트를 한 것 같은 기분. 언제 이렇게 카페에서 그림 그리면서 오빠 얼굴을 빤히 볼 기회가 있을 지 :) 

다음번 그림은 조금 더 똑같이 그려줘야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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