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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4_Anna

오늘은 추석. 그리고 일주일만에 데이트.

명절을 앞두고 각자 회사 일이 바빴다. 보통은 평일에도 저녁 한끼 먹을 데이트 시간은 있게 마련이었는데 이번주는 어쩌다 보니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리고 오빠 집 우리 집 명절 스케줄이 안맞는 바람에 주말 내내 오빠는 오빠대로 나는 나대로 가족과 함께 보내게 되었다.

아침부터 친척들 뵙고 날 보러 오겠다는 오빠. 그 얘기를 들은 이모는 오늘은 뭘 하고 놀꺼냐고 물어보셨는데ㅡ 명절에는 고궁에서 데이트를 해야 하는 거라고 하셨다. 원래 오늘 같은 날은 연인들이 손 잡고서 고궁을 걸어야 하는 거라고 :)

'오빠ㅡ 이모가 그러는데 오늘은 고궁에 가야 하는 거래'

'엇! 그래애? 그럼 가야지이. 경복궁 꼬우!'

종로3가역 8-2번 문 앞. 벌써 도착한 오빠가 기다리고 있는 중(요즘 자꾸 늦네에. 쏴뤼)그리고 두 정거장만 가면 바로 경복궁. 사람들 우르르 나가는 출구로 따라나가 경복궁에 딱 도착하니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명절이라 무.료.입.장.

덕수궁 갔을 때도, 인사동 갔을 때도, 서촌 갔을 때도 매번 경복궁을 지나치기만 했었는데 오늘은 드디어 안에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경복궁이 저어어엉말 넓은 데도 사람들이 지이이인짜 많았다. 가족들도 많고, 해외 여행객도 많고, 친구들끼리 연인끼리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곳곳에 보였다.

오늘 같은 날씨에 하늘도 파란데ㅡ 알록달록하게 한복 차려 입고 사진 찍으면 정말 예쁘게 잘 나오겠다 싶었다. 한복이 겹겹이라 좀 더울 텐데도 저런게 다 추억이지 :)

이모가 말해주신대로 손붙잡고 고궁을 한바퀴 휘~ 걷고 사람들 구경도 실컷하고 곧 익선동으로 이동.

예쁘고 핫한 카페, 맛집이 가득하다는 익선동은 둘다 처음인데 기대 된다. 이런 저런 카페 링크를 쭉 찾아놨는데 다들 그 골목에 모여 있길래 가서 맘에 드는 곳을 찾으면 되겠다 싶었다. 우선은 그 링크들 중에서도 가장 맘에 들었던 한 카페에 도착했는데ㅡ 오늘이 추석이라 대부분 가게들이 문을 닫은 것도 한 몫 크게 했는지 원래도 사람이 많다던 그 카페는 외국에서 온 손님들까지 입구에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문 연 카페가 많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평일에 한적할 때 오면 소소하게 구경거리도 많고 예쁜데 들어가서 차도 한잔 할 수 있어 좋겠다 싶었다. 물론 우린 평일에 같이 올 수가 없겠지만ㅡ 사람이 많더라도 주말에 한번 와봅시다 하고 골목 구경을 하다가 하얗고 밝은 카페를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카페 이름은 낯.익.다.

사람이 꽉 차있어서 딱 한테이블만 남아 있었는데, 사람이 많을 때는 어쩔수 없이 시간 제한을 두고 운영하는 것 같았다. 하얀색을 메인으로 한 인테리어에 대리석 테이블과 원목느낌이 특징인 듯ㅡ 주문 공간과 벽면에 자리잡은 꽃도 참 예뻤다. 

커피는 먹고 싶지 않아서 오빠는 히비스커스레몬티, 나는 말차크림라떼를 시키고 색이 진한 초록색의 말차티라미수도 하나 골랐다.

초록색 케이크 위에 올라간 보라색의 포인트 꽃, 색감이 좋아서인지 흰 접시 위에 놓여지니 알록달록 한게 참 맘에 들었다. 케이크 위에 꽃은 먹어도 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오빠가 먹어보니 꽃보다는 케이크가 훨씬 맛있다고 크크큭ㅡ

차를 마시고 나니 사람들이 카페 안에 사람들이 조금 빠져서 사진을 찍을 시간이 조금 생겼는데, 두 골목길 사이에 자리잡고 있어 들어오고 나가는 문이 통해져 있는 구조인 것 같았다. 우리가 앉아있던 이쪽 출입문과 주문 공간 인테리어는 저쪽 출입문이 있는 테이블 자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도록 꾸며진 것 같았다.

한옥 스타일의 인테리어와 소품이 눈에 띄는 건 아니지만 이쪽으로 들어와서 저쪽으로 나가는 형태의 보이지않는 통로가 있는 것 같은 동선은 한옥처럼 느껴지는 요소가 아니었을까 싶다.

조용하게 맛난 차와 마시고 달달한 케이크 까지 한입씩 먹고 나니 요런게 소소한 행복이지 싶은 하루였다.

오늘의 데이트는 간.단.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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