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카페 : OTIOR

2018.10.20_Anna

오늘은 부모님과 저녁식사 약속이 있는 날.

낮에 만나 맛난 밥을 미리 먹기도 머하고, 재밌는 영화도 확 끌리는게 없고, 늦게늦게 뒹굴뒹굴 하다가 저녁먹으러 갈 예정이라 그 전에 뭐하고 놀까ㅡ 뭘 해야되나 약간 애매한 날이었는데 오빠가 뭐 할지 딱! 생각해 주었다. 우리가 자주 하는 카.페.놀.이.

저녁 퇴근길에 버스타고 지나치던 우리동네 한 카페. 매일 매일 예쁜 케이크 사진으로 나의 '좋아요'를 유발하던 OTIOR에 가볼 생각이다. 오후 세시 중동역. 날도 좋고 걸을만 하겠다 싶어 오빠를 역에서 만나 같이 카페까지 걸었다. 부천역에서 가도 되고 중동역에서 가도 되고ㅡ 사실 중동역에서 가는게 더 멀긴 하지만. 오늘은 걷기 좋은 날이니까 :)

퇴근길에 버스안에서 바라보던 카페는 영어로된 간판이 불빛에 은은하게 빛나는 조용하고 궁금한 공간이었고, 언뜻 언뜻 보이는 가게 안의 모습은 먼가 유럽 작은 가정집의 크리스마스 분위기 같았는데 낮에 와보니 색감이 조금은 진해진게 엔틱한 분위기가 되게 돋보였다. 

안에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공간이 넓었는데 군데군데 사람들이 있었지만 되게 조용하고 공간공간마다 분위기가 묘하게 조금씩 달랐다.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촛대 장식도 조금씩 다르고 한켠에 마련된 핀조명과 천장에서 부터 떨어지는 천은 작은 미술전시회에 온 것 같은 느낌도 들고ㅡ 공간 디자인에 참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은게 이런 빈티지, 엔틱 느낌은 정말 고수가 아니고는 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알고 있는데 말이다. 먼가 아늑한 느낌에 미리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것 같은 따뜻함에. 숨겨진 비밀의 정원을 발견한 것 같기도 하고ㅡ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조용한 성 같기도 하고 매력있었다.

음료를 주문하려고 카운터에 가니 또 한번 시선을 빼앗는 건 아무래도 케이크. 이 곳에서는 직접 연결된 곳에서 받는 딸기를 이용해 맛나는 케이크를 만드시는 모양이다. 가끔씩 SNS에서 봤던 캐릭터 케이크도 매장에서는 홀케이크로 진열이 되어 있었는데, 보기에 너무 예뻐 저걸 어떻게 먹나 싶은 빨강머리 앤이 눈에 확 띄었다. 내년 내 생일에는 오빠가 이곳에서 캐릭터 케이크를 주문해 주기로 약속 했다 우왕ㅡ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워낙 많다보니a 엘리스로 할지, 인어공주로 할지, 토이스토리의 우디로 할지... 그건 생일 한달 전에 정해주는 걸로..!

이곳 Otior는 매일매일 오늘의 디저트 : 케이크 사진 올려주시는 걸 보고 꼭 와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었는데 오늘 우리가 먹을 케이크는 딸기와 바나나 그리고 초코까지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의 초코딸바였다 :)

오빠는 늘 그렇든 아이스아메리카노, 그리고 나는 뭔가 특별한걸 먹어보고 싶어 메뉴판에서 눈에 확 띄는 킹스더블베리를 주문했다.

어디 앉을 까. 어디가 좋을까 싶어 잠깐 카페를 둘러보는 중. 카운터 옆으로 난 비밀의 공간으로 안에 작고 아늑해 보이는 소파자리가 있었다. 여럿의 단체 손님이 오면 앉아서 도란도란 조용하게 얘기하기 딱 좋아보이는 공간이었다. 우린 단체손님은 아니니까ㅡ 잠깐 앉아 사진만 다닥 찍고 밖으로 나가 카운터 옆에 하얀 천이 덮여있는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고른 카페 모서리의 하얀천 소파 자리. 그곳에 앉아서 바라보는 카페는 내부 인테리어와 유리창 밖에 지나가는 차들이 함께 보이는게 분위기가 정말 캬ㅡ 아마도 거기가 베스트 자리 중에 하나 였을 것이다.

우리가 주문한 음료가 나오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순간 우리 앞의 뷰는 정말 완.벽. 해졌다ㅡ 너무 예뻐서 눈으로 한번 먹고 본격적으로 포크를 갖다 댔는데 예쁜 만큼 맛도 너무 좋았다 :) 다른 날 와서 또 다른 오늘의 케이크를 먹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렇게 가끔씩 맘에 드는 카페를 발견할 때마다 나도 오빠도 너무 기분이 좋다. 우리만의 소확행이랄까ㅡ 나랑 정말 취미가 맞는건지 나한테 온전히 취미를 맞춰주는건지 암튼 너무 고마운 우리 오빠. 

앞으로도 나랑 자주 좋은 카페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