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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7_Anna

대만에서의 첫 아침. 

오늘은 약속된 예스진지 택시 투어를 가는 날ㅡ 이번 타이페이 여행의 메인이자 전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일정이다. 하루 종일 함께 하는 데이투어니까.

재작년 황보랑 타이페이 여행을 왔을 때도 택시투어를 신청해서 하루를 보냈었는데 그때 아마 '꽃보다 할배-대만편'에서 택시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따라했던 것 같다. 무튼 그때 예스진지 택시 투어로 구경다닌 하루가 참 좋았고 타이페이 가면 하루 정도는 다들 예스진지 투어를 하는 만큼 인기 있는 명소이다 보니 이번에 대만이 처음인 오빠도 분명 좋아할 것 같다는 기대감에 일정을 짜게 되었다. 다만 저번에 어느 업체를 통해서 어떤 기사님을 만났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다는 함정. 

그러던 중 가끔씩 들어가보는 WAUG app. 이것저것 여행 자료가 많은데 '예스진지 투어'를 검색해보니 딱! 하고 나오는게 이거다 싶어 예약을 하게 됐다. 내가 구매한 여행상품은 예류, 스펀, 진과스, 지우펀 이렇게 가장 많이들 간다는 일명 예스진지 투어에 '허우통'이라는 고양이 마을이 추가된 일정이었고, '대만놀러왕'이라는 타이페이 택시투어 전문 업체가 제공하고 있었다. 즉, 대만놀러왕의 상품을 와그 앱을 통해 구입한 셈.

 

약속한 여행날짜가 다가오자 미리 카카오톡을 통해서 대만놀러왕의 연락을 받게 됐고, 여행 하루 전 기사님 배정 내용 메시지와 함께 나, 대만놀러왕 담당자 분, 그리고 기사님, 이렇게 세명의 멤버가 모인 단체 카톡방에 초대되어 사전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됐다. 우리를 맡아주실 기사님의 이름은 David. 오빠는 이름부터 맘에 들었는지 어제 한국에서 출발 할 때부터 '하이 데이비드!' 하고 인사를 하겠다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저번 대만 여행 때, 택시투어 픽업장소는 시먼역 6번 출구 앞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호텔 앞에서 픽업을 하신다고ㅡ 하긴 시먼역에 가면 여러대의 노란 택시가 각자의 탑승객을 기다리며 모여있는데 조금 복잡하기도 하고, 다 같은 모양의 택시 사이에서 미리 전달 받은 번호판과 기사님 사진만 보며 찾는다는게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기사님이 직접 숙소까지 데리러 와주시니 감사한 일 :)

호텔 앞 골목으로는 차가 못들어오겠다 싶은게, 어제 도착할 때도 기사님이 안 쪽에 들어가진 않고 큰 대로변에 내려주셨던 터라 시간 맞춰 큰 길로 나가 서 있어야지 하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도중, 카톡이 왔다.

'Good morning, I'm David. I arrived. I'm here.' 그리곤 호텔 입구와 그 앞에 서 있는 택시의 번호판이 찍힌 사진 두장. 정말 딱 호텔 입구로ㅡ 정말 딱 만나기로 한 시간 8시 45분이었다..! 정.확.해.

좋은 인상으로 우릴 맞아주시는 데이비드 아저씨. 친절하게 차 문을 열어주시고 탑승을 하자,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한국어로 적힌 여행 안내 책자를 건네주시며 설명을 시작하셨다.

우리는 오늘 예류, 스펀, 허우통, 진과스, 지우펀ㅡ 5곳을 순서대로 갈꺼고, 첫 장소인 예류까지는 약 40분에서 한 시간. 오늘은 주말이라 조금 더 걸릴 수도 있다고ㅡ 그리고 다음 장소로 이동을 하며 총 10시간이 걸릴 테지만 조금 더 걸려도 괜찮다고 하셨다. 아주 간단한 영어 단어들과 한국어 단어들이 적절히 섞여있어서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

달리는 동안 아저씨는 태블릿 PC를 켜고 유튜브 채널에서 한국 가수들 뮤직비디오 채널을 틀어주셨고, 음악 들으며 밖에 하늘 보며 우린 예류를 향해 가고 있었다. 가는길에도 우리 같은 노란색 택시들이 길에 자주 보였는데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 이겠지? 다들 가는 일정이 비슷할 테니 :)

예류에 도착하기 전 포토 스팟에 들러 사진찍을 시간도 충분히 주시고 사진도 적극적으로 찍어주신 데이비드. 우린 처음 와본 장소 이다 보니 어느 쪽을 향해 어떤 각도로 서야 사진이 잘 나오는지 모르기 마련이다. 그냥 데이비드가 시키는 대로 이쪽, 저쪽, 잠깐, 하고 서서 데이비드를 보니 사진이 다다다 찍혀있었다 ㅎㅎ

어느덧 첫 장소인 예류 지질공원에 도착. 주차를 하고 내리면서 데이비드는 '양산? 물?' 하고 말씀하셨는데 미리 차에 여행객을 위한 편의상품을 다 마련해 두신게 센스쟁이었다. 더워보이긴 했지만 어차피 우린 사진 찍느라 정신 없을 테니 양산은 감사하지만 패쓰하고 트렁크에 있는 작은 아이스박스에서 포카리스웨트를 하나 받아들었다. 작은 마켓을 지나쳐 금방 매표소에 다다랐는데 가는 동안 데이비드는 몇몇 사람들의 인사를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택시 기사님들 중 대부? 느낌이랄까. 젊은 기사님들이 데이비드를 향해 머리숙여 인사하면 데이비드는 그저 쿨 하게 한 손을 들어 인사를 받아주곤 했다.

데이비드는 매표소에서 두 장의 입장권을 끊어다 주었고, 지질공원 지도 앞에 서서 하나 하나 꼭 봐야할 포인트와 함께 위치도 한번씩 더 짚어주셨다. 'One hour? 한시간? 한시간 반? 오케이. many many people. 이츠 오케이.' 라고 말하며 시간에 구애 받지 말고 충분히 보고 오라고 그리고는 'Don't buy anything' 마켓에서 파는건 안 좋으니 아무것도 사지 말라고 갔다 오면 마실것을 준비해 주겠다고도 하셨다. 완전 짱.친.절.

그렇게 한 손에 셀카봉을 들고 예류 지질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사람들이 참 많았다ㅡ 하늘은 파랗고 구멍이 뽕뽕 뚫린 특이한 모양의 지형을 따라 걸으며 이렇게 저렇게 사진을 찍는 사이 시간이 후딱후딱 갔다.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독특한 풍경ㅡ 오빠도 참 맘에 들어했다. 날씨도 오늘 여행에 크게 한 몫한 것 같다. 햇살이 뜨겁긴 했지만 그래도 정말이지 새파란 하늘과 함께한 풍경이 너무너무 예뻤다.

데이비드를 만나기로 약속시간에 맞춰 아까 우리를 내려주었던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데이비드는 우리를 위해 시원한 망고 슬러시와 누가 크래커를 준비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올때 까지 아이스팩으로 음료를 시원하게 담아두고 있었는데 세심한 부분에 또 감동하는 순간이었다. '차에서 먹어도 괜찮아. 과자도 먹어도 돼' 라고 하시는 데이비드. 하지만 차가 너무 깨끗해서 과자 먹다 흘릴까 싶긴 했다ㅡ 그렇게 선물 받은 과자는 고대로 가방에 넣어 가져왔지 :)

두번째 장소는 스펀, 스펀에 가까워지자 저쪽 하늘 위로 천등이 날아가는 모습이 작게 보이기 시작했다.

'엇! 오빠 저기 천등!'

'Yes! 천등! 스펀 천등!'

데이비드는 흥분한 내 목소리에서 천등을 알아 듣고는 우리가 스펀에 도착했다고 말해주었다. 점점 더 가까이 그리고 많이 보이기 시작하는 천등. 여러 사람들의 소원이 하늘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스펀 철길을 따라 얼마 가지 않아 우리는 한 천등가게에 들렀는데 '할머니의 천등'이라고 데이비드 말로는 이 곳이 가장 오래된 원조 라고 했다. 매년 새해 첫날에는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천등을 띄우는데 1월에 오면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어 라며 밤 하늘을 꽉 채운 천등 사진을 가리키며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도 온 김에 소원을 빌어볼까? 여러가지 옵션에 따라 가격이 다 달랐지만 빨강, 주황, 파랑, 초록 이렇게 4가지 색상에 각각 행운, 성공, 평안, 건강을 기원한다는 200원짜리 천등을 골랐다. 천등의 한면 한면 소원을 적을 때 마다 옆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이 색에는 이 부분 소원이야'라고 설명해주는 데이비드. 아! 그리고 붓에 먹물을 너무 많이 묻히면 흘러내려 안 예쁘니 조금씩만 묻혀서 쓰라고도 알려주셨다. 

4개의 소원을 적은 우리의 천등. 띄우기 전 부터 높이 떠올라 하늘로 날아가는 모습까지 모두 사진에 담고, 그 앞에서 기념 사진도 찍는 도중에 우리 뒤로 기차가 지나갔다. 그때 또 딱 맞춰서 데이비드와 천등가게 직원분들은 사진을 찍어주셨다.

'아까 지나친 카페 기억하지? 난 거기 있을게, 한시간이든 두시간이든 상관 없어. 이따 보자ㅡ 이길로 쭉 가면 기차역이 나오는데 그 앞에 닭날개 볶음밥 가게는 Very Famous야' 라며 웃는 얼굴로 배웅해주는 친절한 데이비드 아저씨. 한 시간 후에 봐요 :)

사람들이 띄우는 천등을 보며 기차길을 따라 걷는게 참 운치 있었다. 곧 길 끝까지 걸어 기차역앞에 도착하자 아까 데이비드가 말한 닭날개볶음밥 가게가 나왔다. 맛을 볼까? 하는 생각에 하나를 주문해 나눠먹었는데 음~ 역시 맛있네ㅡ 구운 바베큐 닭과 볶음밥을 같이 먹는 맛? 암튼 되게 익숙하면서도 입맛에 잘 맞는 그런 맛이었다.

앞에 자리가 났길래 일단 앉아서 먹고 있었는데 먹으면서 보니 앞에는 땅콩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땅콩아이스크림? 땅콩맛 아이스크림인가.. 싶어 그냥 아는 그런맛이려나? 데이비드도 아무말 없었는데 하며 생각없이 있었는데. 우리 앞을 지나가던 한국인 관광객 아저씨가 "진짜 진짜 맛있어요, 아주 강추예요 강추!" 하면서 지나가셨다. 어맛! 그래요? 그럼 어디 한번 저희도 먹어보겠습니다.

주머니에 든 동전을 가지고 가서 손가락으로 1을 그려 보여드렸더니 곧바로 프로페셔널 하게 앞에 땅콩덩어리에 대패질을 해 가루를 낸 뒤 즉석에서 뚝딱 하고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주시는 아저씨. 내가 너무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더니 수줍게 미소를 지어주시고는 한국어로 '고수 먹어?' 라고 하셔서 나도 모르게 '쪼끔!' 이라고 대답을 해버렸다. 

다시 그 자리에 나란히 앉아 오빠 한입 나 한입 맛을 봤는데, 오잉? 진짜 맛있네에ㅡ 아까 아저씨가 추천하실만 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먹다가 아이스크림가게 아저씨와 눈이 마주치자 엄지척을 드렸더니 아까 그 수줍은 미소를 또 보여주셨다. 후훗ㅡ 

아까 봤던 카페 앞. 데이비드를 다시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ㅡ 데이비드는 카페에서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자 카페에서 키우는 새끼고양이 '피키'를 데려와 우리에게 인사를 시켜주셨는데, 내 손바닥 위를 조금 벗어날 만큼 정말이지 작은 고양이였다. '피키'에게 시선을 뺏겨 잠깐의 딜레이가 있었지만 그런 우리를 서두르지 않고 옆에서 묵묵히 기다려준 데이비드 아저씨가 또 고마웠다.

다음 장소는 허우통. 지난 택시 투어때는 와보지 못했던 고양이 마을ㅡ 나도 이곳은 처음이라 더 기대가 되고 궁금한 곳이었다. 언덕위에 작은 마을 같았던 허우통에는 곳곳에 고양이 벽화와 고양이 조형물. 그리고 길마다 느긋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고양이들을 볼 수 있는 예쁜 마을이었다. 그런데 고양이들이 하나같이 약간 게을러 보였다. ㅎㅎ 졸고 있는 고양이들이 왜이렇게 많은지ㅡ 아까 본 '피키'가 훨씬 좀 귀엽긴 했다.

조금 배가 고파질 무렵 우린 4번째 장소인 진과스에 도착. 저 멀리 노랗게 보이는 바다 밑에 금이 있다고, 정말 신기하고 멋진 풍경이었다. 그리고 황금색의 폭포는ㅡ 그야말로 장관이지.

내 리스닝과 기억력이 정확하다면 데이비드의 설명으로는ㅡ 진과스의 '진과'는 'pumpkin, 호박', '스'는 'rock' 그러니까 진과스는 '호박바위'라는 뜻인데, 1892년에 이곳에서 금을 발견했을 때 꼭 그 금 바위가 호박 같이 보여서 '진과스'라는 지역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전에 왔을 땐 기사님이 이런 설명 안해주셨었는데 이제야 알았네. 

진과스를 둘러보러 차에서 내리기 전, 데이비드는 그림 하나를 보여주며 설명을 시작했는데ㅡ 유명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한 장면이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는 타이페이의 2가지 장소가 있는데 하나는 많이들 알고 있는 지우펀의 홍등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이곳 진과스의 작은 터널이라고.. 데이비드가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지금까지도 지우펀 홍등만 알고 있었을 거다. 데이비드가 보여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우린 터널 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 다시 차에 올라타 이동했다. 이젠 곧 밥먹으러 가는 일정.

진과스에서는 광부들이 먹었다는 광부도시락을 먹어야지ㅡ 식당을 향해 계단을 오르는 중에도 우리를 잠깐 세워 사진을 찍어주는 데이비드. 

계단이 참 낮고 길어서 안그래도 신기하네?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데이비드의 지역 설명이 다시 한 번 시작 됐는데, 예전에 이곳 주변엔 일본인들이 살았다고 한다. 일본 여자들은 기모노를 입고 폭이 좁다 보니 걷기 편하게 하려고 계단이 길고 낮게 만들었다고ㅡ 지나가다 데이비드의 설명을 우연히 듣게 된 한 한국인 관광객도 '아아! 그래서 이랬구나' 하며 몰랐던 사실을 깨우쳤다. 그.렇.다. 이렇게 친절하게 장소마다 설명을 친히 해주는 기사님은 그리 흔치 않다는 걸 또 한번 깨닫는 순간. 

데이비드는 먼가 정말 아저씨, 삼촌? 같은 느낌이었다.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알려주려는 느낌이 들어서 참 좋은 분이었다.

식당이 모여있는 곳에 도착하자 우리에겐 두가지의 옵션이 있었는데 하나는 야외, 하나는 실내. 데이비드는 실내를 추천했다. 야외에는 '모스키토 매니(모기 많아)'이기 때문.! 그리고 나도 살짝 춥기도 했고..a

가게에 들어가 줄을 서고 이번에도 예류에서 입장권을 끊을 때 처럼 데이비드가 대신 주문을 해주셨다. 데이비드도 오늘 하루 우리와 일정이 같기에 밥을 못 먹었겠다 싶어 같이 주문해서 식사를 하자고 하니, 아까 우리가 놀 때 스펀에서 친구들이랑 먹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식판에 친히 음식을 받아 사이드로 나오는 김치와 미역국도 받아다 올려주시며 음료는 저쪽에 있다고도 알려주셨다. 여기 앉으라며 자리를 잡아준 데이비드는 맛있게 먹으라는 말만 남긴 뒤 본인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하셨다.

광부 도시락. 닭고기와 청경채, 숙주가 올라간 아주 심플한 메뉴인데 짭짤한 닭고기를 밥과 삼삼한 반찬과 함께 먹는게 입맛에 잘 맞아서 좋았다. 곧 오빠 생일인데 생각지 못한 미역국도 먹게 되어 더 좋았던ㅡ 살짝 추웠던 나는 따뜻한 미역국 한 그릇에 몸이 녹는 것 같았다.

나보다 먹는 속도가 빨랐던 오빠는 다 먹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테이블을 정리하던 직원이 오빠의 도시락을 가져가자 옆에서 미역국을 떠주시던 아주머니께서 불같이 화를 내며 직원을 혼내셨다. 대만어를 못하지만.. 그 눈빛과 억양만으로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아줌마의 대사는 아마도 '왜 먹고 있는데 치우고 난리냐! 손님 민망하게!' 였을 것. 순식간에 미소 띤 얼굴로 오빠에게 따뜻한 새 미역국을 떠다 주시는 아줌마의 태도를 봐서는 아무래도 우리의 예상이 맞을 것이다.

배불리 먹고 기분좋게 오늘의 마지막 장소인 지우펀을 향해 가는 차안. 꽤나 높은 지대에 올라와 있던 우리는 창밖으로 멋진 산과 바다, 그리고 노을을 볼 수 있었다. 저 멀리 바닷가가 아까 우리가 갔던 예류라며 가리키는 데이비드. 그리고 저쪽에 보이는 산은 음... 이름은 까먹었는데 암튼 화산이라고, 그래서 예류 지형이 생긴거라고 설명해주었다.

시간을 딱 맞춰 노을이 졌으니 이제 지우펀에 도착하면 곧 홍등이 켜지겠지 :)

지우펀에 도착하자 사람이 정말 많음을 차에서 내리기 전부터 느낄 수 있었는데, 주차를 하고 한국어로 적힌 코팅된 지우펀 지도를 들고 데이비드는 길 설명을 시작했다. 우린 지금 여기 세븐일레븐 앞에 있고 다 둘러보고 이곳으로 오면 된다고 하면서 이 지도는 가지고 가라고 했다. 또ㅡ 아까의 여러 장소들과는 조금 다르게 '조심'을 매우 강조하는 데이비드. 'Be careful' 뿐 아니라 '가방 조심' '돈 조심'을 한국어로 또박또박 다시한번 일깨워주었다.

자 그렇게 데이비드의 안.전.교.육.까지 마치고 우리는 지우펀 시장 골목으로 들어섰다. 

정말이지 사람들이 진짜진짜 많았다. 아침 출근길 신도림역 1.2호선 환승 계단 보다도 살짝 더 한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가만히 서있어도 몸이 밀리는 정도를 넘어 그냥 서 있기만 한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보지 못하는 다양한 먹거리를 구경하며 조금씩 앞으로 걸어나가는 재미는 쏠쏠했다. 단! 중간중간 취두부 냄새가 날때마다 입으로 숨을 쉬어 주는 약간의 고생은 필요했다.

5시 45분. 아직은 홍등이 켜지지 않은 지우펀ㅡ 지도에 나타난 대로 시장의 길 끝까지 걸어가 표시 되어 있는 중요 먹거리인 타로 찹쌀 케이크와 타로볼을 하나씩 먹어보았다. 타로 찹쌀 케이크는 생긴 건 꼭 검정 콩이 박힌 찹쌀 떡 조각 같은데, 타로 라길래 굉장히 달달할 줄 알았더니 그렇지는 않고 오히려 짭짤한 느낌이었다. 맛은 우리나라 감자떡과 비슷했는데 감자떡이 달달하게 단단짠 맛이라면, 타로 찹쌀 케이크는 단짠짠 맛이랄까. 1개를 사서 둘이 한 입씩 맛보기엔 딱 좋았던 음식 같았다. 타로볼은 차가운 것과 따뜻한 것이 있는데 약간 추웠으므로 따뜻한 타로볼 한컵을 받아 맛을 보기로 했다. 아주 맛있다ㅡ 내 입맛에는 딱. 팥죽맛인데 걸쭉하지 않고 맑은 스프 같았고 쫄깃쫄깃한 타로볼이 꼭 팥죽에서 골라먹는 새알이 잔뜩 들어간 것 같았다.

간식거리를 사먹다 보니 어느덧 홍등이 켜졌다. 홍등이 켜진 계단 길에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그래도 사람들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는 길. 머리위로 켜진 홍등이 그래도 참 예쁜 풍경이긴 했다. 길 중간에 멈춰야 하는 포인트 '센과 치히로'의 '아메이 찻집'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너나할 것 없이 멈춰서 사진을 찍고 있기 때문에 내려가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도 사람들 틈에 껴 멈춰선 김에 후다닥 사진을 찍고 다시 내려갔는데ㅡ 홍등 거리가 끝나는 지점 까지 사람들이 꽉 차있어 이동하기 정말 불편했다. 진짜 진짜 가방 조심에 발밑에 계단 조심이어야 하는 곳.

어떻게 어떻게 사람들에 휩쓸려 홍등거리를 벗어나 내려왔던 계단을 다시 올려다 보니 참 이색적이고 예쁜 풍경이었다. 그리고 저 많은 사람들 사이로 잘 내려와서 참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데이비드가 준 지우펀 지도를 다시 펼쳐들고 아까 우리를 내려줬던 세븐일레븐 앞을 찾아 가는 길. 홍등 거리를 벗어나니 그래도 조금 여유가 있고 한적한 길을 지나칠 수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데이비드. 이번에도 역시 데이비드 주변에는 친구들이 있다 :)

'타이페이 101?'

'Yes'

그렇게 차에 올라타 한국 가수들 유튜브 뮤직비디오를 보며 다시 타이페이 시내로 향하는 택시. 데이비드는 우리를 타이페이 101 빌딩에 내려주고는 오늘의 투어 일정을 끝내겠지ㅡ 

오늘 하루 종일 우리를 데리고 다닌 데이비드. 데이비드에겐 오빠랑 난 본인을 스쳐간 수많은 한국인 관광객 중에 한 팀일테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데이비드는 오늘의 하루를 책임져준 가이드이자, 보호자였다. 오랫동안 우리는 타이페이를 데이비드로 기억할테지ㅡ 데이비드도 오늘 만난 한국인 커플은 사진찍어줄 때마다 활짝활짝 웃고 밝은 친구들이었어 하고 기억해주길 바라는건 너무 욕심일꺼얌a

Thank you for giving us a wonderful day Davi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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