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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7_Anna

지난 밤, 아니지 오늘 새벽?

타이페이에 도착한 우리는 한국과는 다른 따끈 후끈한 공기에 겉옷을 캐리어에 걸고는 택시 표지판을 따라 공항 밖으로 나갔다. 

택시 승강장에는 여러대의 택시와 함께 기사님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택시 배정을 도와주는 안내원 분들도 계셨다. 손바닥만한 타블렛을 들고 관광객들이 미리 뽑아온 숙소 바우처의 주소를 검색해 기사님들과 소통을 한뒤 차례대로 탑승을 도와주는 모습이 되게 체계화 된 느낌이 들어서 먼가 믿음이 갔다.

우리도 호텔 바우처를 보여드리고 택시 기사님을 만나게 됐는데, 안내원분이 한 번 더 체크하시는 게 '타이페이 맞죠?' 였다. 아마도 한자와 영어로 적힌 주소가 낯설어 가끔 타이페이가 아닌 다른 지역의 숙소를 잘못 예약하고 온 관광객이 있는 모양이었다. 우리나라도 지역은 다르지만 길 이름이나 동네 이름이 같은 곳이 있기도 하듯ㅡ 타이페이도 그런가보다. 물론 제대로 예약을 했지만 생각지 못한 질문을 받으니 당황스러워서 설마 실수 했나? 싶은 마음이 잠깐 들었다.

친절한 기사님은 우리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어주시고는 웃는 얼굴로 타라는 손짓을 해주셨는데 말을 한건 아니지만 좋은 인상이 딱 느껴져서 편안했다.

뻥 뚫린 도로를 신나게 달리다가 곧이어 시내로 들어선 느낌이 들자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깜깜하긴 했지만 낯선. 그래서 매력있는 모습이었고, 외국에 왔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숙소를 시먼으로 잡았는데, 보통 타이페이 메인 또는 시먼으로 숙소를 잡으면 교통이 편리하다는 블로그 글들을 참고하기도 했고, 재작년 내가 황보와 이곳에 왔을 때도 시먼에 있는 숙소를 이용했었기에 한번 밖에 안와보긴 했지만 그래도 좀 친숙?하게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선택하게 됐다.

큰 번화가에 택시들이 줄서있는 대로변으로 다다르자 기사 아저씨가 다 왔다고 눈짓 손짓을 해주셨는데, 오른쪽으로 보이는 좁은 골목에 호텔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차가 들어가면 빼서 나오기 굉장이 애매해 보이는 골목이었고 양 옆으로 길거리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 같은 것들이 아직 오픈을 한 상태 였기 때문에 이 곳에서 내려주신 것 같았다. 

택시비가 굉장이 애매하게 1110원 인가..? 가 나왔고 동전이 없었던터라 1200원을 드리고 팁도 드려야 하는 건가.. 했는데 기사님이 다시 100원을 돌려주셔서 감사했다.

그렇게 캐리어를 끌고 골목으로 들어간지 얼마 안되어 숙소 발견 :)

우리가 고른 숙소는 Via Hotel 인데, 사진을 보니 룸 상태가 굉장히 깔끔해 보이고 평도 좋아서 선택하게 됐다. 로비가 2층이라 입구를 찾는게 조금 힘들었다는 리뷰가 기억에 남아서 그런지 숙소 찾는게 어려우면 어쩌나 살짝 걱정했는데 괜찮았다.

2층 로비에 들어서서 엘레베이터 문이 열린 순간. 눈앞에 펼쳐진 할로윈데이와 스낵바.

스낵바에는 여러 과자와 먹을 게 가득가득이었다. 룸 선택할 때 스낵바와 아침식사 얘기를 못 본것 같은데 미포함이라면 추가 요금을 내고라도 이용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체크인 설명을 다 듣고 나면 물어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ㅡ 한국어로 적힌 호텔 이용 안내문에 가장 첫줄이 24시간 무료스택바를 2층에 마련해 두었으니 이용하라는 내용이었다. 와우ㅡ 완전 땡잡은 기분이다 :) 특히 오전 9시에는 계란을, 오후 9시에는 컵라면이 준비되어 있으니 내려와서 먹으라고 설명해 주셨다.

6층에는 세탁실도 있고, 여러 세세한 부분에 무료서비스가 마련되어 있어서 이용하기 참 좋은 숙소 같았다. 그리고 벽과 천장에 붙어있는 할로윈 데코레이션이 너무 귀엽고 재밌어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다다닥 찍을 수 밖에 없었다.

룸 상태도 깨끗했는데 아마 생긴지 얼마 안되었거나 최근에 보수를 한 것 같은 느낌ㅡ

아침이 되고 본격적으로 타이페이 일정 시작. 원래 아침밥은 둘다 잘 안먹는데 어제 도착하자 마자 봤던 스낵바에서 과자 하나씩 다 맛보고 커피도 마셨다가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여기 있는 과자와 빵을 하나씩만 먹어봐도 양이 꽤나 많아 든든할 것 같았는데ㅡ 특히 작은 샌드위치가 참 맜있었다. 누구나 좋아할 만한 치즈와 햄의 조화. 

과자를 너무 욕심내서 많이 가져왔나 하는 잠깐의 민망함도 잠시. 친절한 직원분들 과자를 다시 채워놓다가 웃으며 새로운 과자를 더 가져다 주셨다. 그 중 한국어가 가능한 여자 직원분은 "맘 껏. 더 드세요, 다 가지고 가세요" 라고 말해주셨다. 그 자리에서는 맘껏 먹어도 과자를 밖으로 가져 가는 건 좀 그렇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곳 분들 너무너무 친절하시다.

밝을 때 본 스낵바 공간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주황색 검정색 풍선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니 참 예뻐보였다 :)

생각지 못한 할로윈데이를 여기서 챙기게 되다니ㅡ 데코도 예쁘고 맛난 음식들도 있고, 참 좋은 공간이라 다음날 체크아웃 전에도 이곳에 잠깐 앉아 있었는데 오빠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위에서 먼가 툭! 떨어져 뭐지? 했더니 테이블위에 큰 바퀴벌레 한마리가 떡하고 착지를 했다. 정말이지 너무 깜짝 놀라 악! 소리도 안나왔지만 나의 놀라는 모습을 보고 옆 테이블 사람들이 빵터진게 본이 아니게 큰 웃음을 주게 되었네 크큭. 오빠는 이런 중요한 순간을 못봤다며 아쉬워 했다. 으이그ㅡ

직원분들도, 옆자리에 앉은 여행객들도, 오빠도 다들 표정이 밝고 좋다. 이곳 분위기가 다들 웃게 만들어 준 거겠지.

아침 부터 웃는 얼굴들을 보니 기.분.이.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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