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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3_Anna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토요일 저녁.

오늘은 '놀면뭐하니?'도 안한다 그래서 오후 내 방에서 인강만 보다보니까 어느덧 저녁 9시였다. 꽤나 따분하게 지나가는 저녁 시간이었는데 오빠가 정적을 깨며 말했다.

'넷플릭스에 되게 재밌는 영화가 있다던데 오랜만에 볼래?'

'음.. 나 또 공부해야 되는데.. 보다가 들어가야겠군' 하며 틀어본 영화는 '나이브스 아웃'.

다니엘 크레이그와 크리스 에반스가 나온다고. 와우ㅡ 출연 장난 아닌데 나 왜 몰랐지? 하긴 요새 극장을 통 안가서 이런 정보도 몰랐나 보네.. 했는데 웬걸? 이 영화, 2019년 작이란다. 그땐 왜 몰랐던 것인가?!

무튼. 제임스본드와 캡틴 아메리카가 나오는 이 영화를 이제서야 보게됐는데, 처음 시작하고 한 10분 정도 보다가 들어갈라고 했더니만 첫 시작 부터 완전 빠져드는 것..!

영화는 유명 추리소설 작가 할란의 사망 사건을 조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할란은 85세 생일에 온 가족이 모여 파티를 한 후 서재에서 사망한다.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두고 경찰과 사설탐정 블랑이 이 사건을 조사하는데 한명 한명 가족들을 만나 수사를 하면서 그들의 위선과 거짓말이 하나씩 드러난다.

영화의 풍경은 줄 곧 할란의 대저택인데, 현 시대의 이야기임에도 굉장히 고풍스러운 집 인테리어 때문인지 고전 시대극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가족들 한명 한명이 조사를 받을 때 앉았던 의자는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철왕좌를 닮았고, 할란의 저택과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느낌도 들었다.

이야기 자체가 자살이냐 타살이냐, 타살이라면 범인는 누구냐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보니 처음부터 그 긴장감과 몰입이 장난 아니다. 영화는 여러 가족들 한명 한명 마다 할란이 사망할 당시의 알리바이와 할란과의 평소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계속해서 현재와 과거시점을 왔다 갔다하는데 이 때문에 집중을 안할 수가 없다.

할란의 사망사건은 마치 그의 추리소설 속 사건처럼 여러 조각들이 하나하나 맞춰 짜여진 대단한 시나리오처럼 느껴지는데 탐정 블랑의 추리에 맞춰 상황을 보고 있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계속 추리를 하게 되고 다음 이야기를 상상하게 되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게 아니라 꼭 소설 책을 읽고 있는 것 처럼 말이다.

85세 추리소설계의 레전드 할란의 사망사건이기 때문일까. 영화의 대사 하나하나도 범죄 수사극과는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뭐랄까.. 실제로 요즘 세상에 저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의 블랑.. 그리고 사망하기 전 할란의 대사들 까지.! 비유, 은유를 많이 섞어 표현하는게 매력있었다. (물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몹시도 직접적이고 공격적이던 크리스에반스의 대사였지만..!)

장면 장면마다 숨어있는 복선의 발견도 기뻤고 대사와 소품에 숨어있는 속 뜻이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계속해서 퍼즐 짜 맞추듯 생각나는 영화였다. '내 집, 내 규칙, 내 커피'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있을 그 장면.

이런 띵작을 이제와서 뒷북으로 봤지만 너무너무 재미지게 잘 본 것.

오랜만의 영화감상이 아주 꿀잼쓰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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